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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문실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짧은 단편 소설들이 이어지는 형태로 각 작가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유대감과 애정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각자 가진 온도로 서로를 끌어안는 가족들의 모습들. 이혼 후 귀향해 어머니와 사는 주인공은 생각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어머니의 과거를 떠올리며 공감한다. 그리고 의외로 엄마와 나를 잘 지켜보고 관찰하던 오빠의 티나지 않지만 은근했던 세심함을 느끼며 자신의 과거를 함께 돌아본다. 이해와 공감, 인정을 통해 편안한 가족애를 그려낸다.
장의 이야기는 조금 충격이었다. 공연의 앞자리를 예매해 아버지와 아들이 기쁘게 공연을 보는 모습. 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아들을 잃은 아버지. 그 아들이 가지고 있던 담요를 한시도 떼지 못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담요와 작별은 고하는 과정. 그것들이 모여 상실감이 얼마나 큰 슬픔을 불러일으키는지, 삶이라는 것은 어떠한 한 사건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지 알게 된다. 총기난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면 적어도 아이가 공연을 끝까지 본 후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아이도 노래를 되뇌이며 즐거운 기억을 함께 천국으로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독특했던 이야기는 아버지가 모자가 되는 이야기였다. 툭 하면 모자로 변해버리는 아버지, 그 모자를 찾아나서는 자식들. 왜 모자가 되는 걸까? 모자는 무슨 의미일까. 모자가 됨으로써 사람도 동물도 아닌 무생물이 되는 것인데, 그 순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실에서 몇 분만 도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동물로 변신하는것보다 모자로 변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던 것인지는 작가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참 신선한 전개가 다 있구나 싶다. 그러면서도 그 가족의 이야기가 이질감없이 풀려나가는 게 신기하다.
잘 씌어진 문학작품은 내가 그 작품을 창문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마치 해리포터에서 기억 속을 돌아다니게 해주는 팬시브처럼 내가 그 작품 안을 돌아다니며(주인공의 집 등) 주인공을 관찰하는 기분이 든다. 이 책도 주제는 가족에 관한 것이고 특정한 사고가 아니면 거의 잔잔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데도, 묘하게 현실적이고 실화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엔 가볍게 들었다가 점점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