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형제와 신기한 배 ㅣ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5
히라노 다다시 글, 오타 다이하치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1월
평점 :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옛이야기 시리즈 중 한권.
이전에 본 <한치동자>처럼 일본의 옛이야기라 그런지 그림체도 분위기도 등장하는 소품마저 비슷해보인다.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다.
몸이 아픈 어머니가 먹고 싶다는 배를 구하기 위해
삼형제가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첫째, 둘째, 셋째 순으로 배를 구하러 가는데
첫째와 둘째가 배를 구하는 것에 실패하여 괴물에 잡아 먹히고
셋째가 결국 배를 구하고 형들도 구해서 집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도 단순하고 사건도 반복되고 결말도 뻔하다면 뻔한 옛이야기의 해피엔딩인데,
이 책 묘하게 곰곰 뜯어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사실 율이에게 읽어줄 때는 그저 보통의 옛이야기를 읽어주듯 읽어주었다.
옛이야기 속에서 자주 반복되는 삼삼삼의 법칙처럼
삼형제, 그리고 그 삼형제가 만나는 세 갈래 길, 대나무 세 그루
마치 피아노 변주곡처럼 삼형제가 따로 선택한 길마다 들리는
이리 와 사그락사그락, 이리 오지 마 서그럭서그럭
이리 와 똑똑, 이리 오지 마 뚝뚝.
이리 와 달강달강, 이리 오지 마 덜겅덜겅.
반복되며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말들과 상황들이 아이에게 재미와 안정감을 준다.
사실 어른들이야 많은 옛이야기를 보았으니 뻔한듯도 하고, 결말이 불행하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엄마를 떠나는 모험이야기가 마음 편하게 즐길수 있는 부분은 아닐거 같다.
그러니 계속 된 반복이 어쩌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가지고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까?
왜 반복되는거야?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이
같은 상황인데 조금 다르네?라고 조금 긴장하며 아이가 옛이야기를 즐기게 되는거 같다.
이 삼형제가 모험에서 만나게 되는 첫관문은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이가 빠진 빨간 밥그릇을 들고 목이 마르니 물을 좀 떠다 달라는데
처음엔 이거 테스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션을 통과해야 결과가 좋은.
그런데 끝까지 이야기를 읽으면
첫째와 둘째는 물을 떠다 주지 않지만, 할머니는 삼형제에게 똑같이
이리 와 사그락사그락 우는 대나무 쪽 길로 가라고 알려준다.
첫째와 둘째는 물론 이 말을 듣지 않고 다른 길로 선택해서 간다.
그러면 중간에서 실패하느냐?
아니다.
첫째와 둘째도 배나무까지 가게 된다.
다만 어떤 가지로 가야 위험하지 않은지 배나무에게 전해듣지 못하고
늪위에 그림자가 비쳐 괴물에게 잡아먹힌거 뿐이다.
(사실 궁금했다. 첫째와 둘째가 만난 배나무와 셋째가 만난 배나무가 다른 배나무는 아닐까,하고
셋째가 만난 배나무만 위험을 알려주는 노래를 한다는 설정이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어서.)
셋째는 할머니에게 물을 떠다주고 이가 빠진 밥그릇과 칼을 얻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 말대로 길을 선택해서 가고 배나무를 만난다.
배나무의 노래를 듣고 무사히 배를 따지만, 마지막에 실수를 해서 괴물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가 준 칼로 괴물을 무찌르고 형들도 무사히 구해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 할머니는 무슨 의미일까?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그런 단순한 의미로 이해하면 될까?
사실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아이들에게 남모르는 어른말을 잘 듣고 따르라고 가르치긴 힘들다.
그리고 사실 할머니 말을 듣지 않은 두 형도 배나무까지 도착을 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빠르게 마치기를 원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보다 오로지 결과에만 사로잡힐때가 많다.
그렇게 해도 배를 얻을 수 있다.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셋째처럼 내가 도울수 있는 작은 일이 있다면 도와주고, 정직하게 가야할 길로 가고,
그러면 위기의 순간엔 나도 몰랐던 내가 가진 것들(재능, 사람, 기회, 선행...기타 등등)로 위기를 극복하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서 중요한건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생각.
정직, 정도라는 단어가 생각이 난다. 당연하면서도 오래되어 의미를 소홀히 여기는.
같은 동양문화권이라서일까, 아니면 옛이야기의 특징때문일까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항상 아이들의 성장은
부모의 죽음이나 부모와의 이별, 부모를 떠날때 이루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