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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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가 재미있었지만 좀더 인상적으로 뇌리에 박힌 에피소드는 이유리 작가의 <치즈 달과 비스코티>, 그리고 김사과 작가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이다.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는 살짝 광기어린 느낌이었는데, 주인공이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던 계기가 보헤미안 친구로부터 받은 이상한 기운 때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정말로 친구와 일원이 되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이 예술성을 발현시킨 것일까? 결과가 어떻든, 예술성이라는 것은 생각지 못한 계기로 풍성해지기도, 죽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예술성이 발현된 이후에 그녀의 목적지가 막연해졌기 때문에 연기속에서 예술성도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언젠가 또 다른 계기로 그것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치즈 달과 비스코티는 우리도 잘 아는 윌레스와 그로밋을 모티브로 독특한 스토리를 전개한다. 돌과 대화할 수 있다는 주인공은 학창시절 돌이 자신을 던지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쫓아온 학생의 이마에 돌을 던져버린다. 그의 어머니는 심리상담가를 불러가며 그를 고치려 하지만 어쨌든 돌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고, 혼자서 돌과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이 크게 민폐가 되는 일도 아니었다. 어느 날 너무나 외향적인 친구(라고 강조하는) 쿠커의 텐션에 떠밀려 함께 여행을 가는데, 물 속에 애착 돌 스콧을 빠뜨리고 잠수부를 불러 그 돌을 기어이 찾아낸다. 쿠커는 돌에 애정을 느끼는 그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윌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치즈의 방을 향해 날아갔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던 부모는 그를 정신병자 취급했다. 주인공과 애착돌 스콧은 그가 완전히 미친 것 같다며 수군대지만, 그날 밤 보름달을 향해 쿠커가 정말로 로켓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스콧은 심리적인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의 프라이데이 같은 존재일까? 쿠커는 치즈 속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의 상상은 현실이고, 그 아름다운 현실을 잊지 못한 어른들은 다른 어른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게 아닐까? 그가 윌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모든 치즈를 맛볼 수 있어 다행이고 그의 행복을 주인공이(많이 충격 받았겠지만) 이해하게 되어 참 기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독특한 문체였는데 대체적으로 푸르거나 황토빛 필터를 깔고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현실이지만 묘하게 현실이 아니며, 인물들의 끊임없이 움직이는 심리를 제대로 표현한 단편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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