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츠지 씨가 싱글파파가 되어 프랑스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의 인복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다른 가족들과의 유대, 아들을 예뻐해 주는 이웃들과 어른들의 사랑과 함께했으니 단 둘이서만 살아갔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일본 연예계 소식을 거의 모르기 때문에 (사실 한국것도 거의 관심은 없다...) 그가 누구인지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찾아보았다. 이미 음악, 문학 쪽으로는 대가나 마찬가지인데 책 속에서 자신을 굉장히 겸손하게 낮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도 아들만큼은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진로 문제를 다룰 때는 아들과 굉장히 진지한 논의를 계속한다. 자유의 달콤함을 알지만 그 달콤할 느끼기 까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쓴 맛도 함께 느껴야 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 이민자 가정으로써 가지고 있는 걱정, 프랑스라는 나라의 실 거주자로써 느끼는 장단점 등등 가족의 고민뿐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고민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것들이 요리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그는 음식을 '고향'이라고 표현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느끼는 아들에게 그 이유가 바로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 음식을 만약 어디선가 사 먹기만 했다면 고향이라고 느낄 수 있었을까? 음식이 고향인 이유는 일본에 뿌리를 둔 아빠가 직접 만드는 따뜻한 요리, 집에서 먹는 요리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영혼을 치유받기 때문이다. 단순히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집안에 온기를 두고 고향의 내음이 스며들게 만들며, 그 밥상에서 아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따뜻함을 선사한다.

보수적인 일본인이라면 (아시아 문화권 공통일지도) 피가 거꾸로 솟을만한 아들의 촌철살인 화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은은하게 주장하며 살아가는 재미있는 아빠 츠지 하토나리.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사랑의 형태가 있음을 느끼게 되고, 츠지 씨의 아들은 참 사랑받는 아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기대'할 수 있는 사람, '의존'할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어쨌든 서로 챙겨줄 마음이 있는 사람. 관계란 무엇인지, 가족이라는 관계가 왜 특별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