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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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믿음을 주는 것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룹홈 친구들을 통해 바라보는 이야기. 민서와 설, 솔, 해서는 각기 다른 이유로 그룹홈에서 만났다. 민서는 어릴때 부모님에게 버림받았고, 설과 솔은 낮에는 멀쩡하지만 밤에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그룹홈에 들어왔다. 어른들이 만류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맞지는 않았다며 아빠에게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렇게 돌아가고 주사를 부리던 아빠를 막다가 설은 죽는다. 본인이 돌변한다는 걸 알면서도 술을 마시는 것은 죄가 아닌가? 죄를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생긴 대가가 얼마나 큰지 왜 깨닫지 못할까 피해를 줄까? 이해해주기도 싫은 사람들이 양산해낸 불행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주인공 민서는 그룹홈에서 눈에 띄지 않고 그냥저냥 지내다가 아르바이트를 구해 자립한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상식, 기본개념이 발목을 잡았다. 알바 중 친권을 포기한 아빠의 장례 소식을 듣고 마지막 인사를 한다. 법적으로는 가족이 아무도 없으니 그는 상당히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자기가 포기한 자식이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저승에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해서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임신을 하지만, 임신 8개월차에 그는 사라졌고 결국 솔과 민서의 축복 아래 아기를 낳는다. 책임지지 못할 거면서 8개월까지 왜 끌었고, 왜 사랑의 결실을 내팽개치고 책임감 없이 사라져 그 짐을 엄마가 혼자 짊어지게 한 걸까. 그룹홈으로 보내졌던 해서의 '버려짐'에 대한 아픔은 결국 자식에게 대물림한 것이다. 그 와중에 솔은 할머니의 간병비를 대느라 천오백만원을 민서와 해서에게 빌리지만 결국 갚지 못했고, 자살 시도를 하다가 구조돼 민서와 해서의 뼈 있는 충고 아래 갚아가며 '함께 살아내는' 선택을 한다. 비극 속에서도 천오백으로 기묘하게 얽혀버린 세 명의 그룹홈 친구들. 그룹홈 시절부터 서로 챙겨주려고 노력했던 그들은 어려서부터 경험한 '불신'을 떨쳐내고 '믿음'을 주고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볼 수 있겠다.

18세 이상이 되어 시설을 퇴소할 때 퇴소자들은 500만원을 쥐고 사회에 던져진다. 그 와중에 그 돈을 사기치는 사람도 있다. 전재산이 500인데 100을 사기로 날려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어려서부터 인이 박히도록 책임감, 솔직함, 도덕적 상식을 알게끔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불행이 되물림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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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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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씨가 싱글파파가 되어 프랑스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의 인복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다른 가족들과의 유대, 아들을 예뻐해 주는 이웃들과 어른들의 사랑과 함께했으니 단 둘이서만 살아갔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일본 연예계 소식을 거의 모르기 때문에 (사실 한국것도 거의 관심은 없다...) 그가 누구인지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찾아보았다. 이미 음악, 문학 쪽으로는 대가나 마찬가지인데 책 속에서 자신을 굉장히 겸손하게 낮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도 아들만큼은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진로 문제를 다룰 때는 아들과 굉장히 진지한 논의를 계속한다. 자유의 달콤함을 알지만 그 달콤할 느끼기 까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쓴 맛도 함께 느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 이민자 가정으로써 가지고 있는 걱정, 프랑스라는 나라의 실 거주자로써 느끼는 장단점 등등 가족의 고민뿐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고민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것들이 요리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그는 음식을 '고향'이라고 표현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느끼는 아들에게 그 이유가 바로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 음식을 만약 어디선가 사 먹기만 했다면 고향이라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음식이 고향인 이유는 일본에 뿌리를 둔 아빠가 직접 만드는 따뜻한 요리, 집에서 먹는 요리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영혼을 치유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집안에 온기를 두고 고향의 내음이 스며들게 만들며, 그 밥상에서 아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따뜻함을 선사한다.

보수적인 일본인이라면 (아시아 문화권 공통일지도) 피가 거꾸로 솟을만한 아들의 촌철살인 화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은은하게 주장하며 살아가는 재미있는 아빠 츠지 하토나리.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사랑의 형태가 있음을 느끼게 되고, 츠지 씨의 아들은 참 사랑받는 아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기대'할 수 있는 사람, '의존'할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어쨌든 서로 챙겨줄 마음이 있는 사람. 관계란 무엇인지, 가족이라는 관계가 왜 특별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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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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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영미문화권의 판타지에 익숙해져 있고, 생각보다 우리 고유의 신비로운 존재들, 요괴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요괴어사'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억울한 영혼들을 구하고 죄 지은 영혼을 염라대왕에게 보내는 이야기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요괴와 처음 접하는 요괴를 적절히 섞어 스릴 넘치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영혼들이 원한을 가진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범죄, 재판, 공정성, 한이 서린 피해자 등의 문제와 마주하게 되어, 선과 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원한은 왜 생기는지, 원한이 모여서 얼마나 큰 비극을 만들고 부정적인 존재에게 힘을 부여하게 되는지(분노, 복수심, 폭력 등) 도 느끼게 된다. 정조의 시선과 행동을 통해 해치에 대해 매우 남다른 해석을 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원혼을 성불시키고 악한 혼이나 요괴에게는 벌을 내리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픽션이지만, 똑똑하고 추진력 넘치는 왕 정조의 이미지 덕에 그런 조직을 만드는 것이 수긍이 가고 잘 해낼거라는 기대감까지도 생긴다.


해치는 물을 잘 쓰는 것은 물론 인간으로 둔갑도 하지만 방울을 울릴 수 있는 정조와 요괴어사의 리더 벼리에게는 꼼짝 못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장벽이 느껴졌던 기존 신수들의 무서운 모습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인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 작가의 의도가 잘 보였다.


무술에 능한 백원과 축지법의 신 광탈 듀오의 활약, 옆에 두고 싶을 만큼 탐나는 전술가 벼리, 모든 귀신으로부터 날 지켜줄 것 같은 무령의 금줄 실력 등.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 앞에 그려지는 요괴어사 멤버들의 액션 장면이 화려했다. 귀신들이 구천을 떠돌다가 요괴가 되어버리는 이유가 한이 맺혀서인 만큼, 그들이 한을 품게 되기까지 괴롭힌 사람들의 악행을 보고 있자면 나도 이입되어 화가 나고, 성불하지 못하는 이유에 공감하게 된다. 더불어 원한에 사무친 귀신이 복수를 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끊임없이 반문하게 된다.


동생을 구하려다 죽었는데 자신의 무덤을 돌봐주지도 않는 부모를 원망하며 사는 처녀귀신, 형에게 핍박받고 얼굴의 반이 날아가버린 반쪽이, 자신을 살해해 놓고도 멀쩡히 진사로 살아가는 남자를 죽이려는 홍련 등... 원혼이 생겨난 자리에는 그들을 괴롭힌 악한 사람이 있었고, 악은 그렇게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판다. 이 소설은 그 악의 근원을 없애고자 한다. 직접 복수하는 것보다 요괴어사의 재판을 통해 더욱 확실한 형벌을 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신수의 존재를 통해 신들이 생각보다 인간을 지키려 애쓰고 있으며 우리 또한 그들을 믿고 마음껏 선하게 살아가도 됨을 확인 받는 기분이다. 요괴는 왜 탄생했는지, 그 설화들이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생각해볼 만 하다. 무엇이 절대적인 선이고 악인가? 우리는 단면만 보고 구분해낼 수 있을까? 진정한 선이라는 것은 악으로 넘어갈 충분한 계기가 있음에도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를 지키는 것일까? 요괴들의 이야기로 선과 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요즘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요괴에 관한 콘텐츠가 많이 공개되며 사람들이 점차 우리의 요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요괴어사 같은 소설도 그런 흐름의 한 축으로써 다양한 요괴들의 존재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


아침드라마를 끊듯, 주인공 중 한 명인 무령의 처분을 궁금해하는 상황에서 2권을 기다려야 한다니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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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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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면 굉장히 힙해보이는 10대들의 이야기 같은데, 알고보니 소름이 오싹오싹 돋는 공포물이었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는 책.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지 학교 다닐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첫 화부터 조금 섬짓했다. 학교, 유튜브, 공부 등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요소에 공포라니. 이러다 유튜브 볼 때 한 번씩 생각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왕따 주동 학생이 살해되는 사건도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핫스팟으로 쓰이며 괴롭힘당하는 학생이 D에게 연락처를 건넸을 때, 그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부탁을 과수행한 D는 사람이기는 한 걸까? 괴롭힘을 당하면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권선징악이 실현되서 통쾌하긴 했지만 그것이 '죽음'이 되었을 때 그건 권선징악의 범위가 맞는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학폭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의 매일 죽임당하는 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설정이 가해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는 참 독특한 공간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경찰 등 외부에 알리면 뻔히 처벌 받을 짓을 하고, 그것에 대항해도 단체로 행동하는 경우 결여된 공감능력때문에 괴롭힘이 점점 심해진다. 결국 선을 넘었을 때에야 그것이 끝나고, 그들이 살아가며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폭력 가능성이 추가되면서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는 요즘. 인간 대 인간으로써 예의를 갖추고 싫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을 배우게 하는 것이 그렇게나 힘들어질 일인지, 어쩌다가 시대가 이렇게 변화했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힘들어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것은 학교 괴담 속 귀신이 아니라 그 귀신이 한을 품고 복수를 꿈꾸며, 구천을 떠돌게 만든 가해자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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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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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테마로 한 단편 모음집. 생활 속 어플과 서비스들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기도, 심각해지기도 한다. 아이를 유튜브에 공개하는 부모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걱정어린 시선, 비뚤어진 시선을 다룬 지아튜브 이야기, 얼굴 모르는 후원자에게 비싼 나이키 운동화 한정판을 사달라고 한 후원 학생의 심리 등, 이전에 사회문제로 대두된적 있던 것들을 모티브로 해서 화자의 입으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당근마켓으로 추정되는 중고거래 어플을 쓰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참 신기했다. 일반적인 대화에서 '원탁을 중고거래 했다. 끝.' 정도로 끝날 이야기를 10장이 넘어가는 분량의 글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중고거래 하면서 우리는 크고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하게 되며 처음 보는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주인공의 심리, 중고거래자를 바라보는 시선 등을 좀더 여유있고 깊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톡하다고 느꼈다. 이 책의 단편들은 사람들에게 미디어로 인해 창작되는 스토리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제대로 보여준다. 고전소설에서는 주로 편지를 쓰고 종이책을 읽었던 화자들이, 현대에는 점차 스마트폰을 보고, 어플을 이용하고,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면서 화자 행위의 역사가 흘러가고 있음을,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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