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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며, 보고 느낀 것들을 춤추는 글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창조해내는 힘을 가졌다. 일반적인 작가들과는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달라 다양한 언어의 세계를 파고들며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문학에서 느꼈던 문체에 일본 소설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책 자체는 에세이인 것 같지만 픽션, 자신의 생각, 상상, 경험들이 어우러져 다와다 요코만의 유니버스를 구성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실제로 독일에 살고 있고, 독일 문학계에도 알려져 있는 다와다 요코는 일본어와 독일어를 모두 사용해 글을 쓰는데, 독일어의 특성인 사물 성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다. 일본은 사물에 따로 성별을 붙이지 않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독일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단어 하나하나가 길고 발음이 어려워서도 있지만, 여성형 남성형 명사 등 우리에게 아예 없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언어를 새로 배운다는 관점에서는 굉장히 투덜거릴 부분이겠지만, 다와다 요코는 각 단어별 특성을 파고들며 언어의 차이와 문화 차이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번역가 최윤영 교수는 이 작품에 나왔을 때부터 국내에 출간하기 위해 기획과 번역을 맡았는데 중간에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개역 증보판을 출판하게 되면서 옮긴이의 말과 생각에 관한 글도 함께 풍성해졌다. 에세이적인 사유란 무엇인지, 다와다 요코가 이런 작품을 쓰기까지 문학, 교육적 배경은 어땠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하여, 개정판의 표지가 책 내용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더욱 눈길을 끌고 손이 가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