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운 게 아니라 어색한 거야 - 여전히 삶이 어색한 마흔 살의 여물지 않은 이야기
소재웅 지음 / 훈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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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경험하고 그것을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며 헤쳐나가는 한 남자의 에세이. 글은 참 담백했지만 저자가 감당했어야 할 상실감은 잔잔하게 글 전반에 깔려 있었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깨달아갔던 사실들, 인정하고 나면 그저 다름일 뿐이고 이해할만 한 것들 투성이인 생각보다 여유로운 삶들,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래서 선입견과 고집 속에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며 나의 다름도 알고 남의 다름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작가가 겪은 상실감은 분명히 어두운 색의 감정이었겠지만, 주변인들이 보기에 작가가 그것을 생각보다 밝은 모습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양지로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어두운 감정을 희석하고, 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소통이라는 것은 나를 지탱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일지도. 내가 그것을 자발적으로 끊고 한없이 어두운 내면으로 파고들어간다면 마치 혈관이 끊어진 것처럼 죽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작가는 가족들과, 지인들과, 친구들과 과하지 않지만 잔잔한 대화를 지속하면서 뜯겨져 나갔을 빈 공간을 채워넣고 잘 다듬어 가는 과정을 걷는 것 같다. 이외에도 다양한 통찰의 결과들을 보여주는데, 가장 와닿았던 것은 종교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떤 종교든 상관없지만,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 성직자들에 대해 기대하는 바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작가는 종교라는 것을 '뭘 더 하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옳은 방향으로만 살고 싶지만 그건 생각보다 어렵고, 종교를 통해 끝없이 반성하고 회개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려고 애쓴다. 종교는 말과 행동을 통해 옳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사람들은 나침반을 구하고 싶어서 기도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육아를 통해서도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은 딸들과의 흥의 결과 맞지 않지만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말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친근함을 표시하는 것, 동반자와 서로 격려하고 마음을 이해하며 육아를 해나가는 것 등, 일반적이고 소소한 인생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변화를 일으키고 의미를 찾는 과정이 멋지게 느껴진다. 일상에서 감사함을 알고 이해가 생각보다 쉬운 일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 주 업인 만큼 글쓰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것을 하나씩 실천한다면 작가처럼 현재까지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좀더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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