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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트로이 전쟁 속 여인, 브리세이스를 기억하는가?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 중에 약탈해 데려온 두 여인 중 한 명으로, 다른 한 여인 크리세이스는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가 나누어 가졌다.
전쟁 중에 잡혀온 여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가족들을 살해한 남자들이 또 다른 살육전을 하러 나갈 수 있도록 밥과 빨래를 하고, 부상을 치료하고, 말을 돌보고, 밤에는 성노예가 된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그들을 위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리르네소스의 왕비였으나 트로이 전쟁에서 가족들을 아킬레우스의 손에 잃고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사이에서 이리저리 주인이 바뀌었던 비극적 운명의 브리세이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p.34: "이제까지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라." 그가 말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곱씹으려 하면 할수록 너만 비참해질 뿐이다. 잊어버려! 이제 이게 너의 삶이다."
브리세이스는 낮에는 병영의 잡일을 하고, 밤에는 불사신인 어머니 테티스를 그리워하면서 유아 퇴행적인 행동을 하는 아킬레우스의 밤 시중을 든다.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와 같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묘사된 자들의 평범한(그리고 꽤나 별로인) 대화를 말 없이 지켜본다.
p.360: 그리고 나도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피할 수 없었던 걸 했지. 남편과 오라비를 죽인 자에게 다리를 벌렸으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와 전리품 브리세이스를 잃은 아킬레우스의 분노, 전쟁터에서 그의 영웅적인 면모를 그린다. 팻 바커의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아킬레우스에게 모든 걸 잃고 노예가 된 여성 브리세이스의 분노를 담았다.
p.431: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를 똑바로 눕혔다. 목이 베인 상처가 너무 깊어서 입이 두 개인 것처럼 보였다. 두 입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남성 중심적인 영웅 서사에서 언제나 가려졌지만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긴긴 갈등도 헬레네와 브리세이스, 크리세이스라는 여인들이 중심에 있었다.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간 동안 여자들은 병영을 꾸렸다. 이 책에서 브리세이스는 침묵을 깨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의 이야기이다.(p.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