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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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SF·판타지 소설을 내가 찾아서 읽어 본 기억이 거의 없을만큼 특별히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책 띠지에 적힌 '세계환상문학상 수상, HBO 드라마화!'라는 글귀로 궁금해져서 읽어 본 책인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직후, 어머니는 방에서 흐느끼며 뛰쳐 나와 벽에 몸을 던졌다. 그때 이제 내가 달라지겠구나 하고 알았다. 내 안의 불길을 다시는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 순간 알았다. 그날 나는 다른 존재가,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되었다. 그 후에 벌어진 모든 일이 그 순간 시작되었음을 이제는 안다. (p13)

이 책의 첫장에 적힌 위의 문장들로 이 책에서의 '나'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의 이름은 온예손우인데 이름의 뜻이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이다. 즉, 주인공의 이름이 책의 이름이다.

책의 초반에 11세의 여자아이들이 할례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그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지가 책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서 이 부분은 읽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런 끔찍하고 고통스런 할례가 아직 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게 참 야만적으로 느껴진다.

온예손우는 이 할례를 받고 나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힘. 즉 마법사로서 이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오갈 수 있는 힘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판타지 소설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잘 믹스가 되어 있어서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나도 6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중간중간에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런 장르의 책은 빠져서 읽게 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읽게 되는구나.. 싶고. SF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도 궁금하다.

앞으로 가끔씩 서점의 SF 판타지 코너를 기웃거리는 내가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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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내 감정을 똑바로 보기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박한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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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관심 갖고 있던 책이다.

일곱 발자국은 가까운 거리를 말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거리를 말하는 걸까?

물론 일곱 발자국이라는 표현은 '내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 있어서 가장 적당한 거리'라는 의미로 쓰였겠지만, 그 거리가 얼마큼인지 알고 싶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은 진짜 내 마음은 무엇일까?

어제는 이런 마음을 갖고 있던 내가, 오늘은 그와 반대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며 어떤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진짜 내 마음을 따라가는 것인지... 정확히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설명대로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이해하고, 이해한 대로 행동하고, 그래서 변화되고... 이렇게 되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멈추어 책의 내용들을 떠올려보며 내 감정들을 토닥이고, 연습하고,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었던 부분이 참 많다. 나중에 어쩌다 생각이 나면 꺼내 볼 생각에 오늘도 그 문장들을 옮겨 놓는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불안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입니다(천사는 모르겠습니다만).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불안을 담당하는 중추는 뇌의 아주 깊은 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불안을 의식으로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모든 정신적 고통은 불안과 관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3)

 

 

그렇다면 불안을 적당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단 건강하지 못한 불안의 원인과 그 반응의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안장애 시 흔히 하는 인지행동요법은, 불안을 느끼지 않는 치료가 아니라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는 치료입니다. (p27)

 

"우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감각에 대한 무능력이며, 우리의 육체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은 슬픔을 경험하는 능력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쁨을 경험할 능력도 없는 것을 말한다. (p31)

 

'슬픔'은 우리에게 큰 삶의 의미를 줍니다.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될 뿐 아니라, 삶의 목적과 방향이 재설정되며, 모든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쁨'이 주지 못하는 것들이죠. 어린 시절에는 '맛있는'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어른이 되면 '맛없는' 인삼도 좋아하게 됩니다. 인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맛없는' 인삼을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슬픔'에 대해서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을 껴안아야 합니다. (p37)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평판이나 인식도 중요하지만, 세간의 평가에만 맞추며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의 시선으로 너무 힘들다면, 재면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다면 사람들 시선은 견딜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죠.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책이 현대 한국 사회에 큰 공명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p45)

 

조언자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조언자가 누굴까요? 배우자? 친구? 아닙니다.

바로 그 대상은 바로 자신의 지난 경험입니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몇 가지 경험적 원칙을 세우고, 그러한 결정을 내린 과거의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결정이 나 자신의 결정보다 옳을 이유가 없습니다. (p58)

 

 

행복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결가가 아니라, 행복감을 이루는 목적을 달성할 때 느끼는 짧은 성취감에 가깝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 추구권입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의 조건보다는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합니다. 행복은 어제 먹은 맛있는 음식과 같아서 오늘의 나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p71)

 

강박성 성격을 가진 사람 중 상당수는 '강박'을 벗어나야 한다는, 역설적 '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물론 과도한 강박성으로 자신과 주변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박성은 그렇게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자신과 가족, 주변의 삶을 크게 훼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강박성은 스스로에게 조금 '유연하게' 허용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p83)

 

회피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꼭 필요한 대인 관계나 자기주장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회피성 성격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본인 스스로 자신에게 낮은 점수를 줄 이유는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p91)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모든 인간이 공유한 보편적 속성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페이스북은 10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지 못했겠죠. 다들 자신의 일상을 '보다 아름답고', '보다 인상적으로' 보여 주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끝없이 향상되는 원동력입니다. (p117)

 

불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는 불안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그럴 가능성이 없습니다. 물론 병적인 불안이라면 얼른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적당한 불안과 건강한 염려라면 역설적으로 우리 삶의 쓴 보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p167)

 

거짓말은 옳지 않은 행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거짓말은 아주 중요한 발달적 과제이자 인지적 능력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견 순수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는 아이입니다. (p214)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진심'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늘 자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즉 '다이몬'의 경고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플라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목소리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일러 주지는 못하지만, 가지 않아야 할 방향은 경고해 준다고 했죠. 다시 말해서 자기부정을 통한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18)

 

아무리 그래도 최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닙니다만,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가라앉습니다. 여러 의견을 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일단 어떤 식으로는 판단을 내리면 그 판단을 고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배심원이 첫 판단을 그르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8시에 시작되는 야기 경기였죠. 얼른 경기를 보고 싶으니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봅니다. (p229)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박적인 스케줄이 지배하는 기차를 잠시 세우고 역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간이역에도 느긋하게 정차해 보세요. 종착역에 도착하면 삶이라는 여행은 바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앞으로 남은 기차역이 적을수록 각각의 역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그동안 가득 실어 나르기만 하던 화물칸을 활짝 열어 좁은 객실에 갇혀 있던 승객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삶이라는 이름의 기차는 편도만 있습니다. 지금 지나는 역을 놓치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합니다. (p251)

 

 

자신의 좁은 주장과 식견을 내세워서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생각을 공박하는 일을 흔히 봅니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다른 이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 욕하고 비난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볼 때 '옳은 생각'이라고 해서 '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 우대하고 편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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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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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단 네권의 소설을 남긴 W.G 제발트는 많은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로, '제발디언(Sebaldian)'이라는 용어가 생길만큼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추종자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작가의 이름을 들어 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가의 책이라면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읽게 된 『이민자들』.

「헨리 쎌윈 박사」 _ 기억은 최후의 것마저 파괴하지 않는가

「파울 베라이터」 _ 어떤 눈으로도 헤칠 수 없는 안개무리가 있다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_ 내 밀밭은 눈물의 수확이었을 뿐

「막스 페르버」 _ 날이 어둑해지면 그들이 와서 삶을 찾는다

이 책은 고향이 모두 유럽인 네명의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이렇게 네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 뒤의 두편은 단편 치고는 좀 길다.

이 책이 좀 특이하다고 느낀게 중간중간 흐릿한 흑백 사진들이 들어가 있어서 책을 읽는 중에 '이게 소설이 맞나?' 싶은 생각도 잠깐씩 들었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제발트는 이 작품 속 인물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다고 한다. 언젠가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살았던 곳들을 찾아가본 것이다. 물론 제발트가 서술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일체의 값싼 허구화의 형태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나의 매체는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제발트의 작품에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p315

제발트의 다음 책으로 『토성의 거리』를 읽을 예정인데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멜랑꼴리'적 역사철학 의식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멜랑꼴리적 역사철학 의식이란 어떤것인지 궁금해서 읽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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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이상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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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라는 스포츠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야구의 룰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야구장의 분위기가 좋아 친구들과 고작 몇 번 야구장을 가 본 경험이 다다.

티비에서 하는 축구 경기는 봐도 야구 경기는 보지 않을 만큼 야구 무식쟁이인데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라는 책 제목과 책 겉표지에 적힌 "얼지 않는 열정으로 녹지 않는 꿈을 향해 그들이 던진 것은 단순한 야구공이 아니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그들은 희망을 던졌고, 그들이 쳐낸 것은 온갖 역경과 불가능이었다!"라는 문장을 읽고는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결혼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퇴사를 하고 지방으로 이사를 온 후 몇 달간의 휴식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잠깐 자격증 공부를 했었는데 그 공부를 접고 결국 내가 그동안 해왔던 업무인 해외영업의 일이 다시 하게 되었다. 경력을 단절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 일이라 다시 시작했지만 이 일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이것도 생각해보고 저것도 생각해보지만 늘 '잘 되기 힘든 이유들'이 그 시작에 발목을 붙잡는다.

이건 이래서 힘들 거고, 저건 저래서 힘들 거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그 어떤 것도 시작하지 못하겠는 마음의 상태일 때 이 책을 만났다.

야구선수. 막연히 알고는 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인내해야 하는 일들과 상황들이 많았을까.

무슨 일을 하다가 힘들면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던 경험이 많았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역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그동안의 나의 노력들이 얼마나 부족했었는지 깨닫게 만들어 준 이 책.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이 부러워 책의 페이지 끝을 접고 또 접어가며 그렇게 책을 읽었다. 누군들 처음부터 쉬웠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것이 말이다.

이러한 인내심과 그들의 성공은 다른 누가 준 것이 아니고 온전히 그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도 스스로를 단련시켜 내면이 더 강인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만들게 한 책이다.

인간인 이상 고통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불만스러운 현실 때문에 힘들고, 상실감에 슬퍼하며 때론 열등감에 아파한다. 야구와 인생의 닮은 점 중 하나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면 한 번쯤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특별한 비결도 없다.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만날 수 있다.

머리글 p7

그에게 야구는 현실이자 꿈이었는데 그 꿈을 내려놓은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답을 들려주었다.

"야구를 그만둔 것뿐이지 그것이 내 삶의 모든 꿈을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우리 삶에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듯이 내 꿈도 이별을 통해 더 값진 꿈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금껏 야구를 통해 배운 수많은 경험과 교훈은 내가 또 다른 꿈을 향해 가는 데 분명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최단명 메이저리거 그린버그가 남긴 교훈」 p13

빅 리그 데뷔 6년 만에 사이영 상을 수상한 슈어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타자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래서 평소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마운드에 오를 때에는 항상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는데 그런 점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성공비결을 털어놨다.

「장애를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슈어저」 p21

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한 슈어저는 밀려드는 슬픔을 뒤로한 채 곧바로 팀에 합류해 다음 등판을 준비했다. 디트로이트 구단은 슈어저에게 '등판을 걸러도 된다'며 '필요하다면 휴가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슈어저는 "동생의 죽음 앞에서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전보다 더 열심히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슈어저가 장례식에 참석하고 등판했을 때 팬들은 전보다 더 열심히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눈물과 박수로 슈어저를 격려했다. 실제로 슈어저는 그해 동생이 자살하기 전까지 6승 4패 평균자책점 5.17로 부진했다. 하지만 동생이 자살한 뒤에는 10승 3패 평균자책점 2.72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줬다. 슈어저가 전보다 더 집중하고 열심히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현실과 타협하거나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늘 야구가 고팠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항상 충실한 삶을 살았으며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더라도 거기에 만족하거나 그것으로 내 한계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따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결코 좌절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나는 늘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으며 노력했습니다."

필자는 이디어와의 인터뷰 말미에 '방황하거나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무엇을 하든지 현재 위치나 실력에 연연하지 말고 그 이상으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면서 꾸준히 노력하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안드레 이디어, 열등생이 이룬 1억 달러의 기적」 p38

언제나 스타일 것 같았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몰락하기도 하고 반대로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가 스타가 되는 일도 있다. 특히 무명 선수가 빚어낸 인생역전 스토리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야구 팬들로 하여금 인생이란 경기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안드레 이디어, 열등생이 이룬 1억 달러의 기적」 p40

알투베는 이어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키가 작다고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필드에서 야구를 할 때도 내가 작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항상 다른 선수들과 동등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최단신(165cm) 알투베가 이룬 기적! 」p70

실제로 마틴은 필자와의 인터뷰 전 베테랑 선수임에도 필드에서 누구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며 경기를 준비했다. 마틴에게 이 점에 대해 언급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배움의 끝이 어디 있겠는가? 날마다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배움의 끝은 우리의 생이 마감될 때 비로소 끝나는 것 아니겠나.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다"며 겸손해했다.

「흙수저 러셀 마틴, 성공은 아버지의 헌신 덕」 p175

"남들보다 길었던 마이너리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 잘 알겠지만 나는 마이너리그에서 무려 7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자주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던 아픔을 이겨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려웠던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을성과 인내가 필요했다."

「계약금 500달러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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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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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DB에는 저자가 구병모, 김애란, 서유미 작가님만 보이는데 총 작가는 여덟 분이시다.

김애란 작가님, 구병모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의 글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라 마음이 갔던 책이었는데 책 안의 저자 소개를 보니 다른 작가님들이 집필하신 책 제목들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던 책들이다.

 

 

요즘 내 눈에 들어오고 있는 책인 『가만한 나날』을 쓰신 작가님이 김세희 작가님이시구나.. 단편 『가만한 나날』이 이 책에 실려 있다는 것을 알고 뭔가 땡잡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책에 대한 기대감은 처음보다 더 커지고, 가장 먼저 머리말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의 머리말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다른 책들의 머리말과는 좀 다르다.

이 책이 어떤 목적으로 출간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니 우리 작가님들과 이 책을 펴 내기 위해 일 년이란 시간 동안 고생하셨을 분들의 마음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이상한 감정이 찾아온다.

머리말을 옮겨 적기는 또 처음인듯한데 그래도 내 마음을 건드렸던 문장들이니 옮겨본다

 

 

문학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텍스트입니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 개인의 삶과 당시 사람들의 욕망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지도가 바로 문학입니다. 문학을 삶의 안내서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문학이 가진 본질적인 기능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을 엮은 사람들은 모두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중략)

이 시대의 사람들은 노동을 공부하고 있을까. 물론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질문은 좀 더 좁혀졌습니다. 그렇다면 문학 수업을 통해 노동을 공부할 방법은 없을까. 그러니까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간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것을 가르치지 않았을까."

 

 

취업 문제는 연일 뉴스의 톱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노동 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진다고 합니다. 누구나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은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조금 덜 가르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의 내밀한 속살을 보여 주고 그것이 이 세계와 어떤 고리로 얽혀 있는지 조금 더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이유입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제자들과 함께 '일'을 화루도 진정한 보충 수업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텍스트로 삼고,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할지. 이렇게 엮은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졸업한 우리의 제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어 줄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고 토론이 오고 갔습니다. 글을 썼다 지우고, 집었던 작품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내려놓는 일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 책은 문학을 업으로 삼은 평론가들과 출판 관계자들에 대한 섭섭함에서 출발했습니다. 젊은 세대와 함께 읽을 만한 제대로 된 노동 문학 선집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오래된 서고를 뒤져 깊은 잠에 빠진 70~80년대의 노동 문학을 끄집어내는 것은 주저되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세상은 청춘에게 더 가혹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와 목적들로 1년이란 시간을 거쳐 이 책은 세상에 나왔다.

이런 작가님들과 출판 관계자들이 계시다는 것이 내가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아주 조금은 든든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지게 만든다.

 

 

「어비」 _ 김혜진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비를 못마땅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뭐랄까. 어비에겐 늘 사람들을 밀어내는 기운 같은 게 있었다. 여기까지라고 금을 그어 놓고 내내 그 경계를 지키는 데 필사적인 사람 같았다. 그게 뭐든 일단 가까이 오려고 하면 고개부터 저었다. 그런 반응이 사람들을 물러서게 하고 위축시키고 괜한 짓을 했다고 자책하게 만든다는 걸 생각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p18

 

 

아닐걸요. 걔 일은 잘했잖아요.

그렇게 중얼거렸는데 팀장이 짜증을 냈다.

일만 하면 그게 잘하는 거야? 도대체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팀장이 한마디 더 했다.

종일 일만 하면 그게 잘하는 거야? 일만 하면 되나? 일만 하면 돼? p23

 

 

다들 말로는 부탁이라고 하고 아주 당연하게 사람을 부렸다. 나는 몇 정거장 떨어진 도서관에 가서 대출 기한을 넘긴 책들을 반납했다. 주문서와 영수증을 들고 백화점 여러 군데를 돌며 주문한 물건을 찾고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과 신발을 교환했다. 견인된 차를 찾으러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차량 보관소까지 간 적도 있었다.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이렇게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가까워질 테고 그러면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 있겠지. 일다운 일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p34

 

「가만한 나날」 _ 김세희

게다가 내가 지금껏 뭔가를 사고 찾을 때마다 검색해 참고했던 블로그 후기들도 죄다 업체를 통해 작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털의 로직을 알면 알수록, 일반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글이 상위에 노출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맛집이나 병원처럼 사람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일수록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검색하고 참조하기 때문에 시장이 되는 것인데, 시장이 되면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정보는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다.

이것이 경제구나.

나는 세상의 이치를 목도한 사람처럼 약간의 경이로움과 체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p51

 

 

동네 슈퍼 진열대에는 치약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이 중에 목록에 없던 게 뭐더라.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는데, 문득 피로가 몰려왔다. 검색된 것은 미백 기능성 치약 후기들이었다. 전부 광고였다.

이놈의 쓰레기 포스팅들 진짜 짜증 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작게 웃었다. p64

 

 

「기도」 _ 김애란

문화상품권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란 게 얄팍하고 보잘것없으리란 걸 알았지만, 실직자가 갖는 하루분의 자책감 정도와는 교환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p79

 

 

도서관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났을 때도 서로 같은 처지라 어색하고 불편했다던데. 그 먼 노량진에서도 동창 몇을 더 봤다고 한다. 언니에게 꽃 같은 20대를 칸막이 안에서 보내는 것보다, 지인들의 환한 안부보다, 자신이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소읍의 추상적인 '시선'이 더 곤욕스러운 듯했다. 시골의 무책임하면서도 집요한 시선 말이다. 한 아저씨는 합격자 발표가 날 때마다 우리 집에 들러 꼬박꼬박 결과를 물어 왔다. 이미 소식을 들었으면서도 부러 집까지 찾아와 "어떻게 됐나?" 물었고, 한참 자식 자랑을 한 뒤 사라지곤 했다. 언니의 얼굴은 어른을 대하는 예의와 낭패감, 미소, 수치심이 섞여 형태를 갖추지 못한 반죽처럼 흔들렸다. 명절 때도 친구 결혼식 때도, 비슷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p82

 

 

우리는 찌푸린 눈으로 지도를 살피며 헌책방을 돌았다. 이 책방에서 갸웃거린 뒤 저 가게로 가고, 책이 다 나갔다 싶어 또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불현듯, 그리고 부끄럽게 서울대학교 근처 헌책방에서는 9급 공무원 책을 팔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국가 고시 문제집 중 사법·외무 고시를 비롯해 5급·7급 공무원 책은 많았지만, 9급 관련 교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불찰과 빈손을 어찌할지 몰라 서둘러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그곳을 빠져나왔다. p85

 

 

- 어디야?

나는 다 왔다고 한다. 언니가 일러 준 대로 역 앞 정류장에서 5515번을 탄다. 버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인데, 왠지 모르게 그들 모두가 서울대학교 학생처럼 느껴진다. 존경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존경심이 일어난다. p86

저 아래 서울이 있다. 멀리서 보는 서울은 어딘가 더 가난해 보인다. 혹은 가난하기 때문에 멀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p94

 

 

다른 글에 대한 밑줄긋기는 다음에 다시 옮겨 적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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