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와 어우러진 환타지 세계

웅철이의 모험 ㅣ 풀빛 동화의 아이들
주요섭 지음, 유성호 그림 / 풀빛 / 2006년 8월

읽다보니 자꾸 북한 말투가 생각난다.  ‘~했습니다.’  

책 속에 여러 가지 전래동화가 인용되어 있다.  ‘까막 나라 불개’, ‘토끼의 간’, ‘토끼와 거북’ 그 외에도 여러 편이 있을 듯 한데 내가 아는 것이 이 정도다.  이런 여러 편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고 작가의 기발함에 박수를 보낸다.  

웅철이와 애옥이가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는 소리에 애옥이 큰언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책을 읽어준다.  이야기 내용에 사사건건 토를 달던 웅철이는 어느새 토기들의 말소리를 듣게 되고 몸도 작아지며 토끼를 따라 땅속 지하세계, 달나라, 해나라, 별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게 모두 꿈이라는 이야기다. 

웅철이가  여행한 곳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달나라 여행이다.  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절구를 찧고 있는 토끼 할아버지를 만나는데 이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에서 한눈을 팔아 져 토끼의 망신을 시켜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또 감옥에서 울고 있는 거북왕자는 토끼의 간을 얻기 위해 바다로 유인했다는 이유로 붙잡혀 거북을 매달 30마리씩 제사상에 바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억울함이 있어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했는데 절구를 찧는 토끼의 사사로움으로  졌기 때문에 벌이 더 크다는 것이다.  두 편의 전래동화가 묘하게 어우러져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해나라 여행에서는 빈부격차가 느껴짐에 씁쓸함을 느낀다.  부자들은 음식이 썩어 버릴지언정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나누어 주지 않는다.  자기 배만 부르면 된다는 생각.  요즘 세상과 비슷한 것 같아 맘이 좋지가 않다.
별나라에서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별나라 아이들이 별의 불을 밝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너무 동심에 찬 화려함이 북한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TV에서 보았던 지도자에 대한 예찬론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