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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한 줄로 말하라면 세 번 정도 놀랐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책 제목에 한번 놀라고, 책을 읽으며 그의 문체와 표현에 감탄하고, 그리고 책을 덮으면 한동안 멍하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 속에는 ‘완전변태’를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소설이 쓰여 있다. 지금의 내게 가장 도움이 된 내용으로는 ‘해우석’이라는 소설이었고, 뭔가 뒤끝이 찜찜하게 남은 느낌이 든 소설은 ‘완전변태’였다.
그 중 완전변태의 내용을 조금 꺼내보면 대마초를 피워 수감된 시인이 감옥에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수감된 다른 죄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번 읽고서는 이게 도무지 무슨 내용인가 싶었는데,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죄수들 한 명, 한 명이 누군가를 대변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예전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난 후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소설의 배경과 같은 교도소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도소 안에는 다양한 죄를 지은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나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감옥에 온 게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또는 ‘욱하는 성질을 못 참아서’ 감옥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심지어 죄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납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대목에서 나는 책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과연 인간으로서 이래도 괜찮은가?’라는 시인의 질문에, ‘죄수들은 감옥에 오기 전 자신에게 이 질문을 몇 번이나 던져보았을까’ 하는 시인의 독백 때문이었다. 과연 나는 인간으로서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문득 나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책은 의외로 가벼웠고, 읽는 것도 수월한 편이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난 후 생각의 무게는 무거워졌다. 마치 안개가 자욱한 길에 덩그러니 혼자서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덮었던 책을 다시 펼쳐들고 읽으면 과연 이 안개 같은 뿌연 느낌이, 가슴 한구석에 걸친 답답함이 걷혀질까? 아주 오랜만에 진한 뒤끝을 남기는 소설책을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