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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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 중 하나인 편의점. 편의점을 꾸려나가는 점장님들이 살아가는 삶은 고단하기도, 보람있기도 하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지만 프랜차이즈 특성상 계약 갱신 때마다 걸리는 인테리어비용, 빚을 지고 또 빚을 갚는 챗바퀴같은 삶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유지하고 이웃들의 등대가 되어주기도 하는 그들의 고생이 느껴진다. 저자조차 자신이 환갑이 넘어서까지 편의점을 하게 될 줄 몰랐고, 30년간 바뀌는 편의점의 시스템, 담당자와의 미담부터 마찰까지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을 만난다. 인간의 적응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서비스직을 그렇게 기피해왔던 저자는 반강제로 고객과 끊임없는 대면을 해야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어느덧 웬만한 유형의 고객 정도는 모두 응대가 가능한 만능 매니저님이 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며 화가 묻어나는 언행을 삼가는 저자의 올곧은 정신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편의점 하나를 해내기 위해 필요한 가족간의 유대감, 각 구성원의 제각기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비단 편의점에서만의 조건은 아닐 것이다). 편의점의 세세한 운영 방식과 업무의 종류부터 다양한 고객 설명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편의점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교훈을 얻으며, 자영업자로서의 전문성을 길러오고 있다. 가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물건의 위치 암기는 물론 수십종에 달하는 할인쿠폰과 기프티콘을 외워가며 결제를 해주시는 점주와 알바 분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직업마다 그곳만의 고민과 고생이 있다. 저자가 살아내는 삶을 보며 나는 내 업무의 어떤 부분에서 의미를 찾아갈지, 앞으로 어떤 고민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전국의 자영업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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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하는 법 - 당신의 돈과 인생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법
빌 퍼킨스 지음, 김준수 옮김 / 마인드빌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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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제목을 '다 쓰고 죽기'로 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작가의 인생관이 확실히 드러나는 내용이었다. 얼핏 들으면 리스크 속에서 사는 남자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실천의 속도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사람은 죽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빈곤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저축에 엄청난 신경을 쓰지만 돈을 쓰고 경험을 얻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경향을 보인다. 나의 인생뿐 아니라 자식에게 물려줄 것, 부모를 부양하는 것, 기부하는 것 등 다양한 걱정거리를 갖고 산다.

저자는 그렇게 돈을 모았다고 해도 돈을 푸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상속이나 기부에 대한 효용성도 낮아지며, 그 흔한 버킷리스트도 연령대별로 계획을 짜지 않으면 생물학적 한계에 따라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죽을 것임을 시사한다. 냉정해 보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돈 버는데 집중하고 노년에 취미를 즐기겠다고 해도, 경험이 없으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헛된 곳에 돈을 낭비하게 된다.

지출에 대한 포커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 경험이 필요하고, 그 경험으로 인해 나의 만족감이 높아지고 오랜 기간 행복할 것임이 분명하다면 미적거리지 않고 제대로 추진할 것을 추천한다. 나중으로 갈수록 그 경험을 할 체력도, 그 경험을 함께 나눌 사람들도 적어진다. 저자의 포인트는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죽기 전에 다 쓰는 것(단, 목표한 곳에 제대로 쓰기)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저자에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얻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실천 해보고 다음을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 작은 것부터 경험을 쌓는 연습을 해나가며 진정으로 나를 위한 지출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삶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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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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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음식과 생활 이야기. 고향의 음식은 내 과거이자 정체성이다.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 온 외국인들, 그리고 외국으로 떠난 한국인들. 먼나라 이웃나라가 생각나는 이 책은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음식 이야기를 담아낸다. 세상에는 생각지 못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의 음식을 보면 낯설어하고 신기해할 것이다. 같은 동양의 음식이라도 문화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확연히 달라져, 익숙함 속 낯섦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단순 에세이나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만화로 각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다는 것. 따스한 기억이 묻어나는 음식 일러스트는 대체로 몽글몽글 반짝반짝하고, 만화에서 묘사하는 레시피를 보면 군침이 돈다. 책 속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 이유는 음식마다 각 주인공들의 삶 이야기가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각 나라의 식사예절과 전통음식 레시피의 꿀팁을 얻어가는 따뜻하고도 유용한 책. 여행을 가서 이 책에서 본 음식을 만난다면 정말 반갑고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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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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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감정은 모두에게 현실이자 꿈 같은 감정이다. 마냥 밝기만 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애틋해지고, 그리워지고, 슬퍼지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여러 작가들의 시로 담아낸 시집. 각 작가들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느낌일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이 많았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어느 훗날 쓸쓸한 거리에서 ... 가지 끝에 달린 꽃의 물음이 내 표정에 드리울 때면 당신이 마시고 간 차 한잔의 인사라고 생각할게요, 나는 오늘도 ... 차 한잔을 올릴게요, 매번 식어만 가는 차일지라도 차를 우리는 일은 우리의 일이잖아요.' >> 차에 빗대어 사랑을 설명하면서 문득 그리움이 느껴져 쓸쓸할지라도 기억하기 위한 나만의 행동, 마음을 간직하는 일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정말이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잠들도록 ...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일이야 ...' 이 시에서는 나를 위한 상대방의 헌신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내가 편히 잠들 수 있게, 편안해질 수 있게 누군가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 고마움과 사랑을 담아내었다. 부모의 마음과 연인의 마음 사이 그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단순히 그리워하고 사랑해달라고 부르짖거나 후회하는 시가 아닌, 사랑의 감정이지만 정확히 그게 어떤 감정인지, 서로를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은 어떤지 깊이 파고드는 시가 많았다는 점이 몰입을 더욱 잘 되게 만들었다. 가벼운 관계가 아닌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사랑의 단계가 되었을 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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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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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작가 베리 로페즈의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이후 또 하나의 대작. 과학서와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채롭게 풀어내는 그의 북극 이야기는 무섭거나 재미있다라는 감정보다는 경이롭고 황홀한 감정이 먼저 들게 한다. 


북극의 지형과 생태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학적 과정과 역사에서부터 풍경과 동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 명상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작가는 북극 지방의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최대한 공감하려고 애쓰며, 북극의 전체적인 이해를 통해 진정한 지식을 얻으려 노력한다. 자연주의 작가답게 그는 보통 몸으로 느끼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북극의 매력에 이끌려 추위 속에서도 자세한 관찰을 통해 굉장히 방대하고 촘촘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인상 깊었던 구절은 '우리는 토성의 고리보다 일각고래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 이다. 지구는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동시에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아무리 배워나가도 지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끝도 없이 나타남을 경험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종씩 새로운 생물이 보고되고 동시에 멸종해버리는 것들도 많다. 기후나 신체 한계상 인간의 몸으로는 알아낼 수 없어 아직도 지지부진한 연구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식물이 되었든 동물이 되었든, 우리에게 아직 북극이라는 존재는 아는 듯 모르는 것들이 훨씬 많고 그 사실이 더더욱 신비감을 선사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북극 여행을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눈과 바람의 지역이니 어쩔 수 없다. 대신 인고의 시간 끝에 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도시에서 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춥지만 매력적이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많은 북극에 대한 호기심, 걱정, 기대감을 모두 안겨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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