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찾아 떠나는 일본 여행 - 만화에 빠진 30대 오타쿠의 기상천외한 일본 여행기
이지성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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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내에서 나라 시의 한 우체국에서 국장으로 퇴직했다는 부부를 만났다. 맞은편에 앉으셨는데 들고 계시던 책자의 표지 그림이 코난 이었다. “아들이 여행을 준비해줘서 가는 중이야! 정년퇴직해서 그 기념으로. 만화여행 같은 거겠지.”」(p.276~p.277)

 

일본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만화여행을 간다는 것에 적잖게 놀랐다. 정말 만화의 강국이라 불리우만 한 일본의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일본 곳곳에 만화 배경과 캐릭터를 상품화 시키므로써 만화가 하나의 문화이며,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만화를 참 좋아했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했었다. 왜냐면 그 시절에는 만화만큼 재미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도, TV에서 만화하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헤어져 만화를 보기 위해 집으로 향했던 적이 정말 많았었다. 그래서인지 만화는 단순히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이 아닌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있었는데, 점차 커 가면서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만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어쩌면 만화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다 보니 오히려 만화에 대한 무한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더 커져,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더라도 만화에 대한 나의 마음은 좀체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만화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왜냐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만화를 훨씬 더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나의 만화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있다 보니 이 책 또한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궁금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에 하나인 슬램덩크가 제일 먼저 나오게 되어 더 좋았다. 참고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예전에 봤던 슬램덩크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다는 강력한 충동이 일어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면서 삶의 재미를 찾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이 단순히 만화의 배경이나 캐릭터만을 쫓아가다 보면, 실제 여행에서의 큰 부분을 찾지 하는 먹는 재미를 간과할 수 있었는데, 저자는 그런 여행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 곳곳에 맛 집을 소개해 주고 있어 심히 놀랐다. 또한 유명한 명승지가 아닌 만화에서만 나오는 정겨운 장소도 함께 소개해 주고 있어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하다 보니 여러 모로 이 책을 통해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리만족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나중에 기회를 만들어 꼭 만화여행을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한국의 어른들(특히 부모님들)에게 호소하는 부분을 함께 살펴보며 마무리해본다.

 

「본서는 일본 만화와 문화에 빠진 팬들을 위해서라거나 단순히 일본 만화를 동경해 만든 여행서가 아니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경지를 직접 찾아다니는 일본 만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부모들이 만화를 보는 자녀들을 말리지 않았으면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데즈카 오사무, 김수정 작가의 부모가 그들을 말렸다면, 우리는 사랑스러운 포뇨와 아톰 그리고 둘리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p.350~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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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복희 개천기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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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마치 한 편의 공상과학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왜냐면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동안 멍하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이야기를 어릴 적에 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타까움 또한 많이 밀려오게 되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역사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 있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같이 역사에 무지한 사람들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안타까웠다.

 

어떤 분이 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다른 나라는(특히 일본과 중국) 없는 역사도 만들어내고 있는데, 한국은 있는 역사마저 없애려고 한다.’

 

어쩌면 위와 같은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여 저자는 열심히 공부하여 이렇게 책으로 자신이 발견한 한국의 역사가 이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저자가 엄청 멋있고 대단해 보였었다.

 

사실 소설로서 이 책은 크게 짜임새와 작품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도입부를 읽을 때 몰입되는 정도나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조금씩 내가 아는 것이 나오고,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다 보니 어느새 책에 빠져들어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시작해서 언제 책을 다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며, 그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아무튼 이 책은 단순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사실을 제대로 고증할 수만 있다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이며, 또한 엄청난 자긍심을 가지게 되어 세계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장에 대해 나 또한 마음이 동하여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의 조상 태호복희를 반드시 알아야한다. 태극기의 내력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하겠다. 그리고 남북통일이 되면 태극기를 태호복희가 만든 8괘 3태극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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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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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라는 일본작가가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난 그의 작품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보니 정말 재미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도련님”에 대해 읽어보기로 하였다. 최근 들어 소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이 책 또한 잔뜩 기대를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이 일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조금 지나고 나니 오히려 몰입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반 이상 넘어가서는 완전히 몰입되어 감정이 동하는 순간도 가끔씩 생겨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한동안 주인공의 생애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의 성격을 유추해 보고, 그가 말하고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그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면서 이 책이 나의 마음에 훅! 하고 들어온 것 같아 놀라면서도 신기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으면서 내 삶에서도 저런 태도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부분이 있다.

 

「"저는 정말로 숙직 중에 온천에 갔습니다. 그것은 정말 잘못한 일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으니 모두 또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뭐라고만 하면 웃는다. 짜증나는 놈들이다. 네놈들은 이렇게 자신이 잘못한 행동을 사람들 앞에서 잘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으니 웃는 거겠지.」(p.128)

 

주인공의 일관된 모습 중 하나인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주인공은 일관되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아마 그것은 어릴 때부터 생긴 하나의 습관이 아닐까 유추해 본다.

 

주인공의 습관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유추해보면, 주인공의 타고난 성품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당연히 그런 모습을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가면서 그런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인공은 남의 시선보다는 자기에 대한 확신과(남들이 볼 때는 똥고집으로 보여 질 때가 많다) 신념 등이 있었기에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주인공의 모습이 멋져 보여 나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당당하게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빨리 찾아오게 되었고, 그 때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잘못했다고 고백을 하게 되면서 갈등을 크게 겪지 않고, 잘 해결되었던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사실 아주 짧은 순간에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되어 망설여졌지만, 그 때 한창 주인공의 태도에 동화되어 있던 중이라 쉽게 잘못을 인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책을 읽고 아주 빠르게 내 삶에 적용해 본 경우는 거의 없어 어리둥절했지만, 이런 것이 책을 읽는 유익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도련님이라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의 작품은 내 마음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주인공이 세상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보면서,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든가 애송이라든가 하는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든가 또는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과감하게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법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빨간 셔츠가 “하하하하!” 하고 웃는 것은 나의 단순함을 비웃는 것이다. 단순과 진실이 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p.103~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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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경영 - 상 - 상위 1%를 위한 글로벌 교섭문화 백서
신성대 지음 / 동문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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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경영”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처음에는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품격으로 어떻게 경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평소에 별로 하지 못했던 것이라 그런지 과연 품격이 높으면 경영을 잘 할 수 있다는 등식에 대해 궁금함이 들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이 책은 사진이 많아 처음에는 사진 위주로 책 전체를 훑어보았다. 놀라운 건 그 사진 속의 대부분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 이였다. 책장을 넘기며 사진만 보고 있어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잡히는 듯하였다. 나의 이런 예측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제언에서 잘 언급이 되어 있었다.

 

「대통령이란 그 나라 국격의 가늠자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곧 대한민국 품격의 수준이다. 아무렴 국가 최고지도자의 품격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제 얼굴에 침뱉기일 수도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당연히 여기서 다룬 대통령의 품격, 국가의 품격은 비단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에만 해당하는 문제이자 숙제가 아니다. 이전 대통령들도 줄곧 그래 왔고, 앞으로도 쉬이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렴 지도자 스스로 고치지 못하면 국민이 나서서 나무라야 한다. 이정도의 내공도 쌓지 못한 인물이 국민을 대표하고 국가경영을 맡는 일이 다시 없으려면, 예측 가능한 지도자를 뽑으려면 한국사회도 이제는 그 어떤 미사여구나 선동적인 구호보다 품격이 곧 신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p.31)

 

저자가 처음부터 책의 마지막까지 이야기하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글로벌에 맞는 품격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것을 통해 세계 속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등의 품격을 갖추어 표현하는 것이 엄청난 이익과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하나하나 집어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마치 글로벌 품격에 대해 일대일 개인과외를 받는 듯하여 엄청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글로벌한 품격을 보여야 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라는 것 이었다. 앞으로 내가 고위직에 오르거나 회사를 글로벌하게 운영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쉽지 않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다보니 잠시나마 우울해졌다. 이런 나의 우울한 기분도 잠시, 내가 고위직에 오르거나 글로벌한 회사를 운영하는 위치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어 그들이 글로벌한 품격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한 기분은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없어져 버렸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듯 세계열강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이 서로를 인정해주는 품격을 갖추게 됨으로써 우리의 국격도 높이고, 또한 우리의 이익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생길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글로벌 품격의 정품격인 프랑스식 품격이 서양 사람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익힐 수 있는 것이라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인들은 세계 다른 어떤 민족들보다 뛰어난 민족이기에 글로벌한 품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필요성만 잘 이해하고 흡수한다면 글로벌 인재로서 분명히 앞장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한국인의 민족혼과 역사를 통한 자긍심, 세계인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품격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면 글로벌 리더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옆에 두면서 하나씩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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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 구한말에서 베트남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2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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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왜 역사에 대해 그동안 관심이 없었지?’였다. 내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37년 넘게 살아오면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생각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상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내 주위에서는 역사에 대해 공부해야 됨을 강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 이유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들 먹고 살기 바빠 책을 볼 여력이 없으니 당연히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줄리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가 머리말에 한 이야기를 보게 되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해방 후 한반도 남단에 민족반역자들이 득세하면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일이다. 친일 세력이 친미파로 둔갑해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을 뒷받침하면서 이 사회의 정의는 증발해버렸다. 그 후손들은 조상의 부와 권력에 힘입어 고등교육을 받고 다시 우리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해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p.5)

 

대부분의 서민층에 해당되는 우리로서는 먹고 살기에도 힘겨워하고 있으니, 책을 읽거나 역사에 대해 운운한다는 것은 그저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것 같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자연히 역사인식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역사인식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뒤늦게 역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임에 있어 재미있고 뿌듯해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사를 하나씩 알아감에 따라 안타까움에 가슴이 답답하고, 나중에는 화가 나고 분노가 쌓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열정만 가지고 평화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물론 틈나는 대로 내 주위사람들과 정치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욕을 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끔 노력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또 아직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얇은 지식이지만, 주위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권면해 보기도 하였지만 이것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때로는 좌절되기도 하였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은, 소수이지만 나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진 인생의 선배들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역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깨달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와중에 책을 읽다보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편지 쓴 것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아졌다.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에게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가 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p.98~p.99)

 

어찌 어머니가 아들보고 ‘죽어라’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 심한 말 아닌가 라고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어머니의 애국심이 아들의 애국심 못지않다는 것을 깨달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여자들은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는 것도 별로 없었겠지만, 그 정신만은 학자나 유림 못지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는 지식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와 같은 정신들을 보고 배워야하는 것 같다. 아마 이런 나의 생각들이 김구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의 이야기를 보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들로 인해 의식화되기 시작했지만 곧 아들을 다스릴 수 있는 덕과 도량을 겸비한 곽낙원 여사. 그 어느 성현의 어머니보다 위대한 것은 아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p.125)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또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진실이나 착한 사람, 나쁜 사람들을 밝히는 것만을 위해서도 역사를 공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선조들의 위대하고 훌륭한 정신”을 계승받기 위해서이다. 한국인으로서 그런 정신을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선조들의 위대하고 훌륭한 정신이 마음에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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