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 - 바다를 누빈 중세 최고의 상인들
서동인.김병근 지음 / 주류성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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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년의 타임캡슐 신안선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을까?

 

저자가 물어보았던 질문이 나에게도 궁금증을 유발케 하여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우선 책이 전반적으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면서 그 당시의 문화, 역사 등을 곁들어 이야기 해 주어 한층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단순히 고고학적인 관점에서 사진과 함께 설명 위주로 책이 서술되었다면 어쩌면 끝까지 책을 다 읽지 못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왜냐면 고고학을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안목이 부족해 쉽게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필요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 고고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 것 같아 대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마음이 들 정도였다.

 

또 저자의 프롤로그를 보니 이 책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아 함께 살펴보면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14세기 초에 이와 같은 초대형 무역선을 운항했다는 것은 세계의 역사가 전환기를 맞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대형 선박의 건조와 어마어마한 양의 무역 상품은 거대 자본의 투자와 신흥 상인세력의 등장을 알려주는 것이다. 당시 원 제국 하에서 몽고인들에게 천대받던 남송의 구귀족과 지식층이 상인으로 변신하여 국제 무역에 눈을 돌렸음을 신안선과 거기서 나온 많은 유물로 알 수 있다. 특히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거쳐 13세기 몽고인들의 원 제국이 성립되면서 유럽과 아시아는 한결 가까워졌다. 그리하여 중국의 상인들은 멀리 수단이나 이집트·오만·이란·이라크 등으로까지 활동무대를 넓혀가고 있었다. 또 중국 동남부의 여러 항구를 드나들던 유라시아 각 지역의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국제무역을 주도하던 때였으므로, 이들로부터 자극받은 남송의 몰락한 구귀족과 관료 출신의 지식층은 해상무역에 집중함으로써 거대자본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신흥세력들의 자본은 후일 원 제국을 뒤엎고 신흥 왕조인 명나라를 건국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역시 상인들에 의해 14세기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촉발되었으니 그것이 이른바 유럽의 르네상스였다. 신안 보물선이 비록 중국-고려-일본의 무역에 이용된 배였으나 신안선과 그 유물은 신흥 상인 세력과 자본주의 발달이라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p.10~p.11)

 

우리의 역사가 이렇듯 그 당시 그 어떤 문명에도 뒤지지 않은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작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문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니 다소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 조상의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의 발자취를 그나마 유물을 통해 알아가고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뛰어나고 훌륭한 많은 것들을 계승해 나간다면 분명 글로벌한 세계 속에서도 우뚝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한 이것을 부지런히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절실할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은 정말 훌륭한 하나의 역사를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 같아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신안선 발굴에 대한 놀라움, 자부심, 안타까움 등을 이야기한 대목을 함께 살펴보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신안선 발굴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역사적 사건이자 우리를 즐겁게 해준 경사였다. 그것은 분명히 우리나라 고고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었다. 국내 수중고고학 역사상 첫 발굴이라는 기록과 함께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한창 발굴이 진행되던 무렵 10261212, 518 등으로 국내 정치가 대단히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신안선과 거기서 나온 유물은 고고학자나 관련 분야 연구자들 외에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버렸고, 그 후 40여년 가까이 기억에서 잊혀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유물은 제 스스로 말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그것을 아는 이의 입을 빌어 말할 뿐이다. 유물의 가치란 그런 것이다. 아는 자의 가치이다. 어느 나라, 어떤 민족이든 그들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그 가치를 알고 가꾸어 나가는 자가 진정한 주인인 것이다. 신안선과 그 유물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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