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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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 건축 기행“

 

이 책 제목을 보면서 엄마와 아이들하고의 좋은 여행이 되기 위한 책이니 나와는 좀 거리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호기심에 책장을 넘겨보았다. 그러나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나의 생각이 잘 못 되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서문에서부터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희생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니 갑자기 위로가 되고 나도 열심히 해서 이 후 가족들과 꼭 건축 기행을 가 보리라 다짐해 보게 된다. 아무튼 아직은 신혼이고, 아이가 없으니 조금씩 공부하여 나중에 아빠가 주축이 되어 멋진 여행을 가족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에 대해 한 번 살펴볼 수 있도록 하겠다. 우선 저자가 이 책을 만든 목적이 서문에 있어 쉽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아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 책의 목적이다.

 

「경쟁에서 이겨 좋은 대학을 가는 것에 급급한 지금의 교육 풍토에서 행복한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실패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또 실패가 두려운 아이들. 그래서 가슴은 멍들고 있을지 모르는 아이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교육과 조기교육으로 점점 자기 사색에서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전통건축 답사는 훌륭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건축에는 항상 자연이 있고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답사는 이 둘을 보러 가는 여정입니다. 여행은 결국 자연을 보고 유산을 접하는 것인데 이왕이면 전통건축의 가치를 부모가 먼저 알고 아이들에게 접근시켜 주면 좋겠지요. 이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p.8)

 

저자가 이야기하는 목적 하나 하나가 다 가슴에 와 닿고, 꼭 그렇게 해야 되는 필요성도 느껴보지만 과연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솔직히 자신이 없다.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다보니 자신감이 잘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벌써부터 포기하는 것 또한 아닌 것 같아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꽤 많은 정보가 들어 있어 여러 번 숙지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제야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튼 공부를 하지 않고 그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경험한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같이 살펴보면서 마무리를 해 본다.

 

「무엇보다 전통건축답사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역사를 소홀히 하는 현실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은 ‘호기심’으로 이어져 옛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답사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는 점은 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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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않고 떠나기 - 직장인이 즐기는 현실적인 세계여행
김희영 지음 / 어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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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즐기는 현실적인 세계여행’이라는 작은 글씨의 부제목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꾸만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결혼 후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다녀오면서 내게 해외여행은 더 이상 나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렸다.

 

결국 내 손에 들린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의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새로운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저자와 함께 몽골에서 말을 타고 있기도 했고,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수를 맞으며 흠뻑 젖기도 했으며, 일본에서 온천욕을 하기도 했다.

 

책 속에 나온 여행지들 중에서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그래서 관심도 없었던 곳들이 많았다. 저자의 글 솜씨 덕분인지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는데, 그곳은 바로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연 사파리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구아수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 빅토리아 폭포를 세계 3대 폭포라고 하는데 그 중 최고가 이구아수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 나라 국경에 걸쳐 있고, 폭포의 장대함과 그 힘에서 볼 때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했다. 이 폭포를 보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노어 루스벨트 여사가 “나이아가라가 불쌍해서 어쩌나”라고 탄식을 내뱉었다는데, 나도 언젠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살아있는 동물원이라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연 사파리. 꼭 봐야하는 덩치 큰 다섯 마리의 동물을 가리키는 아프리카 빅 파이브는 표범, 사자, 물소, 코뿔소, 코끼리로 특히 표범은 현지인조차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국립공원 안에 있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체험해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몇 개를 꼽자면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 인생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거나 내려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을 나누고, 또 배울 수 있음이 자꾸만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조용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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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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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한 줄로 말하라면 세 번 정도 놀랐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책 제목에 한번 놀라고, 책을 읽으며 그의 문체와 표현에 감탄하고, 그리고 책을 덮으면 한동안 멍하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 속에는 ‘완전변태’를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소설이 쓰여 있다. 지금의 내게 가장 도움이 된 내용으로는 ‘해우석’이라는 소설이었고, 뭔가 뒤끝이 찜찜하게 남은 느낌이 든 소설은 ‘완전변태’였다.

 

그 중 완전변태의 내용을 조금 꺼내보면 대마초를 피워 수감된 시인이 감옥에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수감된 다른 죄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번 읽고서는 이게 도무지 무슨 내용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죄수들 한 명, 한 명이 누군가를 대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예전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소설의 배경과 같은 교도소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도소 안에는 다양한 죄를 지은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나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감옥에 온 게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또는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감옥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심지어 죄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납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대목에서 나는 책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과연 인간으로서 이래도 괜찮은가?’라는 시인의 질문에, ‘죄수들은 감옥에 오기 전 자신에게 이 질문을 몇 번이나 던져보았을까’ 하는 시인의 독백 때문이었다. 과연 나는 인간으로서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문득 나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책은 의외로 가벼웠고, 읽는 것도 수월한 편이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난 후 생각의 무게는 무거워졌다. 마치 안개가 자욱한 길에 덩그러니 혼자서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쳐들고 읽으면 과연 이 안개 같은 뿌연 느낌이, 가슴 한구석에 걸친 답답함이 걷혀질까? 아주 오랜만에 진한 뒤끝을 남기는 소설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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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 - 바다를 누빈 중세 최고의 상인들
서동인.김병근 지음 / 주류성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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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년의 타임캡슐 신안선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을까?

 

저자가 물어보았던 질문이 나에게도 궁금증을 유발케 하여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우선 책이 전반적으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면서 그 당시의 문화, 역사 등을 곁들어 이야기 해 주어 한층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단순히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사진과 함께 설명 위주로 책이 서술되었다면 어쩌면 끝까지 책을 다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왜냐면 고고학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부족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필요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 고고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 것 같아 대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마음이 들 정도였다.

 

또 저자의 프롤로그를 보니 이 책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아 함께 살펴보면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14세기 초에 이와 같은 초대형 무역선을 운항했다는 것은 세계의 역사가 전환기를 맞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형 선박의 건조와 어마어마한 양의 무역 상품은 거대 자본의 투자와 신흥 상인세력의 등장을 알려주는 것이다. 당시 원 제국 하에서 몽고인들에게 천대받던 남송의 구귀족과 지식층이 상인으로 변신하여 국제 무역에 눈을 돌렸음을 신안선과 거기서 나온 많은 유물로 알 수 있다. 특히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거쳐 13세기 몽고인들의 원 제국이 성립되면서 유럽과 아시아는 한결 가까워졌다. 그리하여 중국의 상인들은 멀리 수단이나 이집트·오만·이란·이라크 등으로까지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었다. 또 중국 동남부의 여러 항구를 드나들던 유라시아 각 지역의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국제무역을 주도하던 때였으므로, 이들로부터 자극받은 남송의 몰락한 구귀족과 관료 출신의 지식층은 해상무역에 집중함으로써 거대자본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신흥세력들의 자본은 후일 원 제국을 뒤엎고 신흥 왕조인 명나라를 건국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역시 상인들에 의해 14세기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촉발되었으니 그것이 이른바 유럽의 르네상스였다. 신안 보물선이 비록 중국-고려-일본의 무역에 이용된 배였으나 신안선과 그 유물은 신흥 상인 세력과 자본주의 발달이라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p.10~p.11)

 

우리의 역사가 이렇듯 그 당시 그 어떤 문명에도 뒤지지 않은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작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문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니 다소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 조상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의 발자취를 그나마 유물을 통해 알아가고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뛰어나고 훌륭한 많은 것들을 계승해 나간다면 분명 글로벌한 세계 속에서도 우뚝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한 이것을 부지런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절실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정말 훌륭한 하나의 역사를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 같아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신안선 발굴에 대한 놀라움, 자부심, 안타까움 등을 이야기한 대목을 함께 살펴보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신안선 발굴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역사적 사건이자 우리를 즐겁게 해준 경사였다. 그것은 분명히 우리나라 고고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국내 수중고고학 역사상 첫 발굴이라는 기록과 함께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한창 발굴이 진행되던 무렵 10261212, 518 등으로 국내 정치가 대단히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신안선과 거기서 나온 유물은 고고학자나 관련 분야 연구자들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버렸고, 그 후 40여년 가까이 기억에서 잊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유물은 제 스스로 말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그것을 아는 이의 입을 빌어 말할 뿐이다. 유물의 가치란 그런 것이다. 아는 자의 가치이다. 어느 나라, 어떤 민족이든 그들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가치를 알고 가꾸어 나가는 자가 진정한 주인인 것이다. 신안선과 그 유물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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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 1
최정원 지음 / 북향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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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뿌듯함’, ‘괜찮다등 지적인 유희가 대부분인데, “조인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먹먹함이였다. 정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 화남과 함께 가슴 아파 눈물을 훔친 적이 여러 번이었다. 역사의 비참함과 처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 한탄스러웠고,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한 아픔이 밀려오기도 하였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멜로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무게로 전달되는 스토리인 것 같다. 평소 사극을 잘 보지 않았지만 만약 이 책을 사극드라마로 제작한다면 열혈 팬으로 시청할 것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편소설 이였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읽어갈 때는 도통 무슨 말인가 갸우뚱 할 때가 많았다. 여인국, 이어도, 아기장수, 조선비 등등 그동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광해군 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 조금씩 접하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전체적인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니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감동의 물결 또한 출렁이게 되었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픽션일까? 저자는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한다. 물론 조선왕조실록에는 기록되지 않아 정통성을 인정받지는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록들이 거짓으로 또는 허구로 기록되었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진주성 싸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 그 잔인하고, 악몽과 같은 전쟁의 소용돌이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파왔고, 눈물이 날 때가 많았다.

 

특히 의병 대장들의 마지막 장면들은 나의 눈물샘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책 속으로 들어가서 왜놈들을 쳐 죽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감정이 한동안 진정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의병들과 달리 관군들의 태도를 보면서 엄청나게 화가 났다. 어떻게 진주성의 목사로서 자기만 살자고 행동하는 서예원 장군을 보면서 더욱 더 한탄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되어 있지 못한 사람을 임명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와 반대로 김시민 장군과 같은 분이 있기도 하였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이고, 이상하게도 그런 분들은 왜 그리도 허무하게 왜 그리도 일찍 돌아가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조선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현실을 비추어 봤을 때 이상하게도 닮은꼴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장면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장면이다. 이 장면의 글을 함께 나누면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윤 장군이 눈을 감고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못 보는 동안 혼자 싸우다 어느 틈에 외롭게 전사한 것이다. 미림은 비거를 몰아 최경회 장군이 있는 남강 절벽을 향해 갔다. 장군이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려왔다. “주상전하! 원통하오이다! 어찌 우리 땅에서 오랑캐, 왜적과 협상하여 당신 백성의 목을 전리품으로 내 주신단 말이오이까?” 장수들이 통곡하며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명은 어찌하여 조선 땅에서 조선군의 손발을 묶어 놓는가?” “세자 저하~! 우리의 충정을 잊지 마소서!” 위에서 내려다보니 최경회 장군이 남강으로 뛰어 내리고 있었다. 왜적들은 조선군 장수들의 면전에서 조총을 쏘며 한 걸음 한 걸음 포위망을 좁혀갔다. 김천일 장군이 아들 김상건을 품에 안고 소리쳤다. “죽어도 내 나라 강물에 안겨 죽지, 더러운 네 놈들 칼에는 죽지 않겠다! 세자 저하! 부디 옥체만강하소서~!” 미림이 외쳤다. “기다리세요, 장군~! 제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러나 김천일 장군은 아들을 꼭 껴안고서 남강으로 뛰어 내렸다. “제발~! 조금만 더 버티세요~!” 미림이 소리를 지르며 조선의 장수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낭떠러지를 향해 수직으로 강하했다. 그 순간 조총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이종인 장군마저 가슴에 총을 맞아 휘청거렸다. 왜적들이 그의 목을 베려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미림은 하나 남은표창을 날려 맨 앞에 선 녀석의 하악 동맥을 끊었다. 그러나 더 이상 무기가 없었다. 뒤따라 달려드는 두 녀석을 보자 이종인 장군이 씩 웃었다. “내가 이까짓 조총을 맞았다고 네 놈들이 목을 잘라갈 때까지 무릎 꿇고 기다릴 줄 알았더냐?” 그는 왜적이 칼을 모로 세우고 달려드는 찰나 거대한 몸을 쭉 펴면서 벌떡 일어서서 양쪽 겨드랑이에 왜적을 한 명씩 꼈다. 다음 순간 이종인 장군은 왜적을 껴안은 채 남강으로 뛰어내렸다.(p.342~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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