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 1
최정원 지음 / 북향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보통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뿌듯함’, ‘괜찮다등 지적인 유희가 대부분인데, “조인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먹먹함이였다. 정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 화남과 함께 가슴 아파 눈물을 훔친 적이 여러 번이었다. 역사의 비참함과 처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 한탄스러웠고,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한 아픔이 밀려오기도 하였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멜로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무게로 전달되는 스토리인 것 같다. 평소 사극을 잘 보지 않았지만 만약 이 책을 사극드라마로 제작한다면 열혈 팬으로 시청할 것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편소설 이였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읽어갈 때는 도통 무슨 말인가 갸우뚱 할 때가 많았다. 여인국, 이어도, 아기장수, 조선비 등등 그동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광해군 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 대해 조금씩 접하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전체적인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니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감동의 물결 또한 출렁이게 되었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픽션일까? 저자는 역사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라고 한다. 물론 조선왕조실록에는 기록되지 않아 정통성을 인정받지는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기록들이 거짓으로 또는 허구로 기록되었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진주성 싸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 그 잔인하고, 악몽과 같은 전쟁의 소용돌이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파왔고, 눈물이 날 때가 많았다.

 

특히 의병 대장들의 마지막 장면들은 나의 눈물샘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책 속으로 들어가서 왜놈들을 쳐 죽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감정이 한동안 진정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의병들과 달리 관군들의 태도를 보면서 엄청나게 화가 났다. 어떻게 진주성의 목사로서 자기만 살자고 행동하는 서예원 장군을 보면서 더욱 더 한탄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되어 있지 못한 사람을 임명한 조선이라는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와 반대로 김시민 장군과 같은 분이 있기도 하였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이고, 이상하게도 그런 분들은 왜 그리도 허무하게 왜 그리도 일찍 돌아가시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조선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현실을 비추어 봤을 때 이상하게도 닮은꼴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은 장면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장면이다. 이 장면의 글을 함께 나누면서 글을 마무리해 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윤 장군이 눈을 감고 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못 보는 동안 혼자 싸우다 어느 틈에 외롭게 전사한 것이다. 미림은 비거를 몰아 최경회 장군이 있는 남강 절벽을 향해 갔다. 장군이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려왔다. “주상전하! 원통하오이다! 어찌 우리 땅에서 오랑캐, 왜적과 협상하여 당신 백성의 목을 전리품으로 내 주신단 말이오이까?” 장수들이 통곡하며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명은 어찌하여 조선 땅에서 조선군의 손발을 묶어 놓는가?” “세자 저하~! 우리의 충정을 잊지 마소서!” 위에서 내려다보니 최경회 장군이 남강으로 뛰어 내리고 있었다. 왜적들은 조선군 장수들의 면전에서 조총을 쏘며 한 걸음 한 걸음 포위망을 좁혀갔다. 김천일 장군이 아들 김상건을 품에 안고 소리쳤다. “죽어도 내 나라 강물에 안겨 죽지, 더러운 네 놈들 칼에는 죽지 않겠다! 세자 저하! 부디 옥체만강하소서~!” 미림이 외쳤다. “기다리세요, 장군~! 제가 구하러 가겠습니다.” 그러나 김천일 장군은 아들을 꼭 껴안고서 남강으로 뛰어 내렸다. “제발~! 조금만 더 버티세요~!” 미림이 소리를 지르며 조선의 장수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낭떠러지를 향해 수직으로 강하했다. 그 순간 조총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이종인 장군마저 가슴에 총을 맞아 휘청거렸다. 왜적들이 그의 목을 베려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미림은 하나 남은표창을 날려 맨 앞에 선 녀석의 하악 동맥을 끊었다. 그러나 더 이상 무기가 없었다. 뒤따라 달려드는 두 녀석을 보자 이종인 장군이 씩 웃었다. “내가 이까짓 조총을 맞았다고 네 놈들이 목을 잘라갈 때까지 무릎 꿇고 기다릴 줄 알았더냐?” 그는 왜적이 칼을 모로 세우고 달려드는 찰나 거대한 몸을 쭉 펴면서 벌떡 일어서서 양쪽 겨드랑이에 왜적을 한 명씩 꼈다. 다음 순간 이종인 장군은 왜적을 껴안은 채 남강으로 뛰어내렸다.(p.342~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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