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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슬픔 ㅣ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평점 :
베트남 전쟁은 우리나라가 참전하기도 한 전쟁이죠.
라이따이한들을 양산한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미국의 요청에 우방으로서 의해 참전한 우리나라나 좋은 기억은 아닙니다.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사살하기도 한 어느 참전 군인은 정신이 이상해지기도 했다죠?
라이따이한은 한국인과 베트남 여성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말합니다. 베트남전 당시 참전했던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까지 났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다른 여성들과 결혼을 하거나 원래 가정으로 돌아가고 그들을 외면한 사례가 무척이나 많죠. 미군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한 거죠. 참 슬픈일입니다.
몇 년전 다큐멘터리에선 자기 아버지를 찾겠다며 한국으로 온 라이따이한을 친 아버지가 결코 만나지 않겠다며 거부를 했다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다 장성한 청년이었고 무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얼굴만 보고 싶었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책임지지 못할 짓을,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나라라고 해서 함부러 대한 것이죠. 많이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책은 베트남전에 대해서 베트남인의 시선에서 본 소설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람보같은 영화만 보다가 베트남인의 입장에서 보니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미국이 자작극을 벌여 스스로 자기네 함대를 공격하고, 북베트남이 했다는 명분을 만들어 전쟁에 참여한 것이 베트남전쟁이죠. 전쟁으로 일어선 나라 미국이 패배한 유일한 전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쟁을 겪은 저자는 6년동안 소대 지휘관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주인공 끼엔은 10년동안 전쟁에 참여하고 전쟁이 끝나자 혼란을 겪습니다. 사랑하는 여자 프엉의 달라진 모습은 그를 더욱 혼란으로 몰아넣습니다. 전쟁은 그렇게 프엉에게 전후로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게 만듭니다.
전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나라도 선조의 잘못으로 지금까지 전쟁과는 전혀 관련없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야하지 않습니까? 저도 물론 현역으로 갔다왔는데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는 좋지만 그게 선조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후의 후유증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의무라는 이름으로 지워지고 참여하지 않으면 욕을 먹습니다. 공평함에 있어서 그 속성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자체가 슬픈일입니다. 억지로 근무하게 되니 할마음도 나질 않습니다. 그저 견디는 것만 배워오는 거죠. 사회나가서 직장에서도 충분히 배우게 되는 것인데 말이죠. 30대가 된 지금 20대 초반의 그 2년이 얼마나 아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늦게 갈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이런 얘기를 하면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신라의 통일 이후 한층 좁아진 입지의 한반도는 조선의 중국 사대에 이어 내부분란과 권력다툼으로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일본에 강점당합니다. 근본적으로 이때부터의 잘못으로 지금까지 이 쌩고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광복절이란 미국의 원자탄 공격에 일본이 항복하여 패전한 날이기도 하고 보름후 2차대전 종결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시 세계정세는 이미 냉전체제의 징조를 보이고 있었죠. 유럽은 연이은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그 틈을 타 거대한 세력을 굳건히 세운 미국과 소련 양 강대국의 대립, 이념전쟁이기도 하죠. 대륙의 진입로의 역할을 한 우리나라는 자주권도 없었습니다. 8.15해방이란 것도 우리가 일궈낸 독립이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불과 5년 사이에 이념을 받아들이고 공부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지리적으로 보나 정세로 보나 미국과 소련 양 강대국 대립의 경계선이자 충돌지가 한반도였고 그로 인해 전쟁과 분단이 된 것입니다. 미국과 소련 둘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것이 확실 합니다. 미국은 2차대전 승리후 한반도에 상륙하여 일본기를 내리고 미국기를 세웠습니다. 소련을 견제하는 진입로가 한반도가 된 것이고 소련도 이에 대응하였고 한반도가 갈라지게 된 것이죠. 냉전시대는 끝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휴우증을 겪고 있습니다. 전쟁자체의 잘잘못과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의 자주적인 의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제일 마음에 안듭니다 저는. 이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직까지 끙끙대고 있으니 말이죠. 빨갱이니 아니니 떠드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 가소로울 뿐입니다. 지긋지긋하기도 하구요. 이념이란 것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사람이 이념에 놀아나는 꼴이니까요. 그것도 자주적인 것도 아닌 어떻게 보면 한때의 유행에 따른 결과니. 아직도 빨빨거리는 사람 북북거리는 사람 친미친일 거리는 사람 모두다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딴거 알고 싶지도 않구요, 사람이 중요한거지 거시적으로 보면 다 웃기는 거 아닙니까?
베트남도 승전국이긴 하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베트남의 시선에서 볼 수 있어서 의미가 깊은 소설이었습니다. 우리도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보면 6.25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심정을 균형적으로 읽어낼 수 있죠. 이런 소설의 출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베트남전이나 전쟁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읽어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