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 때까지 그는 자기 내장의 크기나 무게 혹은 상태를 의식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매일 낮잠을 잔 후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몸속의 내장 하나하나가 마음속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잠을 자지 않는 심장이나 신비스러운 간, 꽁꽁 숨겨진 위장의 모습까지 느끼게 되었고, 가장 늙은 사람들도 자기보다 어리며, 자기 세대의 사람들이 찍은 전설적인 사진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75.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순전히 경험으로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는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대부분의 질병에 특유의 냄새가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늙는 것처럼 특별한 냄새를 풍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길게 잘라져 해부대 위에 놓인 시체에서 그런 냄새가 느껴졌고, 나이를 속이는 환자들에게서도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또한 자기 옷에 밴 땀과 완전히 비무장 상태로 잠자는 아내의 숨결에서도 그 냄새가 났다. 만일 그가 구식 골수 가톨릭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늙는다는 것은 제때에 막아야 할 꼴사나운 상태라는 제레미아 드생타무르의 말에 동의했을지도 몰랐다.
76.


그것은 영원히 간직될 사진이었다. 일데브란다가 거의 백 살이 다 되어 플로레스 데 마리아 농장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침실의 장롱 서랍에 자물쇠를 채워 고이 간직한 그녀의 사진이 발견되었다. 그 사진은 세월이 흐르면서 색이 바래버린 한통의 편지 안에 담긴 화석이 되어버린 생각과 함께 향내나는 침대 시트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 페르미나 다사는그 사진을 항상 가족 앨범 첫 장에 끼워놓고 오랫동안 보관했는데 아무도 언제 어떻게 그리 된 것인지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우연으로 이 사진은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때는 둘 다 예 순 살을 넘긴 뒤였다.
234.

콜레라 시대의 사랑1
가르시아 마르케스


.
표지에 젊은 여자의 옛날 사진이 있어서
젊은이들의 연애소설이려나
뭐- 개츠비 같은 이야기 인가하고 생각해서
피하고 있다가 책임감에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너무 멋진 이야기였어.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물론 나오지만
그보다 중년과 노년의 삶과 사랑에 대한 표현이
너무 멋지고 이제 곧 마흔인 나에게도
나이듦의 멋짐에 대해 기대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어.

페르미나 다사와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의
노년의 삶이 평화롭게 느껴져서 좋았어.
특히 페르미나가 집에 많은 동물을 들였다가
사고로 동물들을 정리한 후, ㅠ ㅠ
인연이 되어 앵무새를 들이고, 박사가 훈련시키는 부분들.
두 사람의 평화로운 일상과
그들의 입가에 떠올랐을 작은 미소들이 느껴졌어.

. 표지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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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서, 내 직업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왜요? 당신은 지금까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는데.˝
˝그랬나? 그저, 생각해봤을 뿐이야.˝
100

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엘러리 퀸의 Z의 비극을 읽고 읽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Z의 비극에 나오는 형무소와 무기수의 이미지가
여름의 흐름 에서의 형무소와 사형수의 것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 갇힘과 몰아세워짐, 난동이 마음이 무거웠다. 뭐 그럴만한 짓을 했기 때문이라고 인물들이 말하지만.

호리베와 나카가와와 함께 낚시를 하고 산천어를 낚시를 한다. 잡은 물고기를 어롱에 넣고 들여다보는데, 나카가와가 잡은 작은 한마리는 하얀 배를 반쯤 보이고, 찢어진 입을 뻐금 움직이더니 뒤집혔다. 내일은 나카가와에게 난동피웠던 사형수의 집행일이다. 나카가와는 그 전날 술을 잔뜩 먹고 나에게 찾아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해야한다고 나는 말한다. 잔인한 세상.
호리베는 그런 나카가와에게 그 사형수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이야기해준다. 살인을 했다. 어린아이의 발을 붙잡고 이층에서 던져버렸단다. 잔인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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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자 한나라 말의 학자 동우는 세 가지 남는 시간을 활용하라고 권했다. 무슨 세 가지냐 다시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겨울은 한 해의 남는 시간, 밤은 하루의 남는 시간, 비 오는날은 맑은 날의 남는 시간.
188.



부잣집 아이는 정의감이 있도록 가르치고, 가난한 집 아이는 염치가 있도록 가르친다. 자식이 바르게 크느냐 여부는 부모한테 달린 것이고, 빈부와 귀천은 하늘에 달린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부모에게 달린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하늘에 달린 문제만 걱정한단 생각이 틀린 것이다.
55.
송나라 정치가 유청지



상아, 무소뿔, 보석, 옥, 희귀한 물건. 이런 것은 사람이 이못을 즐겁게 하지만 실용적이진 못하다. 쇠, 돌, 풀, 나무, 비단, 삼베, 오곡, 자재. 이런 것은 실용적이지만 많이 퍼 오면 바닥나고 오래 쓰면 낡아 버린다. 사람의 이목을 즐겁게 해 주고 실용적인데 아무리 퍼 와도 바닥나지 않고 아무리 오래 써도 낡지 않으며, 똑똑한 자든 어리석은 자든 자기 재주만큼 얻어 가고, 어질거나 지혜로운 자가 보면 능력만큼 거두어 간다. 사람마다 재주와 능력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접하면 많든 적든 소득이 있다. 그것은 오로지 책이 아니겠는다!
「이씨산방장서기」李氏山房藏書
119.
송나라 문인 소식



세상만사는 이익과 손해가 절반씩 있는 법인데 이익만 있고 손해가 없는 것은 오로지 책이다. 빈부귀천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권을 읽으면 한 권의 이익이 있으니 이익만 있고 손해는 없는 것이 책이다.
119.
송나라 정치가 예사



책벌레의 공부
이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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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제가 부끄러우시죠?˝
˝패티, 그런 말이 아니라...... ˝
˝아버지는 제가 쓸데없이 자꾸 끼여든다고 생각하시죠? 그리고 저 같은 애는 양털에 싸서 어느 구석에 고이 간직해 두어 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얘야..˝
˝아버지는 지금이 아직도 바지저고리를 입던 시대라고 생각하시죠? 여자란 투표를 해서는 안 되고, 담배를 피워서도 안되고, 천한 말을 써도 안 되고, 남자 친구를 사귀어도 안 되고, 한바탕 신나게 놀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죠? 그리고 또 산아제한이란 것은 악마가 생각해 낸 소치라고 믿고 계시죠?˝
˝패티!˝ 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고 일어서며 말했다. ˝아버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는 엘러휴 클레이의 훌륭한 식민지풍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 10분 뒤에 아버지는 다시 돌아와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준 다음 아까 일을 사과하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불쌍한 아버지! 그분은 여자를 이해할 수가없었던 것이다.
103.
페이션스 섬과 그녀의 아버지

Z의 비극
엘러리 퀸

페이션스 섬과 드루리 레인 씨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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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들이 우리 할머니한테 섣불리 덤벼든 거지. 조그맣고 늙은 마녀가 혼자 살고 있으니, 특별히 강한 힘을 지닌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을 줄 알았겠지. 하여간…….”
네빌이 깔깔 웃었다.
˝도울리쉬는 아직도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할머니는 도망 중이셔. 할머니는 내게 편지를 보내셨어.”
네빌은 한 손으로 망토 가슴팍의 주머니를 탁탁 쳤다.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고, 나는 틀림없는 우리 부모님의 아들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정진하라고 쓰셨어.”
˝정말 멋지다.” 론이 감탄했다.
˝그래.” 네빌이 기뻐하며 말했다.
956.




맥고나걸은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동시에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눈 주위에 안경테 모양의 얼룩이 있는 은빛 고양이 세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 패트로누스들은 나선형 계단을 은빛 광채로 가득 채우며, 유유히 앞서 달려갔다. 맥고나걸과 해리와 루나는 다급히 그 뒤를 따라내려갔다.
989.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J.K. 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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