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 만들기
로버트 로드리게즈 지음, 고영범 옮김 / 황금가지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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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말 그대로 쉽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며 가볍고 흥미 섞인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책 밖에서 '재밌다'면서 읽는 독자들과는 달리, 책 속에 담긴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삶'은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야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스파이 키드]의 감독으로, 또 '쿠엔틴 타란티노와 절친한 사이'라는 사실 등으로 한국에까지 꽤 이름을 알린 로드리게즈이지만. 이 책에 담긴 그가 처음 영화를 하게 되고 어떻게 헐리우드에 접근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금의 그에 대해 일종의 존경심을 갖게 만든다.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자기의 아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영화를 만든 이야기 부터, 신약 개발의 인체 실험 대상으로 격리 수용되어 제작비를 모으고, 차를 몰고 멕시코까지 달려가 '인지도'있는 배우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결국 23살의 나이에 7천달라라는 돈으로 영화를 만들어 헐리우드에 입성하였는지 까지, 그가 일기식으로 서술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이것은 그가 가진 특출난 재능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철저하게 몰입하고 또 노력함으로써 결국 성취해 냈다는 일종의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접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이다. 뿐만 아니라, 가볍기는 커녕 어렵고 고통스러운 그의 삶에 대해, -그가 쓴 일기들을 통해- 결국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는지를 발견할 수 있기에 읽는 이들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책 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독립 영화 만들기]의 로드리게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운 수확'이다.

지금의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어떠한가의 문제를 떠나, 그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고 또 삶에 임했는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실제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꽤 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만들며 서로 간에 '로드리게즈는 신약 마루타가 되면서 영화 했잖아' 라며 위로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은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을 다잡기위해, 그게 아닌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재충전의 기회를 마련할 듯 하다. 물론, 다른 사람의 고생을 보고 위로를 얻는 것은 조금 고약한 마인드일지 모르지만, 잘은 몰라도 로버트 로드리게즈 자신도 사람들이 그렇게 되도록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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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역사
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 / 소나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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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학에서 '영웅주의'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이후 나치 독일의 입에 오르내리며 갖가지 악명을 뒤집어 쓴 토마스 칼라일. 그가 '문제적 인간'이 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영웅의 역사]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토마스 칼라일이 받는 '누명'의 단초들이 수두룩하게 제시되어 있다.

후크에 의해 인용된 '인간이 이 세계에서 이룩한 역사인 세계사는 근본적으로 여기에서 일한 위인들의 역사이다' 나 '영웅은 자기가 태어난 시대의 종류에 따리 시인, 예언자, 왕, 성직자 또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따'와 같은 구절들은 당연히 앞과 같은 누명을 받게 만든다. 그러나, [영웅의 역사] 전체 맥락이나 토마스 칼라일의 다른 저서들의 연장 선상에서 놓고 보자면 토마스 칼라일에게 씌워진 누명은 조금 억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마스 칼라일 자체가 '영웅주의'사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보기 힘들 듯 하다. 예를 들어, 그가 프랑스 혁명에 대해 서술하며 '원인은 가난과 추위와 배고픔 이었다' 식으로 말한 부분도 있지만, [영웅의 역사] 루터 편에서 '여기에 다시 한 번 하나의 강력한 인물이 탄생하여 그의 빛은 오랜 세기와 시대에 걸쳐 세계의 횃불로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전세계와 그 역사는 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 다고 하는 이 부분은 어떠한 이유이건 간에 그가 분명 역사에서의 영웅적 인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그 '영웅'이 일반적 의미와는 다르게 '성실성'을 제 1 덕목으로 삼고 있건간에, 토마스 칼라일의 영웅중심적 역사 접근은 확실히 존재하는 듯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토마스 칼라일과 같은 역사 접근법에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가 말했던 '영웅'의 의미가 무엇이고 또 그 의미를 바탕으로 누가 영웅이 되어 무슨 활동을 하였는지에 대한 판단. 또한 예를 들어, 보편적으로 '위대한 영웅'의 반열에 올라 있는 나폴레옹에 대한 그의 시큰둥한 반응 등. 그의 독특한 영웅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풀어 쓴 이 책에서 독자들은 분명히 새롭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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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푸른숲 필로소피아 3
이진경 지음 / 푸른숲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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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그대로 '근대적 시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그 토대를 권고히 하고 있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 이진경은, 르네상스 이후 회화에서의 '원근법'(필자 자신은 '투시법'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고, 공감한다), 시계라는 '기계'의 등장, 근대 과학의 영향, 자본주의, 공장 기계 등등의 제 요소들을 통찰하며 지금의 우리에게 익숙해진 '근대적 시공간'의 역사적 흐름을 면밀히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사람들의 시간 개념을 어떻게 바꾸고 공장, 학교, 집과 같은 요소들은 또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지에 서술한 부분은 상당히 의미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책 전체 적으로 보자면 조금 동어 반복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즉, 각 챕터 별로 앞에서 했던 유사한 내용을 계속 바꾼다는 인상이 강했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책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서술 방식이 인용에 많이 의존하고, 그 인용 문들이 관념적 단어들이 많고 또 저자 자신의 서술에서도 그러한 표현들이 많은 것이 조금 읽는데 갑갑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책이 다루는 주제 자체의 관념성과는 다른 문제이다.)

그럼에도, 풍부한 자료와 함께 근대적 시공간에 대해 서술하는 이 책은, 충분히 읽고 생각할 만한 문제들을 제시해준다. 실제로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생활, 정확히는 시간 관념을 어떻게 바꾸고 또 미분화 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은 매시 매분 매초, 그 모든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왜 그렇게 사는지'에 대한 꽤나 재미있는 해석 시도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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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
로자 룩셈부르크 지음, 송병헌 외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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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거 독일 사민당 내에서 벌어졌던 '개량'문제를 둘러싸고 베른슈타인의 옹호론에 대해 로자 룩셈부루크가 '반박'을 하기 위해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좌파들 내에서도 '수정주의'의 문제는 중요한 화두이다.(아니, '였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일명 '수정주의'자들이 좌파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로자 룩셈부르크 시절만 하더라도 아주 심각한 대립를 불러올 문제였다.

로자 룩셈부루크는 시종일관 수정주의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하고 있다. 특히나 푸리에의 팔랑스테르에 대해 베른슈타인이 공격한 '푸리에가 한 짓은 세상의 쓰디쓴 바다를 전부 레몬에이드로 바꾸려고 한 것과 같다' 에 대한 재반박으로 '그렇다면 베른슈타인 네가 하려고 하는 수정주의는, 세계의 쓰디쓴 바다에 레몬에이드 몇 병을 집어 넣고서 맛을 바꾸려고 하는 것과 똑같은 멍청한 소리이다' 라고 말한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은, 그녀가 가졌던 '수정주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인식으로 기록될 만 하다.

이 책은 로자 룩셈부루크 제 사상에 대한 입문서로 그리 적절하지 않다. 말했듯이 베른슈타인을 필두로 독일 사회민주당 내에서 일었던 수정주의에 대한 반박의 목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도 분명히 그녀가 가진 이념의 성질들이 잘 묻어 있다. 수정주의를 반박하는 그 자체도 그렇지만, 글의 곳곳에서 그녀의 평소 주장하던 바가 잘 묻어 있기 때문이다.

1922년 레닌은 이미 죽어버린 로자 룩셈부르크에 대해 오래된 러시아 우화를 인용하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독수리는 때로는 닭보다 낮게 날지만, 닭은 결코 독수리의 높이에 이를 수 없다.' 그녀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독수리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레닌의 러시아는 스탈린을 맞이하여 본격적으로 변질되어 갔고, 이후 다른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스탈린주의가 지배하기 시작한다. 맑시즘 역시, '스탈린식 해석의 맑시즘'이 팽배하였고 이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서 '로자 룩셈부르크'가 설 자리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그녀의 사상은 배척당하고 또 쫓겨났다. 그러나, 레닌이 말대로, 그럼에도 그녀는 '독수리'였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련식 국가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대부분의 좌파들이 '수정주의'로 돌아선 이 시점이라면, 그녀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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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 강의
배영수 엮고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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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 강의는, 저자들 스스로 밝히 듯 '교양 수준 도서'는 절대 아니다. 다른 분들 지적처럼 조그마한 글씨가 너무 빼곡하고 그림이 거의 없어서 혹은 그 책이 다루는 주제나 접근 방식이 난해하여, 어떤 이유이던지 이 책을 읽게 되면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고, 대학 1,2학년 생들이 가볍게 교양 도서로 집어 들기에도 확실히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왜 어려운지'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내 개인이 보기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다.

기존의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체를 바탕으로 풀어 나가는 '이야기식' 역사 서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관심을 가지고 풀어가는 대상은 낯설고 또 어려운건 당연하다. [서양사강의]의 주된 관심사는 단순한 몇 명의 '영웅적 인물'이나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 아니라, 그 인물들이 왜 그런 일을 하였고 또 어떤 사건은 어떻게 하여 발생하였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이런 저런 그런 토대들을 바탕으로 하여 벌어지게 된 것이다'에 대한 설명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토대 중에서도 경제학적인 접근이 많다는 것도 중요하다. 굳이 좌파적 역사 인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경제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양사 도서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거나 혹은 주마간산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서양사 강의]의 이러한 관점은 '느닷없고'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는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서양사 강의]는 정확히 이러한 점에서 미덕을 가지고 있다. 편집 체계가 나쁘고 서술 방식이 딱딱하여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교양 수준'의 도서에서 이러한 역사 접근 방식으로 서술한 책은 그리 많지 않기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목차를 훑어 보면 많은 이들이 이 책이 -그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선택한 주제들의 '성격'을 간파할 것이다. 몰라도 상관 없지만, 혹 알게 된다면 이 책의 현재적 시점에서 가지는 의미가 '보너스'격으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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