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문구점 아저씨 - 좋아하는 일들로만 먹고사는 지속 가능한 삶
유한빈(펜크래프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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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한빈은 온오프라인에서 손글씨 쓰는 법을 강의하면서 부업으로 망원동 동교 초등학교 앞에서 동백문구점을 운영하는 아저씨(라고 자칭하지만 93년생이신 분)다. 그는 어려서 연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문구 덕후가 되었고, 자신이 쓰고 싶은 문구들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어쩌다, 문구점 아저씨>에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중반에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추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구들이 나온다. 얇고 다양한 색의 하이테크 펜, 향기가 나는 미피 펜, 말랑해서 손이 덜 아픈 에어 샤프와 젤리 샤프를 안다면 싸이월드 사진첩 만큼이나 반가울 이야기다.

군대 선임의 어른스러운 글씨체를 보고 사람이 달라보이는 경험을 한 저자는 오랜 시간의 손글씨 연습을 통해 아름다운 자신만의 필체와 유튜브 채널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퀄리티의 노트와 잉크를 제작하여 고양이 석봉이와 함께 동백문구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작지만 우아하고 멋스러운 문구점이다.

책을 펴내고 손글씨 강의를 활발히 하며 자신만의 문구점까지 차리는 그의 '덕업일치'를 지켜보며 마음 속으로 그가 더 잘되기를 응원했다. 자신뿐 아니라 제품을 사가는 고객, 환경까지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좋았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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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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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후들의 마음을 담은 <책 좀 빌려줄래?>의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의 세 번째 카툰 에세이가 나왔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그림을 그대로 이어가는 이번 책의 주제는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140개의 카툰이 아홉 가지 '깨어 있는 삶을 위한 선언'에 녹아 있다. 어지러운 머릿속, 혼란스러운 세상,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서도 내면을 단단히 하고 그 속에서 꽃과 버섯,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법을 소개한다.

<깨어 있는 삶을 위한 선언>
•눈앞의 사물을 관심 있게 보자
•매일 빈 공간을 만들자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생각을 종이에 적자
•날씨가 어떻든 밖에 나가자
•지루함을 겁내지 말자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겪어보자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자
•늘 경이로움에 눈을 뜨자

<The Art of Living>이 원제인 이 책을 읽으면 정말로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하나씩 터득하게 된다. 하늘을 한번 더 올려다보고, 들꽃의 이름들을 검색하고, 새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샤워를 오래오래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망한 아이디어도 다시 보고, 때로는 망했다는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이 책을 처음부터 하나씩 읽어도 좋겠지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에 여기저기 들춰보며 읽으면 다시 내 삶을 사랑하기 되지 않을까. 140개나 되는 카툰 제목을 주제로 일기도 몇번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며 요즘의 나는 하루하루를 좀 더 깊이 있고 귀하게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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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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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속 여인, 브리세이스를 기억하는가?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 중에 약탈해 데려온 두 여인 중 한 명으로, 다른 한 여인 크리세이스는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가 나누어 가졌다.

전쟁 중에 잡혀온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가족들을 살해한 남자들이 또 다른 살육전을 하러 나갈 수 있도록 밥과 빨래를 하고, 부상을 치료하고, 말을 돌보고, 밤에는 성노예가 된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그들을 위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리르네소스의 왕비였으나 트로이 전쟁에서 가족들을 아킬레우스의 손에 잃고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에서 이리저리 주인이 바뀌었던 비극적 운명의 브리세이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p.34: "이제까지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라." 그가 말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곱씹으려 하면 할수록 너만 비참해질 뿐이다. 잊어버려! 이제 이게 너의 삶이다."

브리세이스는 낮에는 병영의 잡일을 하고, 밤에는 불사신인 어머니 테티스를 그리워하면서 유아 퇴행적인 행동을 하는 아킬레우스의 밤 시중을 든다.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와 같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묘사된 자들의 평범한(그리고 꽤나 별로인) 대화를 말 없이 지켜본다.

p.360: 그리고 나도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피할 수 없었던 걸 했지. 남편과 오라비를 죽인 자에게 다리를 벌렸으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와 전리품 브리세이스를 잃은 아킬레우스의 분노, 전쟁터에서 그의 영웅적인 면모를 그린다. 팻 바커의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아킬레우스에게 모든 걸 잃고 노예가 된 여성 브리세이스의 분노를 담았다.

p.431: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를 똑바로 눕혔다. 목이 베인 상처가 너무 깊어서 입이 두 개인 것처럼 보였다. 두 입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남성 중심적인 영웅 서사에서 언제나 가려졌지만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긴긴 갈등도 헬레네와 브리세이스, 크리세이스라는 여인들이 중심에 있었다.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간 동안 여자들은 병영을 꾸렸다. 이 책에서 브리세이스는 침묵을 깨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이야기이다.(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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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런 L. 워커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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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에 서로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한 상태에서 결혼 계획을 세웠다. 확고한 계획과 부모님의 지지가 있음에도 우리처럼 아이가 없는 부부는 여러 질문을 받게 된다. "아이를 싫어하는 못된 사람인가?", "아이 없는 부부는 이혼 확률이 높다던데?",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거 아닌가?", "아이를 낳아봐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라는데?"...휴!

서른이 넘어가며 주변 친구들은 비혼, 딩크, 난임, 임신과 출산과 같이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싫어하지 않지만, 아이를 많이 보아서 호기심이나 신비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 아이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아이가 중심이 되는 가정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각자 그리고 서로에게 시간을 쏟으며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

<아이 없는 완벽한 삶>의 저자는 자신을 포함해 '아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그에 따른 삶의 모습(행복/불안 및 문제)을 살펴보며 '아이로부터 자유로운 삶'에 대해 안내한다.

책에 실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없는 커플은 서로의 애착 관계가 높고, 아이가 있는 커플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7% 높으며,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사회가 전통적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양육자'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아이가 있는 친구들로부터의 자연스러운 소외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우선 아이를 갖지 않은 것이 '자신이 내린 선택'인지의 여부에 따라 삶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다르다고 한다. 배우자의 반대나 생물학적인 이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는 여러 경우에 후회하고 아쉬움을 느낀다고. 따라서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아이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각자 내린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풍요롭고 알차게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우리 부부와 같이 이미 결심히 확고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꼼꼼하게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되어 주었다. 자녀 계획에 대해 아직 확신이 없는 경우에는 이 책이 아이 없는 삶에 대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각 장의 마지막에는 <아이 없이 완전한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필요한 질문> 목록이 있어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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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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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제3자의 정자제공을 통한 인공수정)를, 생각 중이에요. …결혼도 안 했고 상대도 없지만, 그러니까 처음부터 싱글 맘이라는 얘기지만 AID를 하려고 생각합니다. (p.302)"

<여름의 문>의 주인공 나쓰메 나쓰코는 어린 시절의 남자친구의 SNS로 그의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언젠가 나는, 아이를 낳을까. 그런 때가 올까. 좋아하는 남자도 없고, 좋아하고 싶은 상각도 없고, 섹스를 하고 싶지도 할 수 있을 성싶지도 않은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p.230)'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고 모두가 거치는 하는 인생의 과정인지에 대해 여성이라면 모두가 고민해봤을 것이다.

1부: 2008년 여름
2부: 2016년 여름~2019년 여름

2008년 여름, 도쿄에 사는 작가 지망생 나쓰코에게 언니와 선택적 함구증으로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는 어린 조카가 놀러 오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8년이 지난 2016년 여름 나쓰코는 작가가 되었다. 부유하지도 않고 싱글인데다 38세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AID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는 이 선택을 두고 나쓰코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아주 가난한데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나쓰코는 스낵바 호스트 일을 하면서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는 언니를 보며 자랐다. 그는 정자 제공을 통한 임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AID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의사 아이자와, 마찬가지로 AID로 태어나 양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 젠 유리코, 싱글맘의 출산에 대해 여러 의견을 보여주는 동료들과 같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AID라는 기술은 솔직히 100퍼센트 부모의 이기주의 아닌가요? 생명의 잉태는 본래 자연의 섭리일 터입니다. 의사들도 이기주의죠. (p.296)"

<여름의 문>에서 여러 사람들이 AID라는 기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 행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남편 쪽이 불임의 원인이지만 AID 치료를 통해서라도 아니를 가지고 싶은 여성, 그리고 부모의 이기심과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여성의 의견이 오고 간다. 이 행사에서 나쓰코는 AID로 태어난 의사 아이자와 준을 만나게 되고 그와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더 현실적이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제가 몹시 무서운 일을, 돌이키지 못할 일을 저지르려는 거 아닌가, 원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사실이니까요. 맞아요, 세상 사람 누구 하나, 본인이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어요. (p.552)"

나쓰코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혼 전부터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우리 부부는 가족 계획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식물이나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에도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까다롭게 따져봐야할 조건이 그렇게나 많은데, 한 사람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일에는 얼마나 생각해볼 일이 많은지! 우리는 둘이서 더 단단해지는 길을 선택했지만 나쓰코는 세상에 태어난 일에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자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중대한 선택을 내리고, 소설 끝에서 그 선택의 결과를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는 그의 행복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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