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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평점 :
감정이라는 것은 참 복합적이다. 누구든 스스로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눈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 감정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여유가 없다보니 심연을 바라보지 못하고 계속 수면 위에서 방황하게 된다. 책에서는 감정을 마트료시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왜 느꼈는지 이유를 알기까지는 꽤 많은 수의 껍데기를 까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수치심을 느끼거나 갑작스럽게 눈물이 차오라는 이우가 어떤 기억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된다.
신체화 증상에 대해서도 꽤나 많은 옛말들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배가 꼬이는 것, 엄마 손이 약손인 것 모두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한다. 불안감에 위장이 요동치는 경험은 모두 해봤을 것이다. 신기한 건 피부를 쓰다듬는 감각은 안정감을 준다는 것. 그래서 엄마가 배를 쓸어주거나, 반려견의 털을 쓰다듬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실제로 줄여준다고 볼 수 있다. 감정과 신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정보들을 모은다면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 상태와 기억, 감정 변화에 대해 글을 써보며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때 불안감을 느끼는가? 외로움을 나눌 존재가 있는가? 등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현 상태를 짚고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들이 감정마다 몇 페이지씩 들어있다. 정말로 내 감정을 알고 날 흔들어놓는 무언가로부터 빠져나오고 싶다면, 기억을 끄집어내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질문지를 얻기는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대답을 쓸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폭탄처럼 터지기 전에 내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고, 그것이 감정을 추스르고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자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것 중에서 자기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주변을 신경쓰고, 눈치를 보며, 때론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선택의 구렁텅이로 빠지기도 한다. 그러고선 되돌아오지 않는 선의에 분노하기도, 외로워하기도, 슬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일어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면 어떨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옭아맸던 어두운 기억, 과거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면, 그 독자는 책의 소원대로 잘 변한 것이다. 감정은 괴로운 것이지만 여유를 갖고 마음껏 느끼고 발산한다면 인생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