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ID(제3자의 정자제공을 통한 인공수정)를, 생각 중이에요. …결혼도 안 했고 상대도 없지만, 그러니까 처음부터 싱글 맘이라는 얘기지만 AID를 하려고 생각합니다. (p.302)"

<여름의 문>의 주인공 나쓰메 나쓰코는 어린 시절의 남자친구의 SNS로 그의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언젠가 나는, 아이를 낳을까. 그런 때가 올까. 좋아하는 남자도 없고, 좋아하고 싶은 상각도 없고, 섹스를 하고 싶지도 할 수 있을 성싶지도 않은 내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p.230)'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고 모두가 거치는 하는 인생의 과정인지에 대해 여성이라면 모두가 고민해봤을 것이다.

1부: 2008년 여름
2부: 2016년 여름~2019년 여름

2008년 여름, 도쿄에 사는 작가 지망생 나쓰코에게 언니와 선택적 함구증으로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는 어린 조카가 놀러 오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8년이 지난 2016년 여름 나쓰코는 작가가 되었다. 부유하지도 않고 싱글인데다 38세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AID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는 이 선택을 두고 나쓰코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아주 가난한데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나쓰코는 스낵바 호스트 일을 하면서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는 언니를 보며 자랐다. 그는 정자 제공을 통한 임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AID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의사 아이자와, 마찬가지로 AID로 태어나 양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 젠 유리코, 싱글맘의 출산에 대해 여러 의견을 보여주는 동료들과 같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AID라는 기술은 솔직히 100퍼센트 부모의 이기주의 아닌가요? 생명의 잉태는 본래 자연의 섭리일 터입니다. 의사들도 이기주의죠. (p.296)"

<여름의 문>에서 여러 사람들이 AID라는 기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 행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남편 쪽이 불임의 원인이지만 AID 치료를 통해서라도 아니를 가지고 싶은 여성, 그리고 부모의 이기심과 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여성의 의견이 오고 간다. 이 행사에서 나쓰코는 AID로 태어난 의사 아이자와 준을 만나게 되고 그와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더 현실적이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제가 몹시 무서운 일을, 돌이키지 못할 일을 저지르려는 거 아닌가, 원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사실이니까요. 맞아요, 세상 사람 누구 하나, 본인이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어요. (p.552)"

나쓰코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혼 전부터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우리 부부는 가족 계획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식물이나 고양이를 데려오는 일에도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현실적으로 까다롭게 따져봐야할 조건이 그렇게나 많은데, 한 사람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일에는 얼마나 생각해볼 일이 많은지! 우리는 둘이서 더 단단해지는 길을 선택했지만 나쓰코는 세상에 태어난 일에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자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중대한 선택을 내리고, 소설 끝에서 그 선택의 결과를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는 그의 행복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