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고 손상되고 상처 나고 부서진 모든 것에 자꾸만 끌리는것, 이것이 나의 증상이다. 시시한 것들, 뭔가를 만들다가 발생한실수, 막다른 골목,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더이상 뻗어 나가지 못한 것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즉 애초의 설계에서 너무 많이 확장된 것들 말이다. 표준을 벗어난 것,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것,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끔찍하고 역겨운 것. 좌우대칭이 어긋난 모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방으로 번식하고, 싹을 틔우는 것, 혹은 그 반대로 수많은 개체가 하나로 줄어든 경우도 그렇다.
32.
지금껏 그 누구도 우리에게 늙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노화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젊을 때는 병들고 아프다는 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영원히 청춘일 거라는 정체 모를 확신을 품는다. 또한 우리는 고령자를 대할 때, 노화가 마치 그들의 잘못인 양 취급한다. 당뇨병이나 동맥 경화증처럼 그들 자신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치부하기 일쑤다. 하지만 노화라는 질병은 무고하고 결백한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눈을 감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이제 그녀의 등을 감싸 줄 손은 영원히없을 것이다. 누가 그녀를 안아 주겠는가.
584.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