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이탈리아를 걷다 - 맛과 역사를 만나는 시간으로의 여행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탈리아는 관광지로도, 음식으로도 유명한 나라고 최근에는 로마 뿐 아니라 소도시로의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평소에 여행지에서 맛집에 목매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나 음료를 보면 먹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에서 즐길 수 있는 식도락 여행의 좋은 가이드이자, 여행지 추천집이기도 하다. 그냥 이탈리아만 놓고 보면 어떻게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에게 평타 이상은 칠 수 있는 코스를 보여주기 때문. 유럽은 큰맘먹고 여행가는 지역이라 이런 가이드가 있는게 큰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하면 와인이 떠오르는데 가공법을 달리 하거나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녹여낸 와인들이 많다. 프랑스와 1, 2위를 다투는 와인 대국인 만큼 아예 와인 재배지로 투어를 간다면 더욱 이탈리아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 가문의 자녀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와인농장을 가꾸고, 기후 문제로 포도가 익지 않자 건조시키는 방법으로 당도를 올려 특별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달달한 와인 뿐 아니라 사랑이야기 이기도 해서 더욱 와닿았다. 이렇게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모여 여행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가장 좋았던 점은 각 지역별 요리의 종류와 특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의 식탁이 아무리 글로벌화 됐다고 해도, 갓김치나 멜젓 같은 것들을 외국인이 알기 힘든 것처럼 우리도 그저 몇 종류의 파스타나 피자를 알 뿐, 이탈리아 음식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토마토, 치즈  등 다양한 지역별 재료와 요리 방법까지, 진짜 이탈리아 음식이 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프랑스식 디저트는 유명하지만 이탈리아식 디저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 책을 통해 많은 디저트 종류를 알고 여행한다면 좀더 알찬 힐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를 바라보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누군가는 음식으로, 누군가는 향신료로, 때로는 약품이나 의복의 발달 등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다루기도 한다. 이 책은 독특하게 '원소'를 기준으로 역사를 풀어낸다. 5개의 원소 금, 구리, 규소, 탄소, 티타늄으로 어떤 역사가 펼쳐졌고 앞으로의 우리는 어떤 역사를 쓸지 생각하게 만든다. 내용을 읽다보면 왜 이 5가지를 선정해 역사를 풀어낼 수밖에 없었는지 수긍하게 된다. 그만큼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사회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이다. 

가장 쉽게 와닿는 건 금과 구리. 합금인 청동의 80%이상을 구성하는 구리는 청동기 시대부터 영향을 미친 원소라고 볼 수 있다. 현재는 전자장비, 케이블 등 기계와 전자 산업과 탄환 등 방산산업까지 우리의 삶에 딱 붙어있다. 금은 '부의 상징'인 만큼 역사적으로 정말 많은 쟁탈전이 있었고, 연금술부터 금광 개발까지 금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계속되어왔다. 물론 그 금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만큼 세계의 전쟁사 한복판에 금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세계사는 그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기 위한 선대 사람들의 '분석집'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국가의 역사든 끊임없는 변화가 있고 주변국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양한 옛 사람들의 발명, 발전, 전쟁, 산업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노력과 도전정신이 수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세계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빌려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나 지식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 때문에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리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은 셜록홈즈가 가장 대중적이지만, 그는 셜록홈즈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써 왔고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도 그 중 하나이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해적을 스토리에 잘 녹여내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만들었는데 도망갈 곳 없는 바다 위의 한정된 공간이라는 배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공통적인 특성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바다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바다 위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스토리는 육지에서의 이야기보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단편이지만 이어놓고 보면 꽤 긴 분량을 차지하는 샤키 선장의 이야기는 가장 잔인하기도, 재미있기도 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약탈도 중요하지만 점령한 배의 선원들을 계약을 통해 영입해 부리고, 배를 통째로 수장시키는 모습은 우리 머릿속 해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이고 각자의 의견이 생기면서 약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반발심도 거세진다. 재물이 많은 배를 탈취해 반란의 불씨는 꺼졌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샤키선장이 배에서 평화롭게 쫓겨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다. 배에서는 단순히 강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똑똑한 사람이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조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집에서 일하던 흑인 아주머니의 돌 선물을 받고 그것이 무언가 증표 역할을 해 학살당하지 않은 백인 주인공의 이야기는 꽤 큰 울림을 준다. 어쩌면 당시 흑인들이 받던 차별과 모멸감,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함에 아서 코난 도일이 공감했기 때문 아닐까? 물론 배에서 죽은 백인들 입장에서는 죄 없이 죽은 것이나 다름 없지만, 어쨌든 그들이 그렇게 무자비해진 계기에 대한 서사를 붙여줬다는 점에서 그의 관심사항과 의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명작이지만, 그의 단편집도 꽤나 스릴 넘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는 총기난사다. 한 번 일어나면 사망자가 생기고, 그 사망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수의 유가족들이 남겨져 살아가며 지속적인 고통을 느낀다. 특히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가족을 눈 앞에서 잃은 사람의 고통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닌, 평생을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떤 형태의 치유가 필요할까? 저자는 편지글의 형태로 소설을 전하고 있다. 정신의학의 대표 학자인 칼 융에게 보내는 지속적인 편지. 그 날 이후 자신이 17번의 장례식에 다녀와야 했음을 알리고 그 자리에서 오열하는 다른 유가족들의 모습과 감정들을 담아내며 어떻게든 서로를 위로하려 애쓴다. 가해자의 동생과 대화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는 설정도, 이웃들이 집에 찾아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지켜준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모든 입장의 사람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라서 더 귀하다. 그러나 주인공이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극장에서 총기난사 당시의 일이 떠오르며 트라우마 때문에 경련하듯 쓰러지는 구간에서는 보통의 공감으로는 그들을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미국에 살지 않아서, 총기의 무서움을 피부를 느낀 적이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이상 아마도 일반적인 공감은 크게 찢어진 상처를 꿰맬 수 없는 작은 연고의 수준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총기가 없는 대신 칼부림 사건 등 한 명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중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 번 그런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삶과 정신에 타격이 간다. 일이 일어난 후에는 걷잡을 수 없다. 징조가 있을 때 어떻게 예방할지, 어떻게 헤쳐나갈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하루가 너무나 고된 사람이라면 어딘가에 아늑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낮에 있었던 일은 잊고 걱정과 고민들을 모두 해소하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장소인 '카페 도도'에서 내어주는 '힐링의 요리'는 어떤지, 그 몽글몽글한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전에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를 리뷰한 적이 있는데, 그 소설의 작가 시메노 나기의 또다른 작품이다.

대도시에 살수록 그 빡빡함에 지쳐가고, 훨씬 더 많은 인간관계 사이에서 상처도 입고 답답해하기도 한다. 카페를 찾아오는 인물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고민이 있는데, 공통적으로는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에 치이고 풀 곳은 없고, 오해가 쌓이고 불만이 생기고.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남들에게 휘둘리는 등 마음의 방황이 이어지다가 문득 이 걱정스런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카페가 등장한다. 그만큼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카페 주인 소로리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카페라는 곳의 차분한 공간, 혼자서 평화롭게 뭔가를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그 특수성은 소설의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좋은 매개가 된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따스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항상드는 생각은 '저 카페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것. 내가 내어주는 요리를 먹으면서 손님이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좀더 자신을 위해주려는 결심을 하며,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과정을 바라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