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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2
이상권 지음, 유진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뱀”. 생각만 해도 싫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뱀을 많이 보았다. 밭에라도 나갈라치면 옆으로 쓰윽 지나가는 뱀 때문에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빙 돌아서 가기도 하고 행여나 보게 될까봐 밭둑을 곁눈질하며 재빨리 뛰어 가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유독 많은 뱀 그림에 손가락이 닿을라치면 먼저 소름이 끼쳤다. 솔직히 내가 뱀에 물려본 적도 만져본 기억도 없는데 이상하게 뱀은 싫다. 주인공 수민이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몸이 불편한 수민이는 친구가 없다. 어떻게든 친구들 무리에 끼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무리의 대장 철식이는 뱀을 잡는다면 친구로 받아들여 준다고 한다. 뱀을 싫어하는 수민이는 결국 혼자 남는다. ‘상상의 방’이라는 보리밭에 혼자 앉아 있던 중 꽃뱀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친구가 된다. 수민이는 꽃뱀에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엣 말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얘기한다. 뱀은 꿈속에 나타나 뱀의 입장에 대해 얘기해 준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된다. 이런 편안함도 잠시 철식이 무리가 수민이가 ‘상상의 방’에 가는 것을 보게 되고 몰래 뒤를 따른다. 그리고 보리피리에 춤추는 꽃뱀을 보게 된다. 갑자기 친구들이 수민이의 주위로 몰려든다. 친구들 속에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한 수민이는 꽃뱀을 놓아주지 못하고 수민이가 없는 틈에 땅꾼에게 잡히고 만다. 꿈속에서 꽃뱀이 끈을 풀어주지 않았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땅꾼에게 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땅꾼이 없는 틈에 뱀들을 풀어준 수민이는 꽃뱀에게 멀리 가라고 한다. 다시 외톨이가 된 수민이. 불어난 개울물에 구렁이에게 잡혀 물에 빠져가는 철식을 보게 되고 꽃뱀의 도움으로 철식이를 구하게 된다. 그리고 수민이와 철식이는 친구가 된다. 아니 철식이가 진심으로 수민이를 친구로 받아들여 줬다는 게 맞을 것이다.
수민이는 왜 친구가 없을까? 수민이가 사는 곳은 뱀이 많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뱀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 뱀을 잡아 팔아서 용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수민이는 뱀을 싫어한다. 이사를 왔다. 다리도 불편하다. 이미 무리가 지어진 아이들 틈에 수민이가 들어가야 한다. 그럴려면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한다.
수민이가 친구가 없어, 뱀 때문에 힘들어 할때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수민이의 멘토가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먼저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받아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도 힘이 된다고 한다. 아이의 친구를 만나면 환한 웃음으로 답해주는 아줌마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혹시 내가 그 아이의 멘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뱀의 입장은 어떨까?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잡아가고 죽이고 괴롭힌다. 철식이 같은 아이는 뱀의 세계에선 공포의 대상이며 제거대상 1호일 것이다. 뱀은 상대방이 나를 해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눈을 쳐다보며 위험을 느낄 때 공격을 한다고 하니 무섭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뱀도 이해해주고 사랑을 주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뱀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친구관계와 환경 문제로 다뤄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