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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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p.69, 촬영감독 이석준)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된 올해, 의미있는 도서를 소개합니다. 소설가 14인이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 여기의 땀 냄새나는 삶을 담은 책 <일하는 사람의 초상>을 발간했습니다.

소설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부터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일까지, 서른 명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만들고, 잇고, 지키고, 살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자부심이 있고 눈물이 있고 신념과 철학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법과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법과 규칙을 지켜도 여전히 모자란 일들이 많습니다. 노동자들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진실을 전하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현진 씨는 해결하기 좋은 사건, 나쁜 사건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해결해야 할 사건만 있다고. 하루에도 파도처럼 몰려드는 작고 큰 사건들 틈에서, 그는 그저 묵묵히 일하는 직장인이다.’ (p.174,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최현진)

“오늘도 계단에서 구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어.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입원할 수 있을 거고, 그럼 민원인을 만나지 않아도 되겠지.” (p.295, 사회복지직 공무원 홍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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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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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열일곱 살의 루이사는 어린 시절 엄마가 줬던 엽서에 그려진 작품이 걸린 미술관에 찾아갔다가, 죽음을 앞둔 화가로부터 우연히 원본 작품을 건네받습니다. 이 고가의 예술품을 손에 들고 무작정 화가의 친구 테드를 따라나선 루이사는 작품을 둘러싼 네 친구의 사연을 듣게 되는데...

25년 전의 바닷가 마을, 외진 곳에 있는 잔교에서 네 아이들이 모여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폭력과 가난, 방임으로 고통받는 친구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돌보며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죠. 화가는 <바다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들을 그려내고, 이후 루이사는 이 그림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관람객이 됩니다.

루이사가 이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화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던 건, 루이사 또한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힘든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오베라는 남자>로 독자들을 울고 웃긴 작가는 이렇게 또 한번 ‘우정’을 주제로 멋진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어 테드와 루이사도 친구가 되고요.

“그 친구 없이 나 혼자 거기서 살 방법이 없었을 거야. 밤새 뜬눈으로 그 친구가 들어오길 기다렸을 테니까. 달걀을 먹는 사람이 그 친구 혼자라 달걀을 전부 버려야 했겠지만 깜빡하고 다시 샀을 거야. 그가 세상에 없다는 걸 노상 깜빡했을 거야.
(중략)
나 혼자 거기서 살 방법이 없었을 거야. 나를 바라보는 그 친구의 눈빛이 없으면 그 아파트에서 나는 얼어 죽었을 거야.”
루이사는 입은 점퍼를 좀 더 단단히 여미며 조그맣게 속삭인다.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아요.”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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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수상한 자바자바 정글 비룡소의 그림동화 132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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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화려한 이 그림책, 작가 이름에 주목해보세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슈렉!>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랍니다. 그림책의 거장답게 다채롭고 과감한 그림이 매력적이에요.

이야기는 주인공 레너드가 자바자바 정글에서 길을 헤쳐나가며 시작해요. 달려드는 꽃, 돌처럼 굳은 괴물, 동물들의 법정처럼 환상적인 모험을 마친 레너드는 부모님을 구해내죠.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앨리스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레너드를 따라 자바자바 정글을 다녀오면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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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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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모두 이제부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 세상은 너희들에게 빚진 게 없어. 난 이제부터 마지막 책을 쓰며 여생을 보낼 거야. 너희들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p.54)

만조가 되면 고립되는 섬에 다커 가문의 시글라스 저택이 있습니다. 현재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비어트리스 할머니가 홀로 지내고 있어요. 음악을 위해 가족을 버린 아버지, 배우의 꿈을 버리지 못한 어머니, 똑똑하고 냉철한 수의사 로즈, 예쁘지만 생각없는 미혼모 릴리, 심장질환이 있는 데이지 세 자매는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섬에 모입니다.

점술가가 죽음을 예언한 80세 생일날, 할머니가 유언을 발표하지만 유산을 노리고 모여든 다커 가족들의 마음에는 들지 않죠. 그날 밤,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신 채로 발견됩니다. 할머니 시신 곁에 적혀 있는 불길한 시는 다커 가족을 저격하고, 남은 가족들도 한 시간마다 한 명씩 시체로 발견되고 마는데... 범인은 다커 가족 중에 있는 걸까요?

‘데이지 다커의 가족은 몹시 어두웠네
가족 중 하나가 죽었을 때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못 본 척했네
나이만큼 지혜롭지 못했던 데이지 다커의 할머니 비어트리스는
온 가족을 기분 나쁘게 만든 유언을 남긴 죄로 죽어야 했네’ (p.70)

<데이지 다커>는 다커 가족에게 닥칠 비극적인 미래와 화목하지 못했던 과거를 함께 마주하게 합니다. 고립된 섬에서 불길한 시에 맞춰 한 사람씩 죽어나간다는 점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 스릴러를 떠올리게 하지만, 가족 내의 불화를 없던 일로 하려다 결국 큰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입니다. 아름답지 못한 가족 스릴러, 읽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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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마쓰바라 하지메 지음, 정한뉘 옮김 / 나무의마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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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생명의 순환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존재다.” (p.50)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까마귀의 생태를 연구하는 ‘까마귀 덕후’ 하지메 교수의 신간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고 소장 중인 <까마귀책>은 정말 귀엽고 유머가 넘치는 책인데요, 그 책으로 까마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이번 신간을 읽으면 더 재미있답니다.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은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는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를 생각해보는 책이에요. 생태계와 인간 사회, 문화에서 까마귀를 지우고 그 자리를 대신할 ‘대역 후보’까지 깐깐하게 선별했어요(ㅋㅋ).

“결론: 까마귀의 부재로 인해 세계 3대 종교에 변화가 생길 것 같지 는 않다. 따라서 까마귀가 사라진다고 해서 인류의 종교적 세계관 전체가 뒤바뀔 일도 없을 것이다.” (p.144, 종교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제가 사는 동네에는 까마귀, 까치와 물까치, 직박구리, 황조롱이 같이 여러 새들이 함께 살아요. 소리로 구별 가능한 새들이 생기며 환기하고 산책하는 시간이 즐겁답니다. 목청이 크고 영리한데다 까만 깃털로 미움만 받는 우리 까마귀... 너무 미워만 마시고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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