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축구’와 ‘탱고’의 나라로 정리되었던 ‘아르헨티나’. 그 외에도 아르헨티나하면 ‘신의 손 마라도나’와 예전 ‘부르마블 게임’을 하던 시절, 독특한 그 이름으로 강하게 뇌리에 각인되었던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떠오른다. 거기에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게 1대4라는 커다란 패배를 안겨준 ‘남미대륙의 영원한 축구강국’이라는 이미지까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아르헨티나의 전부였다.


  하지만, 손미나 씨의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읽고 난 후, 아니 읽기 시작하고부터는 위와 같았던 아르헨티나가 전혀 다른 나라로 다가왔다. 이 책에는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겸 작가로 변신한 손미나 씨가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아르헨티나로 떠나서 겪은 파란만장(?)한 여행기와 그 곳에서 만났던 기막힌 사연을 간직하고서도 뜨거운 열정, 눈부신 희망으로 가득 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학기가 종강을 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면서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을 열망하는 내 강한 욕구가 나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정여진 씨와 그녀의 프랑스 연인이 함께 엮은 <그와 함께 우연히, 아프리카>에 이어 이번 책까지, 여행 에세이들을 많이 찾게 된다. 어느 책에서인가 ‘경험’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그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는 경험은 모든 것을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직접경험’이 가장 훌륭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현실적 한계로 인해 그것이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커다란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책을 통한 ‘여행’에 관한 간접경험 즉, ‘대리만족’을 충분히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의 중독성’은 담배나 도박의 그것만큼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의 묘미를 알게 된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여진 씨의 책을 통해 ‘아프리카’를 다녀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손미나 씨의 책을 통해 ‘아르헨티나’까지 다녀온, 내 가슴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를 향해 자꾸만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에서는 손미나 씨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면서 겪었던 그리고 만났던 놀라운 경험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작가가 이렇게 쓰기 힘들 것만 같은 ‘우연과 행운의 연속’으로 요약되는 그녀의 여행기는 참 신비롭고 눈부시다. 기쁘고 즐겁고 환상적인 경험과 함께 슬프고 가슴 아픈 경험까지. ‘한 번의 여행은 마치 한 번의 인생과 같다.’는 책 속 그녀의 말처럼 그녀는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듯한 희로애락의 경험을 다양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하고 돌아온다. 그런 그녀의 경험담들도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고 뭉클했던 것은 역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전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몇몇 아직까지도, 마치 내가 손미나 씨가 되어 만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부터 시작해서 10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조그만 카페 ‘로 데 로베르토’에서 아르헨티나의 젊은 영혼들을 위해 탱고를 불러오고 있는 ‘오스발도 할아버지’, 가슴 아픈 기억도 있지만 탱고를 단순한 춤이 아닌 삶의 일부로 승화시킨 ‘노라 아주머니’, 정말 기막힌 인연으로 다시 만난 멋지고 당찬 소녀 ‘수영이’, 손미나 씨의 지금이 있을 수 있도록 그녀에게 꿈을 심어준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 힘들지만 웃음과 꿈을 잃지 않는 빈민촌의 영화스타 ‘훌리오 아저씨’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서 자연에 세상에 대한 사랑을 가슴 한 가득 안고 살아가는 ‘가우초 청년들’까지.


  그들의 삶,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속으로 보이지 않는 눈물을 삼켰고, 끊임없이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절실한 응원을 보냈고, 본받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모자라고 나태한 모습을 떠올리며 반성에 반성을 거듭했다. 반성에 그치지 않고 손미나 씨처럼, 그녀가 만났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처럼 나만의 꿈을 찾아내고 이루어나가는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치는 내가 되고 싶다는 그리고 반드시 되어 보이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을 덮으며, 언젠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딘가에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또 몸소 부딪히고 있을 것만 같은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손미나 씨처럼 그리고 그녀의 멘토 마르틴 카파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