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 강의
배영수 엮고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사 강의는, 저자들 스스로 밝히 듯 '교양 수준 도서'는 절대 아니다. 다른 분들 지적처럼 조그마한 글씨가 너무 빼곡하고 그림이 거의 없어서 혹은 그 책이 다루는 주제나 접근 방식이 난해하여, 어떤 이유이던지 이 책을 읽게 되면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고, 대학 1,2학년 생들이 가볍게 교양 도서로 집어 들기에도 확실히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왜 어려운지'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적어도 내 개인이 보기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다.

기존의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체를 바탕으로 풀어 나가는 '이야기식' 역사 서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이 책이 관심을 가지고 풀어가는 대상은 낯설고 또 어려운건 당연하다. [서양사강의]의 주된 관심사는 단순한 몇 명의 '영웅적 인물'이나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 아니라, 그 인물들이 왜 그런 일을 하였고 또 어떤 사건은 어떻게 하여 발생하였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이런 저런 그런 토대들을 바탕으로 하여 벌어지게 된 것이다'에 대한 설명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토대 중에서도 경제학적인 접근이 많다는 것도 중요하다. 굳이 좌파적 역사 인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경제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많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양사 도서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거나 혹은 주마간산식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서양사 강의]의 이러한 관점은 '느닷없고'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는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서양사 강의]는 정확히 이러한 점에서 미덕을 가지고 있다. 편집 체계가 나쁘고 서술 방식이 딱딱하여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교양 수준'의 도서에서 이러한 역사 접근 방식으로 서술한 책은 그리 많지 않기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목차를 훑어 보면 많은 이들이 이 책이 -그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선택한 주제들의 '성격'을 간파할 것이다. 몰라도 상관 없지만, 혹 알게 된다면 이 책의 현재적 시점에서 가지는 의미가 '보너스'격으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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