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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 ㅣ 웅진책마을 40
사토 마키코 지음, 고향옥 옮김, 장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아이들로 사춘기 심리가 많이 들어나 있다.
<처음 산 브래지어>는 여자아이 이야기다. 가슴에 몽우리가 생기며 아프기 시작한 아야코. 이미 다른 친구들은 브래지어를 했다는 것과 체육시간 옷 갈아입을 때 남학생에게 보이지 않게 가슴을 가리고 입어야 하기에 브래지어를 사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가 먼저 얘기 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엄마한테는 감감 무소식. 쑥스러움에 여자속옷 가게에서 아무거나 사왔지만 가슴에 맞지 않는다. 옷장 정리를 하던 중 엄마가 눈치를 채게 되고 아야코를 데리고 몸에 맞는 브래지어를 사준다. 엄마에게 뾰로퉁한 얼굴을 보여주지만 맘속으론 브래지어를 한다는 기쁨이 가득 찬다.
이 책에서는 사춘기를 맞이한 아야코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아빠에게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친구 엄마에게 쉽게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또 기쁨에 찬 마음을 짓밟는 즉 새로 산 브래지어 위에 냄새나는 생선을 둔 것도 기분 나빠하며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 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맹세를 하는 것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나도 처음 브래지어를 샀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챙겨줄 수 없기에 내가 직접 가서 샀지만 많이 쑥스러워 했던 것 같다. 사춘기 아이에게 브래지어를 한다는 것은 여자로서 성숙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처음 오빠를 만난 날>은 이복형제에 대한 이야기다.
중학교 2학년인 오리카와 초등학생 6학년인 마리나에게 아빠는 오빠가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때서야 아빠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실망 보다는 오빠가 생겼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 오빠를 만나는 날 무심한 듯한 오리카는 아빠와 오빠가 손이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오빠로서 인정을 한다. 마리나는 “오빠”라고 부르며 벽이 허물어진다.
요즘은 이혼도 재혼도 많이 한다. 이런 문제는 생길 것이다. 마리나는 ‘나에게는 오빠가 있다’와 ‘나에게는 언니 말고 오빠도 있다’를 되뇌이며 자연스럽게 오빠를 받아들인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은 남자 아이들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수업시간 아무 때나 소리 지르는 유스케. 쇼고와 저전거를 타며 남의 자전거를 훔칠 것을 계획한다. 자전거 주차장에 열쇠가 채워지지 않는 자전거 한대를 발견하고 그 자전거로 공원 끝까지 가본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다시 자전거를 원래의 위치로 갖다 놓으며 다시 일상의 생활로 되돌아온다.
사춘기 때는 뭔가 모를 불만이 가득 차 오르게 된다고 한다. 유스케도 그렇지 않았을까?
<처음 가진 ‘우리들의 집’>은 빈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다섯 명의 남자아이들 이야기다.
료헤이가 친구 소타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던 중 빈집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타와 둘이서 집을 둘러보고 다쿠미, 돗,겐을 불러들인다. 다섯명이 모여 ‘우리들의 집’을 만든다. 이곳은 자유롭다. 집에서의 속박,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롭다. 학원갈 때 잠시 시간이 나면 이집에 들른다. 여기서 모여 무서운 얘기도 하고 만화책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집이 없어진 것을 보며 모두 허탈감을 느낀다.
어릴 적 빈집에서 놀던 때가 생각난다. 이들처럼 밤에는 오지 못했지만 소꿉놀이도 하고 숨박꼭질도 하고 놀았는데. 빈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