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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 작품론:최남선에서 김수영까지 - 국어국문학총서 1
김용직 외 / 문장 / 198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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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명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김수영의 '풀'은 '1960년대 쓰여진 것으로 암울한 시대 상황과 횡포속에서도 지혜롭게 견디는 백성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시'라고 그 동안 배워왔다. 그러나 이 시에서 바람이 무엇을 상징하고 풀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암기하며 배웠기 때문에 시 속에서 어떤 감흥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참 읽기 쉽고 감흥도 느껴지는 시였다. 똑같은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고 글자수도 비슷해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1연에서 '풀'은 약한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풀이 울었다'는 행을 보니 말이다... 또 2연에서 '풀'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의지가 강해서 힘든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인 듯 하다. 3연에서는 비록 '풀'이 어떤 힘든 상황에서 억압을 받아도 웃을 수 있는 여유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또한 '풀뿌리'는 '풀'이 다시 일어선 당당한 모습을 찾기 위한 강한의지를 표현한 시어 같다.

이 시를 민중과 억압하는 세력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도 어느정도 맥을 같이 한다. 오늘 날 현대인들은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굴복하여 이것이 병이 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으랴......힘든 일이 닥칠 때 '풀'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다시 일어나듯이 우리도 굳은 의지로 이겨 낸다면 어떤 일이든지 못할 것이 없다. '풀'의 생명력과 강한 의지가 정말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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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현진건 단편집
현진건 지음 / 글송이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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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꾼 김첨지는 아픈 아내에게 약 한 번 제대로 사줄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이다. 어느 날 아파서 누워있던 아내가 오늘 만큼은 일을 나가지 말라는 부탁을 하나, 김첨지는 이를 무시하고 일을 나간다. 그 날은 마침 김첨지에게 행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것은 인력거에 손님이 잇달아 그런대로 수입을 올리게 된 것이다.

김첨지는 운수가 좋아 수입도 올리고 친구와 술 한 잔까지 하고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내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고 세 살 박이 젖먹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죽은 엄마의 젖을 빨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은 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 번쯤 읽었던 소설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시험을 위해 암기하듯 읽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은 가장 비극적인 날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행운 뒤에 비극적인 결말이 준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현실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어찌보면 우리의 인생도 이와 비슷한 듯 하다. 언제나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또 반대로 나쁜 일 위에는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이다. 나쁜 일이 생겼다고 너무 실망할 것도 좋은 일이 생긴다고 너무 자만할 것도 없다. 항상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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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속의 검은항아리
김소진 지음 / 강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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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얼핏 봐서는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이 제목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주인공 '민홍'이 어린 시절 화장실에 가다가 실수로 짠지 단지를 금이 가게 만들고 이를 숨기기 위해 그 위에 눈을 붙여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은 이 처럼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어린아이가 본 시각, 어른이 본 시각 두 가지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소설 역시 김소진 작가의 소설 대부분이 그러하듯 가난한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그가 살던 집이 세월이 흘러 재개발을 하게 되면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담긴 집들이 헐리면서 그 추억까지도 함께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소설을 통해 옛 것에 대한 소중함, 추억, 그리움 등이 느껴졌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들어도 서민들은 그 속에서 서로 부딪쳐 가며 세상을 때론 원망하기도 하고 때론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면서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이러한 터전이 없어진다는 것은 추억마져도 땅 속으로 묻히는 기분일 것이다..

민홍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폐허로 변한 옛집에서 발견한 깨진 항아리가 어린시절 자신이 만든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가 아니었을까?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아련한 추억이 될 것이다..추억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영원히 추억들을 간직하며 살 수 있다면.....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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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눈사람 - 1992년 제23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윤 지음 / 조선일보사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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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70, 80년대의 어지러운 사회상을 배경으로 운동권을 중심으로 '강하원'이라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회색 눈사람'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야기는 어두운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주인공이 현재에서 과거로 회상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소설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주인공 '강하원'은 운동권의 '안'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일을 인쇄소를 배경으로 도와주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가난하고 성장과정이 불행했던 주인공의 메마르고 피폐한 마음이 '안'을 사랑하게 되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그와 같이 했던 '일'까지도 사랑하게 된다. 무거운 시대상의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사랑을 통해 변화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어 너무 어렵지 않게 누구나 한 번 쯤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 후반부에 '나는 가끔 희망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라는 구절이 있다. 누구나 공감이 가는 말을 잘 묘사했다. 희망을 갖고 있을 때는 누구나 마치 마약을 먹은 것처럼 세상이 아름답고 의욕에 넘치지만 희망을 잃었을 때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약 기운이 떨어져 절벽으로 떨어지는 괴로움과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무의미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희망'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다시 깨닫게 해 주는 부분이다.

우리는 누구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게 된다. 크던 작던....이것을 사랑을 통해서 또는 다른 그 무엇을 통해서 '희망'이라는 것으로 이겨내야 한다. 삶 속에 주인공은 자기자신이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이는 삶을 좀더 의미있고 밝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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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김소진 지음 / 강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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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인공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자전거 도둑'이라는 영화를 보며 영화속의 아버지가 아들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모욕당하는 장면을 보고 자신의 어릴적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 중풍으로 몸도 불편하고 도매상에게 항상 굽신거리며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속에서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가난한 이들이 부자인 이들에게 당하는 세상으로 비판적으로 잘 나타난다. 아이는 결국 도매상인 혹부리 영감의 가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 혹부리 영감이 죽은 것이 이 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한편, 주인공의 자전거를 훔쳐타는 것을 계기로 만나게 된 미혜라는 여자도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죽어간 자신의 오빠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다. 그러나 그 이후 그녀는 또 다른 자전거를 찾아나선다.

김소진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소설속의 아버지라는 인물은 어찌보면 참 불쌍하고 연민이가는 존재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가족을 위해서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때로는 맞다고 거짓말하며 더 가진 자에게 굽신거린다. '아버지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미혜의 간질환자인 오빠....가족들마저도 외면해버린 병든 인간은 혼자서 서서히 죽어간다...오늘날 우리들의 매몰찬 모습이다.

가엾은 아버지,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 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때다. 인간에게 외로움이란 가장 큰 병이다....이웃들 가족들 어느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사랑을 많이 나누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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