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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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나 수필집이 다 그렇겠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풀어놓은 글을 읽다보니 마치 저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글을 읽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을 때 적격이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지만 저자인 한수희 씨가 자기의 책을 접하게 될 우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사실 나는 한수희 씨 작품을 처음 접했다. 하지만 듣기로는 그녀가 글을 재치 있고 재밌게 잘 쓰고 읽는 독자들도 즐거워하는 반응이 많아 관심이 가던 차였다. 글을 잘 쓰기만 할 뿐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 머릿속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하지만 결코 무례하다거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지금껏 접해왔던 수많은 책과 영화들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접목해가며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얘기해 주는 것이 마치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르다. 어떤 날은 라디오에서 멘트를 최대한 줄이고 음악만 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또 반대로 다른 날에는 조용조용히 나긋나긋, 때로는 주절주절 토크talk 위주로 진행될 때도 마음이 편안해 질 때가 있다. 물론 너무 웃고 떠드는 것보다는 DJ가 혼자 대화하듯 편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에 한해서다.

 

 

생각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들도 곁들여서 얘기해주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자기를 알거나 자기가 아는 사람보다는 그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독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했던 책과 영화의 리스트와 저자가 추천해주는 에세이, 그리고 조용한 영화까지. 책 마지막에 덧붙여준 이 짧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자료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하나하나 다 찾아서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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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조 지무쇼 지음, 안정미 옮김 / 이다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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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세계사나 전쟁사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사실 역사 자체에 관심이 많아 즐겨 찾아봤던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도 필요에 의한 학습위주의 책읽기를 통해 접하다보니 즐거움보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훨씬 컸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역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거움 답답함 같은 것들뿐이다. 이러한 내 자신에게 뭔가 활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늘 느끼고 있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생각만 하고 실천해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나태함의 관성 때문인지 이 책을 펴기 까지 또 한 번 망설이고 머뭇거림이 있었다. 역사에 대한 답답함이나 무거움보다 더 심한 것... 거부감 같은 것이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역대 우리 인류 역사상 큰 영향을 끼쳤던 그리고 누구나 자세히 잘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전쟁들을 시대 순으로 그리고 그것을 다시 큰 주제별로 엮어놓았다. 워낙 전쟁사에는 관심이 없는 나였기에 역시나 들어본 것들 보다는 처음 접하게 된 전쟁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사적 사실의 서술과 함께 관련 삽화나 그래픽 등을 통해 추가적인 설명을 곁들여 준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생각한다. 만약 단순히 서술들만 나열되어 있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읽어나가면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 덕분에 그래도 입체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전쟁들을 하나씩 접해갈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일반적으로 특정 전쟁에 대해 부여했던 의미를 넘어 저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 중 '기독교와 이슬람교'라는 장이 따로 있음에도 '십자군 전쟁''해양국가와 대륙국가'라는 장 속에 편입시켜 설명을 해 놓은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앞에서 언급했던 이야기 중간 중간 삽입돼 있는 전쟁과 관련된 그림들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베르사유 미술관 등과 같은 곳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이라 훌륭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전쟁사 여행이었다.

 

 

늘 생각하는 것 중 하나지만 이번에도 새삼 깨달은 것은, 역시 봐야 하는 책을 읽는 것보다 보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 몇 백배 즐겁다는 사실이다. 책을 덮으면서, 역사책 한 권 읽었다고 한 번에 많은 것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제일 처음에 언급했던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것 같아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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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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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마음이 지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이 책은 내 마음이 언제든 지옥 같은 때 꺼내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했듯이 시를 짓는 시인들은 입시학원 혹은 공무원학원 선생님들처럼 시를 가르치며 외우게 하고 정답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실 수능 세대이기 때문에 학력고사 시절에도 시가 국어 시험에 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껏 시를 접한 것은 9할 이상이 시험지나 수험서 같은 시에 대한 해석이 이미 정해서 있는 곳들에서 였다. 때문에 시에 대해서 더욱이 거부감 같은 감정이 강하게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이나마 시를 접하게 되면 학창시절의 안 좋은 기억때문인지 습관적으로 이미 학자들이 기존에 해석한 내용에 의지해 읽게 되고는 했다.

 

 

사실 시라는 문학이 대부분이 중의적이거나 다의적인 단어와 함축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접하는 사람마다 개별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이 되고 와 닿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저자는 시를 사랑하고 그것이 가진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 책 속에 독자들의 마음이 행여 괴롭고 힘들 때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다시금 기운을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들을 그동안 접했던 수많은 시들 중에 고르고 골라 담았다. 또 그들을 각각 다시 소주제에 맞게 나누어 묶어 놓았다. 우리는 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고 살고 있는 장소가 다르며 생각하는 것까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마음이 정말 지옥같이 힘들 때'라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셀 수 없이 여러 가지 경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 오랫동안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작가가 보다 읽기 좋게 소주제별로 나누어 준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이렇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에 넣어놓은 다음, 나중에 정말 심적 고통을 겪을 때 이 책을 기억하고 찾아 읽어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속사정을 시원스레 혹은 푸념가득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쌓아두고 괴로워해야만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한번쯤은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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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사람도 용사가 될 수 있는 일곱 가지 가르침 살림 YA 시리즈
오우키 시즈카 지음, 정은지 옮김 / 살림Friend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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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면서 파란 눈과 머리카락을 갖게 된 남자아이 키라’. 자신의 머리 색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별하고 아버지가 떠나게 되었다고 자책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일 때는 별로 어려움 없이 지냈는데, 아버지가 떠나버린 뒤로는 작은 집으로 옮기게 되고 학교 급식비도 어머니가 버거워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키라는 늘 자신감 없이 스스로를 최대한 숨기고 조용히 지내려한다. 하지만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6학년 학교 체육대회 때 소프트볼 결승전에서 수비 도중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 그 실책으로 키라네 반은 우승을 놓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키라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기는커녕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던 중, 키라는 우연히 '성궤(ark, 아크)'에 관해 연구하는 가나모리라는 교수의 말을 듣게 된다. 성궤란 '솔로몬왕의 보물'로 그 안에는 검과 거울, 구슬이 들어있다고 한다. 가나모리 교수의 말을 통해 그러한 성궤의 존재가 실제로 있음을, 그것도 자신이 사는 곳 근처 산에 있음을 알게 된 키라는 그 곳이 멀지도 않은데다 호기심이 강하게 생겨 그 곳을 찾아간다. 그 곳은 성궤를 찾기 위해 일곱 번의 시험을 받는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일종의 던전 같은 곳의 입구였다.

그 곳에는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인 리쿠도 와 있었다. 리쿠 역시 가나모리 교수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둘은 성궤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키라가 키우는 개 톤비까지 셋이 함께 모험에 나서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안내자 개구리 인간 라오시에 따르면, 성궤를 열 수 있는 사람을 '용사'라 하고 용사가 되려면 일곱 번의 시험을 거쳐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하나씩 받게 되는 돌을 모두 모아야 한다. 그리고 성궤 속 검을 차지한 자는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불로장생 효과가 있으며, 구슬은 구슬을 가진 사람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역사적 장면을 투영시켜 준다.

 

키라 일행은 도마뱀 인간과 싸우며 자신 속 '두려움'을 이겨낸 덕분에 첫 번째 돌인 레드 스톤을 얻는다. 그 후 성궤가 있다는 쿠이치픽추에 다다르기 위해 모험과 역경을 계속하며, 두 번째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스톤까지 차례대로 얻어간다. 각 스톤에 새겨진 것들은 다음과 같다. 오렌지 스톤은 '외로움', 옐로 스톤은 '분노', 그린 스톤은 '질투', 블루 스톤은 '슬픔', 네이비 스톤은 '자아', 마지막 일곱 번째 돌인 퍼플 스톤은 '비움()'. 각 스톤은 활동력 상승이나 신뢰 회복, 직감력을 키우고 결심한 바대로 신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능력 등과 같은 고유 효과를 스톤을 얻은 사람에게 부여해 준다.

스톤을 모두 모은 그들이지만 과연 성궤를 무사히 찾아 그것을 열수 있을지 그리고 단 한명만 가능하다는 용사는 그들 중 누가 될 것인지, 모험과 여행의 끝은 어떻게 될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히 뒤섞인 이 소설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를 찾기 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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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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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누가사 사치오는 대학 시절 동기였던 다나카 나쓰코를 정말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엄청 드문 확률로 일어날 법한 상황으로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을 했다. 그 후 약 10년 동안 나쓰코는 미용사로 일하며 사치오의 뒷바라지를 한다. 사치오는 나쓰코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작가로 데뷔하게 되고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유명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작품 활동 뿐 아니라 티브이에도 자주 등장한다(예능 프로그램도 포함하여). 동시에, 사치오는 출판사 편집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쓰코 몰래 그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러던 중 나쓰코는 친구 유키와 떠난 스키여행에서 타고간 버스가 사고가 나면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사고 직후에도 사치오는 크게 동요하거나 슬퍼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위치 때문에 '슬픈 남편 코스프레'를 할 뿐이다.

 

한편, 사치오과 관계를 맺고 지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 혹은 부끄러움을 갖고 지내던 내연녀는 사고 직후 그 와의 관계 도중 나쓰코의 죽음에 대한 사치오의 태연함에 크게 충격을 받고 스스로도 그에게 나쓰코처럼 큰 의미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 그 후에도 사치오는 대외활동을 할 때면 가족을 잃은 큰 시련을 당한 비련의 인물을 연기한다.

 

사치오는 나쓰코와 함께 스키여행을 떠난 친구 유키의 남편인 오미야 요이치를 (요이치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 끝에)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식이 없으면서 생활도 여유 있고 자유로운 자신과는 달리 아이가 두 명에 운송업 때문에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요이치와 그 자식들 신페이와 아카리를 돕고 그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죽은 아내 나쓰코의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사치오가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전혀 슬프거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슬픈 척을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나쓰코에 대한 마음이 식었던 것은 맞지만 그가 아내의 죽음에 대해 슬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미처 그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슬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슬픔을 못 느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진리를 새삼 상기하게 됐다. 바로 '있을 때 잘하라'는 말 말이다. 나쓰코처럼 오랫동안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헌신적인 사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인식조차 제대로 못한 사치오처럼 나쁘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들 그 무엇이던 간에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혹은 사물의 소중함과 고마움 또는 가치를 잊고 지내는 것 같다.

 

할 수 있을 때,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좀 더 주변에 대해 감사하고 받은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사랑하고, 한 번 더 마음을 표현하고 베풀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고, 그 누구보다 먼저 그러한 내 자신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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