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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ㅣ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평점 :
추리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은 셜록홈즈가 가장 대중적이지만, 그는 셜록홈즈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써 왔고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도 그 중 하나이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해적을 스토리에 잘 녹여내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만들었는데 도망갈 곳 없는 바다 위의 한정된 공간이라는 배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공통적인 특성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바다 위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스토리는 육지에서의 이야기보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단편이지만 이어놓고 보면 꽤 긴 분량을 차지하는 샤키 선장의 이야기는 가장 잔인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약탈도 중요하지만 점령한 배의 선원들을 계약을 통해 영입해 부리고, 배를 통째로 수장시키는 모습은 우리 머릿속 해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이고 각자의 의견이 생기면서 약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반발심도 거세진다. 재물이 많은 배를 탈취해 반란의 불씨는 꺼졌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샤키선장이 배에서 평화롭게 쫓겨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배에서는 단순히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똑똑한 사람이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집에서 일하던 흑인 아주머니의 돌 선물을 받고 그것이 무언가 증표 역할을 해 학살당하지 않은 백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꽤 큰 울림을 준다. 어쩌면 당시 흑인들이 받던 차별과 모멸감,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함에 아서 코난 도일이 공감했기 때문 아닐까? 물론 배에서 죽은 백인들 입장에서는 죄 없이 죽은 것이나 다름 없지만, 어쨌든 그들이 그렇게 무자비해진 계기에 대한 서사를 붙여줬다는 점에서 그의 관심사항과 의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명작이지만, 그의 단편집도 꽤나 스릴 넘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