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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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에세이. 사회적 시스템과 학문적 정당성에 대한 고민, 정신과적 치료와 치유의 갈림길, 한 사람이 회복되기까지 미치는 사회적 영향 등 한 사람의 인생이 상처받고 아무는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깊고 어두운 주제 같지만 결국은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며, 사례들을 통해 다양한 상처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나아갈 방법을 알려준다.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나아졌는데도 제때 병원을 나오지 못해 결국 치유된 삶을 살 기회를 잃거나,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힌 의료진들에 의해 더 큰 정신적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정신병원이 치료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정신과도 오랜 기간 쌓여온 학문이 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환경, 문화, 개개인의 사고 방식도 변화했고 이에 따라 언제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실제로 정신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이런 행동은 문제 행동이라고 책에 나와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과잉으로 약을 처방하고 그것이 다른 신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인에 맞지 않는 상담법을 도입해 내담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감정적 낙인 또한 마찬가지다. 사별을 통해 슬픔을 겪는 사람을 언제까지나 그런 사람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 사람도 슬픔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고, 외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같은 시각으로 한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면 슬픔을 유지시키는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슬픔을 예술로 승화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예술을 새 삶을 시작할 도움닫기로써 시작하는 것도 우리 삶의 긍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어릴 적 엄마의 정신적 고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 삶에 노출되고 상처를 받으며, 정신병동에서의 삶이 과연 치료에 도움이 될지 끊임없는 관찰을 해온 작가. 작가는 많은 길을 돌아갔지만 결국은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가족을 이루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치유의 과정과 속도는 다르겠지만, 작가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정신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왜 긍정적 마음의 씨앗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지를 상기하게 된다. 또한 문학과 삶을 엮어 회고, 문학과의 교차, 비평이 어우러지도록 씌어진 이 에세이는 읽기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정신적 고통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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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 지구의 마지막 세대가 아니라 최초의 지속 가능한 세대가 되기 위해
해나 리치 지음, 연아람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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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편협한 지식 수준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보던 태도를 고치고, 정확한 현실을 판단하는 자세를 갖기를 권하고 있다. 저자 또한 과거에는 어떤 것이 특별히 나쁘다, 이것만 없애면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와 같은 주장을 믿었으나, 수많은 논문과 저널을 탐독하고 우리가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통계에 기반하여 계산해 우리가 해결할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가장 놀라웠던 논리전개는 바로 팜유 문제였다. 우리는 모두 팜유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팜유가 차지하는 토지면적을 봤을 때 기타 종자유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팜유를 100% 없애고 종자유만 남겨놓을 경우 오히려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토양을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기농도 마찬가지로 섣불리 정책으로 밀어붙였다가 채소값이 폭등해 고생했던 스리랑카의 예를 들며 좋다고 생각했던 방법이 항상 옳을 수는 없음을, 그저 단순하게 환경보호를 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었음을 일깨운다. 종이빨대도 마찬가지다. 어떤 솔루션을 적용하기 전에는 '정말로' 문제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예를 들어 팜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면 친환경 인증제를 추가해 환경파괴가 덜 한 팜유만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원 배분과 환경보호를 모두 해낼 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몇 도 이하로 지구 온도를 내리지 못했으니 우리는 이제 모두 큰일이며, 토양의 질이 떨어지고 곤충이 죽고 있으니 우리의 농업은 한 세기 안에 망한다는 등의 주장들에 대중들이 두려움을 갖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술을 발전을 통해 산업시대보다 획기적으로 오염물의 방출량을 줄였고 토양의 질 문제도 기존 주장에 근거가 부족함이 확인되었다. 저자는 그런 주장에 휩쓸려 환경보호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이 바로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본다. 냉철한 시각으로 자료를 분석하더라도 어쨌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야 향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분석력과 낙관적인 마인드는 함께 필요하다.


6번째 대멸종을 겪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질 시간에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일상 속 소소한 환경보호 행위(화석연료 덜 쓰기 등)를 실천할 의지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적은 정보로 쉽게 선동되지 않고,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법이 조금 복잡하더라도(복잡한 게 당연하다) 에너지의 사용자의 편의성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작의 제목이 Not the end of the world 인 만큼, 조금 번거롭고 머리 아프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세상은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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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로 살고 싶은 당신에게 - 감정·관계·존재를 리셋하는 심리학 안내서
시몬 김 지음 / 성안당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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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며,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꼈던 것들에 대한 상담심리학자인 작가의 이야기. 인간은 어떠한 결핍이 생겼을 때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벌이다가 그것에 집착하기도, 때로는 모든 성취 이후 공허해하기도 한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목적이고 목표가 되었을 때 찾아오는 후폭풍은 만만치 않으며,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상담을 받는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끼멊이 조언하고 위로하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말을 해주는 작가의 품성이 느껴진다. 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함께 찾아나가며 얽매였던 실타래를 끊고 새롭게 시작할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직장에서의 강박, 집에서도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부담을 줄이고 세상은 나 없이도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삶을 대하는 무거웠던 태도를 가볍게 뱌꾸어주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상담에 난항을 겪는 경우는 대부분 현 상태에 대한 '인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인데, 일단 인정하는 단계를 넘어가면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듯 하다. 인정이 바로 의지의 영역이고 의지 없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삶을 가꾸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작가의 상담 이야기를 통해 더 잘 깨닫게 된다. 


개인의 삶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얻는 깨달음을 통해 나에 대해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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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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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며, 보고 느낀 것들을 춤추는 글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창조해내는 힘을 가졌다. 일반적인 작가들과는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달라 다양한 언어의 세계를 파고들며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문학에서 느꼈던 문체에 일본 소설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책 자체는 에세이인 것 같지만 픽션, 자신의 생각, 상상, 경험들이 어우러져 다와다 요코만의 유니버스를 구성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실제로 독일에 살고 있고, 독일 문학계에도 알려져 있는 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를 모두 사용해 글을 쓰는데, 독일어의 특성인 사물 성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다. 일본은 사물에 따로 성별을 붙이지 않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독일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단어 하나하나가 길고 발음이 어려워서도 있지만, 여성형 남성형 명사 등 우리에게 아예 없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언어를 새로 배운다는 관점에서는 굉장히 투덜거릴 부분이겠지만, 다와다 요코는 각 단어별 특성을 파고들며 언어의 차이와 문화 차이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번역가 최윤영 교수는 이 작품에 나왔을 때부터 국내에 출간하기 위해 기획과 번역을 맡았는데 중간에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개역 증보판을 출판하게 되면서 옮긴이의 말과 생각에 관한 글도 함께 풍성해졌다. 에세이적인 사유란 무엇인지, 다와다 요코가 이런 작품을 쓰기까지 문학, 교육적 배경은 어땠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하여, 개정판의 표지가 책 내용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더욱 눈길을 끌고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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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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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써 살았던 저자의 인생은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엤지만 내적으로는 건강이 나빠지고 정신적으로도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거기에 더해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허무함까지 겹쳐지며 더는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발리로 떠난다. 한 달 살기 로망이 있어 동남아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가는 한국에서 겪고 있었던 모든 번뇌를 벗어던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두 달 살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예 한국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떠나 서핑을 즐기며 살고 있는데, 하루 하루 자신의 힘으로 타지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해결하고 현지 음식에 적응하며 살아가며, 불면증과 폭식증을 약 없이 자연스럽게 해결했다. 모든 인간은 평생을 일에만 열정을 불태우며 살 수는 없다. 어쩌면 너무나 바쁘고 여유 없이 살아온 저자에게 이런 시간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건강의 회복과 인생의 전환점을 위해 용기있게 해외로 나간 저자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에서 당연시되었던 편리함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그 불편함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성숙해지고, 삶에 대한 주도권을 스스로 잡아내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아가는 저자의 삶이 앞으로도 밝고 따뜻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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