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계절 암실문고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엄지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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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베라크루스 주의 라 마토사에서 부패된 시체가 발견됩니다. 목덜미에 깊숙이 찔린 상처가 있는 일명 ‘마녀’의 시신.. 마을 사람들은 마녀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면서도 아프거나 고민이 생기면 그를 찾아가 주술을 의뢰하고, 약을 받고, 돈을 빌렸습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녀가 치료와 주술을 업으로 삼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새끼 마녀라 불렸고, 그러다 산사태가 나던 해에 홀로 남게 된 뒤부터는 그냥 마녀가 되었다. (p.16)”

마녀의 동네에는 극빈층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입히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속어와 폭력이 난무해서 마치 스너프 필름을 책으로 읽는 듯 불쾌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악행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휘몰아쳐서 독자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기도 합니다.

각 장마다 다른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입장에서 마녀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놓습니다. 아들이 버리고 간 손주를 애지중지 알콜과 마약 중독으로 길러낸 할머니는 손주와 손녀에게 배신당한 채 분노하며 죽어갑니다. 새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어린 여자아이는 마녀에게 받아온 약을 먹고 피를 쏟고, 청년들은 동성애자와 잠자리를 하며 돈을 법니다.

“항간에는 조만간 이 지역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해병대를 파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람들은 그 비정상적인 더위가 그곳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말핬다. 다가올 태풍철은 만만치 않을 듯했다. 불길한 징조가 보이더니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던 것이다. (p.346)"

이 책의 사건들은 작가가 실제로 일어난 일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절대로 순화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폭력성을 그려냈습니다. <태풍의 계절>이2020년에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을 때에 다소 논란이 있았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로요.

선하고 훌륭한 사람이 좋은 일을 하는 작품에서만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오히려 비인간적이고 악한 현실과 이야기에서 우리는 깊은 생각에 빠집니다. ‘인간이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하고요. 이 작품 또한 저에게 성찰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강렬한 어두움을 느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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