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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소설을 쓴다는 것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삶으로 채워 넣는 일이고, 삶을 감각하는 일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풍경과 느낌을 아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라고, 나도 알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독자를 안아주는 일이다. (p.122, 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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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작가정신 창립 35주년을 기념하여 소설가 23인(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백민석, 손보미, 오한기, 임현,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천희란, 최수철, 최정나, 최진영, 하성란, 한유주, 한은형, 한정현, 함정임)의 ‘작가 정신’을 담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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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에게 글쓰기는 ‘여행’이다. 박민정에게 소설은 ‘묵묵히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는 노동’이고, 함정임에게는 ‘끝나지 않은 사랑’이다. 천희란에게 작가란 ‘스스로의 상투성과 씨름하는 직업’이다. 손보미는 한때 쓰는 행위를 ‘동력’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잠시 쉬어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다시 소설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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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일이 늘 일어나진 않지만 가끔 일어나고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문학은 포기라는 사실을, 모든 것을 시도하고 모든 것에 실패했을 때에야 비로소 문학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내 능력 너머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문학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p.144, 정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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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작가, 소설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쓰는 행위’, 그리고 문학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밑줄을 그어가며 읽게 될 책이다. 글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다. 또한 소설가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통해 그들의 서재와 작업실을 구경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쓰는 사람이자 읽는 사람의 서재는 더욱 궁금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