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내 감정을 똑바로 보기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박한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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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관심 갖고 있던 책이다.

일곱 발자국은 가까운 거리를 말하는 걸까, 그렇지 않은 거리를 말하는 걸까?

물론 일곱 발자국이라는 표현은 '내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 있어서 가장 적당한 거리'라는 의미로 쓰였겠지만, 그 거리가 얼마큼인지 알고 싶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은 진짜 내 마음은 무엇일까?

어제는 이런 마음을 갖고 있던 내가, 오늘은 그와 반대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며 어떤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진짜 내 마음을 따라가는 것인지... 정확히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설명대로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이해하고, 이해한 대로 행동하고, 그래서 변화되고... 이렇게 되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멈추어 책의 내용들을 떠올려보며 내 감정들을 토닥이고, 연습하고,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었던 부분이 참 많다. 나중에 어쩌다 생각이 나면 꺼내 볼 생각에 오늘도 그 문장들을 옮겨 놓는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불안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입니다(천사는 모르겠습니다만).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불안을 담당하는 중추는 뇌의 아주 깊은 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불안을 의식으로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모든 정신적 고통은 불안과 관련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3)

 

 

그렇다면 불안을 적당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단 건강하지 못한 불안의 원인과 그 반응의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안장애 시 흔히 하는 인지행동요법은, 불안을 느끼지 않는 치료가 아니라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스스로 통제하는 치료입니다. (p27)

 

"우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감각에 대한 무능력이며, 우리의 육체가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은 슬픔을 경험하는 능력이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쁨을 경험할 능력도 없는 것을 말한다. (p31)

 

'슬픔'은 우리에게 큰 삶의 의미를 줍니다.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될 뿐 아니라, 삶의 목적과 방향이 재설정되며, 모든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쁨'이 주지 못하는 것들이죠. 어린 시절에는 '맛있는'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어른이 되면 '맛없는' 인삼도 좋아하게 됩니다. 인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맛없는' 인삼을 '맛있게' 먹는 것입니다. '슬픔'에 대해서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을 껴안아야 합니다. (p37)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의 평판이나 인식도 중요하지만, 세간의 평가에만 맞추며 살아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의 시선으로 너무 힘들다면, 재면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다면 사람들 시선은 견딜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죠.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책이 현대 한국 사회에 큰 공명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p45)

 

조언자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조언자가 누굴까요? 배우자? 친구? 아닙니다.

바로 그 대상은 바로 자신의 지난 경험입니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몇 가지 경험적 원칙을 세우고, 그러한 결정을 내린 과거의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결정이 나 자신의 결정보다 옳을 이유가 없습니다. (p58)

 

 

행복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결가가 아니라, 행복감을 이루는 목적을 달성할 때 느끼는 짧은 성취감에 가깝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 추구권입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의 조건보다는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합니다. 행복은 어제 먹은 맛있는 음식과 같아서 오늘의 나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p71)

 

강박성 성격을 가진 사람 중 상당수는 '강박'을 벗어나야 한다는, 역설적 '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물론 과도한 강박성으로 자신과 주변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박성은 그렇게 파괴적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자신과 가족, 주변의 삶을 크게 훼방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강박성은 스스로에게 조금 '유연하게' 허용해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p83)

 

회피성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꼭 필요한 대인 관계나 자기주장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는 회피성 성격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본인 스스로 자신에게 낮은 점수를 줄 이유는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p91)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은 모든 인간이 공유한 보편적 속성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페이스북은 10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지 못했겠죠. 다들 자신의 일상을 '보다 아름답고', '보다 인상적으로' 보여 주려고 합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끝없이 향상되는 원동력입니다. (p117)

 

불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는 불안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그럴 가능성이 없습니다. 물론 병적인 불안이라면 얼른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적당한 불안과 건강한 염려라면 역설적으로 우리 삶의 쓴 보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p167)

 

거짓말은 옳지 않은 행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거짓말은 아주 중요한 발달적 과제이자 인지적 능력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견 순수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는 아이입니다. (p214)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진심'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늘 자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즉 '다이몬'의 경고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플라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목소리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일러 주지는 못하지만, 가지 않아야 할 방향은 경고해 준다고 했죠. 다시 말해서 자기부정을 통한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18)

 

아무리 그래도 최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닙니다만,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도 가라앉습니다. 여러 의견을 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일단 어떤 식으로는 판단을 내리면 그 판단을 고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배심원이 첫 판단을 그르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8시에 시작되는 야기 경기였죠. 얼른 경기를 보고 싶으니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봅니다. (p229)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박적인 스케줄이 지배하는 기차를 잠시 세우고 역 주변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간이역에도 느긋하게 정차해 보세요. 종착역에 도착하면 삶이라는 여행은 바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앞으로 남은 기차역이 적을수록 각각의 역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그동안 가득 실어 나르기만 하던 화물칸을 활짝 열어 좁은 객실에 갇혀 있던 승객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삶이라는 이름의 기차는 편도만 있습니다. 지금 지나는 역을 놓치면,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합니다. (p251)

 

 

자신의 좁은 주장과 식견을 내세워서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생각을 공박하는 일을 흔히 봅니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다른 이의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 욕하고 비난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볼 때 '옳은 생각'이라고 해서 '그 생각을 가진 사람'까지 우대하고 편애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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