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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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는 총기난사다. 한 번 일어나면 사망자가 생기고, 그 사망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수의 유가족들이 남겨져 살아가며 지속적인 고통을 느낀다. 특히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가족을 눈 앞에서 잃은 사람의 고통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닌, 평생을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떤 형태의 치유가 필요할까? 저자는 편지글의 형태로 소설을 전하고 있다. 정신의학의 대표 학자인 칼 융에게 보내는 지속적인 편지. 그 날 이후 자신이 17번의 장례식에 다녀와야 했음을 알리고 그 자리에서 오열하는 다른 유가족들의 모습과 감정들을 담아내며 어떻게든 서로를 위로하려 애쓴다. 가해자의 동생과 대화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는 설정도, 이웃들이 집에 찾아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지켜준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모든 입장의 사람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라서 더 귀하다. 그러나 주인공이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극장에서 총기난사 당시의 일이 떠오르며 트라우마 때문에 경련하듯 쓰러지는 구간에서는 보통의 공감으로는 그들을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미국에 살지 않아서, 총기의 무서움을 피부를 느낀 적이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이상 아마도 일반적인 공감은 크게 찢어진 상처를 꿰맬 수 없는 작은 연고의 수준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총기가 없는 대신 칼부림 사건 등 한 명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중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 번 그런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삶과 정신에 타격이 간다. 일이 일어난 후에는 걷잡을 수 없다. 징조가 있을 때 어떻게 예방할지, 어떻게 헤쳐나갈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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