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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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01년 작 <모랫말 아이들>을 통해서였다. 본격적으로 책 읽기의 재미에 푹 빠지기 한참 전에 봤던 책이라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이지만, 아직까지 제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니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굉장히 오랜만에 황석영 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게 되어서 설렘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나갔다.


  <강남夢>은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시절부터 1990년대까지가 주된 시대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은 바로 서울의 ‘강남’이다.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의 건설과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개발의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강남을 둘러싼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쫓아가는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 한국전쟁을 통해 현명한 처세술을 배운 뒤 강남개발과 동시에 건설업계에 뛰어든 갑부, 강남의 상류사회를 대표하는 사모님들, 소위 물장사라고 불리는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가를 주름잡았던 조직폭력배 그리고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던 업자들까지. 이들은 모두 강남에서 부를 얻고자 몰려들었고 부를 누리며 살았지만, 결국 갑자기 일어난 백화점 붕괴사고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병원신세를 지거나, 백화점과 함께 부를 잃거나, 죄를 짓거나 혹은 심지어 목숨을 잃는 등 그들 모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들과는 다른 ‘강남몽’을 꾸었던 임정아만이 기적적으로 백화점붕괴 사고 후 거의 3주 만에 구출되게 된다.

  황석영 작가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실존인물들의 이름을 약간씩만 바꿔서 소설에 등장시키고 80%의 사실에 20%의 허구로 구성한 때문인지, 읽으면서 예전 대학수능시험 준비를 하던 시절, 사회 선택과목으로 공부했던 ‘근 ․ 현대사’가 자꾸만 떠올랐다. 읽는 내내 마치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풀어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 바탕으로 재구성되다보니 사실과 허구의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모든 일이 사실같이 다가왔다. 정말 마치 한편의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평소 역사에 대해 나름 관심이 있고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뀐 듯 하다. 생각보다 내가 그 방면으로 흥미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요즘 방학을 맞아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보니 비록 소설이었지만 역사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은 힘들어했던 것 때문에 저런 생각이 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황석영 작가님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 상관없는 듯 보여도 알고 보면 서로의 관계가 조금씩 얽혀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치밀하고 묘한 구성 덕분에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황석영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나중에라도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꼭 만나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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