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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쓸모 ㅣ 보통날의 그림책 7
최아영 지음 / 책읽는곰 / 2024년 9월
평점 :
일주일간 커다란 가방에 넣고 다닌 그림책은 만나는 사람마다 표지를 보며 그림이 너무 이쁘다는 말을 건넸다.
그림책 표지에 있는 항아리는 누가 봐도 달항아리다.
그런데 항아리 입구에 금이 간 탓에 달항아리의 얼굴은 굳어있다.
본래 달항아리는 무엇을 담는 항아리가 아니라 전시용이자 감상용일뿐이다.
저 항아리에 무엇을 담는 것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 제목이 나의 쓸모라니. 달항아리는 본래 사용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 그림책 표지에 나온 달항아리는 꽃을 담는 화병으로 사용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트리장식처럼 사용되던 중 입구가 깨어지게 되고
가차없이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버려진 것은 쓰레기다. 그 쓰레기를 한 할머니가 주워와 화병이 아닌 화분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물건이 되기 위해선 기존의 입구에 있는 금만이 아니라 바닥에 구멍이 나는 아픔도 견뎌야한다.
하지만 달항아리는 자기 몸에 흙이 담기고 씨앗이 심기고 물이 뿌려지는 일이 당황스럽다못해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고고하게 단상에 혼자 놓여진 모습에서 베란다에서 예전엔 화병이 아니었던 화병들과 같이 있는 일도 처음 겪는 일이고.
결국 달항아리는 새로운 화분이 되어 자신의 몸에서 새로운 생명을 품어낸다. 온전히 장식이 아닌 생명을.
이 책은 아마도 모두가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달항아리의 쓸모는 누가 정한 것일까.
버려진 달항아리를 주워와서 구멍을 뚫고 흙을 담아 씨를 심은 할머니가 달항아리의 쓸모를 만들었다. 만약 다른 이가 주워갔다면? 아니 아마 할머니가 아니였다면 그대로 버려졌을 것이다.
나의 쓸모를 찾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쓸모를 찾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나이가 된 건 아닌가 자꾸만 어른의 눈으로 그림책을 보게 된다.
책 뒷표지가 그냥 식물이 보이기보단, 달항아리의 웃는 모습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으며, 아이들과 읽어보며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게 만드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