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 개정증보판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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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대 유행을 했습니다. 저도 읽어보았는데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목에 다 들어 있으니까요. 책의 내용은 제목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책으로 인해,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책의 제목으로 인해) 칭찬에 관한 담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몇 개나 있을까요?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몇 가지나 있을까요? 너무 익숙해서, 또는 게을러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 훨씬 더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또는 좋은 강의나 설교를 들으면서 잠시 자극받고 결심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변화에 이르는 경우가 참 드물지 않습니까?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던 진리를 구체적으로 단순하게 실천해서 (게으름과 쑥스러움을 이기고) 변화를 맛본 이야기의 모음이거든요. 그것도 몇몇 특별한, 남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이 동참한 이야기라서 훨씬 더 공감이 가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요.


  저자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어느날 동료 교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충격과 도전을 받지요. 그 교사의 아들이 며칠 전에 '아빠의 뒷 모습이 참 든든해요.'라고 한 마디를 했는데, 그 한 마디에 부부가 감격해서 밤을 새워 이야기하며 울고 웃다가 잠을 못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지요. 늘 철이 없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 뿐이었지 제대로 부모 노릇을 못한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과 마음이 뒤섞여서 그 부부를 잠 못들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사는 당장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지요.

  이 이야기에 저자는 자녀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부모를 감동시키고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프로그램을 뒤지다가 단순한 방법을 생각해내지요. 바로 '부모 칭찬 일기쓰기'입니다.


  칭찬일기는 단순하고 쉽게 구성됩니다. 그래야 중학생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요. 일기는 딱 4줄만 쓰면 됩니다. 항목은 '칭찬의 상황은? 칭찬한 말은? 부모님의 반응은? 나의 생각은?'이구요. 쉽지요? 그리고 이것을 2,3개월 동안 30회 쓰기로 합니다. 덧붙여서 7대 원칙을 내걸지요.


 1. 비밀 : 칭찬일기는 비밀 일기처럼 부모님 모르게 적는다.

 2. 무대가 : 부모님께 칭찬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3. 세심한 관찰 : 부모님의 행동, 말, 표정, 존재 자체, 가치관 등 부모님과 관련된 사소한 내용이라도 자세히 관찰하여 칭찬한다.

 4. 표현법향상 : 칭찬 표현이 너무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여 칭찬 표현 기술을 높인다.

 5. 용기 : 칭찬 표현이 힘든 가정일수록 칭찬이 필요한 가정이므로 더욱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칭찬한다.

 6. 배우는 자세 : 칭찬을 잘하는 친구의 사례를 잘 듣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한다.

 7. 자연스러움 : 노골적이고 형식적인 칭찬을 가능한 지양하고,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한다.


  자,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들은 항변합니다. '어떻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해요?''우리 부모님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우리집은 안돼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설득과 강요에 마지못해 칭찬일기를 시작하지요. 사례들을 볼까요?


 상황 : 집에 왔는데 엄마가 웃으시면서 어서오라고 하셨다.

 칭찬 : '엄마가 웃으면서 문을 여니까 집안이 환해보이네.'

 반응 : '피곤하지?'하면서 어깨를 주물러 주시고 가족이 함께 외식을 했다.

 느낌 : 칭찬 한마디가 가족 분위기를 더 좋게 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상황 : 밤 늦게까지 숙제를 했는데 엄마가 안 주무시고 계셨다.

 칭찬 : '엄마, 숙제 끝날때까지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반응 : '네가 공부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자니?'

 느낌 : 엄마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빵터지게 하는 상황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NG라고 표현했더군요.ㅋㅋ


 상황 : 신발끈을 못 매서 헤매는데 엄마가 묶어 주셨다.

 칭찬 :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잘 해? 난 안되는데,,'

 반응 : '병신이여? 그것도 못하게?'

 느낌 : 그려..나 병신이여..


 상황 : 엄마아빠가 돈이 없다면서 시무룩해하셨다.

 칭찬 : '엄마, 아빠 어려운데도 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셔서 고마워요.'

 반응 : '그러면 용돈 좀 깎자! 아껴써!'

 느낌 : ㅠㅠ


  자, 이렇게 2-3개월 지난 후 각 가정들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 변화들은 책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아이들의 칭찬일기 소감문과 아이들에게 쓴 부모님들의 편지가 잘 알려줍니다. (뭐,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이 책은 원래 2004년에 나왔는데 2011년에 만화책으로 개정해서 출간했더군요. 덕분에 초등학생 1학년인 (책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ㅋ) 제  둘째 아들도 앉아서 잘 읽더라구요. (그리고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더군요^^)


  참, 이 책의 제목인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는 저자가 뽑은 가장 감동적인 칭찬입니다. 홀로 자녀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딸이 한 칭찬이더라구요. 저도 울컥했답니다.


 저도 실천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네요~'

 흠.. 반응이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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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기본 진리 - 50주년 기념판
존 R. 스토트 지음, 황을호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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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기본을 잘 알고 있을까요? 누군가 다가와서 '기독교에 대해서 설명해줄래? 너희는 뭘 믿고 있는거니?'라고 물어온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4영리라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말문이 막힐 것입니다. 오랜 시간 교회를 다니고 설교를 듣고 봉사를 했지만,  막상 기독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믿는지에 대해서는 정리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존 스토트라는 좋은 안내자가 나타났습니다.

 

저자인 존스토트는 영국 성공회 신부입니다. (목사라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성공회 신부입니다. 영국 성공회는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의 한 교파입니다. 그래서 그냥 목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를 가리켜 '복음주의계의 교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을 만큼, 복음주의에서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은 책과 설교를 통해 매우 많은 영향을 끼쳤지요. 성경에 대한 탁월한 이해, 하나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 개방적인 자세와 겸손한 인격으로 모범이 되었습니다.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서 존경을 받는 드문 인물입니다.

 

이 책은 그가 1958년에 쓴 책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60여년 동안 읽히고 또 읽힌 기독교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4번에 걸쳐서 새로 번역이 될 정도입니다. 참된 진리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책입니다. 모든 기독교인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과장된 표현이지요^^)

 

존스토트는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에 집중하는 목회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사실 기독교는 교리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성을 양보하고 초월의 세계에 그냥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기적, 사후세계, 창조, 구원 등은 다른 종교에서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것은, 2000년 전에 이 땅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물이 모든 것의 중심이며, 따라서 그 분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면 기독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풀어나갑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그렇게 중요하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과연 어떤 분이었는가를 성경을 통해 탐구합니다. 먼저 그분 스스로의 주장을 살펴보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놓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 부분 때문에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독선적이고 교만하기까지한 주장을 한 예수 그리스도가 남을 섬기고 겸손하고 온유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역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부활을 통해서 실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2장에서는 인간의 상태, 즉 죄에 빠져서 구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리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떠나 자신을 중심에 세웠으며, 그 결과 하나님과 분리되고, 자신에게 종속되었으며, 이웃과도 분리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는 신음합니다. 우리는 구원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어야 하고, 자아 중심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이웃과의 갈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저자는 3장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의 화목, 즉 죄사함을 이루셨습니다.우리는 이제 죄의 형벌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 분께 우리를 맡기면, 성령하나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안에서부터 변화시키십니다. 즉, 자아 중심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세우셔서 사람들과 진정한 사랑과 섬김을 나눌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온전한 구원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를 위해 이루어놓으신 구원의 좋은 소식을 알려 준 다음, 저자는 4장에서 우리에게 공을 건네주면서 우리를 결단의 자리로 초청합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것을 이루어놓으셨지만, 그 모든 것이 그냥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효력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숙고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를 온전히 맡겨서 우리의 주님과 구세주로 모시기로 결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길은 매우 어렵습니다. 진지하게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결심한다면 먼저 버려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죄를 버려야 하며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모든 주도권을 그리스도께 넘겨드리고 삶의 주인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자의 말대로 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분의 사랑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그 분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며, 옆 사람을 사랑하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모험의 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지금도 우리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주님께 문을 열고 그 분을 주님으로 모시는 결단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합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 저는 4영리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쉽고 분명하고 빠르게 복음을 전하려는 선한의도는 잘 알지만, 너무 쉽게 복음을 단순화해서 그냥 영접기도만 하면 '이제 당신은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선포하는 것이 많이 부족해보였거든요. 물론 그렇게 해서 구원을 받는 사람이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동시에 신앙을 그렇게 간단한 통과의례로 격하시켜서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을 많이 만들어낸면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려야 하는 결단이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두렵기도 합니다. 또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부족해서 예수님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고민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우리의 삶의 방향과 주인을 바꾸는 일인데 그게 쉬울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비한 것은 그 것을 이끄시는 분이 또한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아! 이것은 정말 신비입니다. 우리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믿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선물입니다. 감사하고 찬양할 일입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 성경에서 이 두가지는 서로를 배척하지 않습니다. 함께 갑니다. 신비입니다.
또한 믿음의 계기와 과정은 각자 다릅니다. 성향과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합니다. 하나님은 한가지 방식으로 일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과정이 다르다고 해서 인정하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이 책은 매우 지적입니다. 논리적입니다. 그러므로 체험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과정을 통해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라고 해도, 결국 성경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 앞에서 다시 한번 결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그 길을 가는데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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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4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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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청준은 인간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가입니다. 특히 용서, 자유, 사랑, 언어와 같은 추상적인 관념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지요. 영화 '밀양'의 원작인 '벌레이야기', '병신과 머저리', '행복원의 예수', '잔인한 도시'등이 주요작품입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과 재활시설이 있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한센병'은 나병이라고도 하고 더 심하게는 문둥병이라고 하는, 온 몸이 썩어 들어가는 병입니다. 사실 한센병은 잘 전염되지도 않고 유전되지도 않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끔찍한 모습 때문인지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격리될 수밖에 없었던 병입니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잡아서 간을 먹는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마을에서 발견되면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육체의 아픔과 사회로부터의 멸시와 격리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질병인 것이지요. 성경에서도 부정하다고 외치면서 멀찍이 떨어져야 하는 병으로서, 예수님께서 많이 치유하셨습니다.

 

소설은 그 한센병자들을 모아서 격리시켜 놓은 소록도에 대령출신 조백헌원장이 부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진심으로 소록도를 위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환자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애를 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소록도의 환자들은 그런 조원장에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의심하고 체념하고 침묵하지요. 그에 당황하던 조원장이 듣게 된 것은 그 섬의 내력입니다. 네번째 원장이었던 주정수 원장이 처음에는 소록도를 위해 많은 일을 성취하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서서히 그것이 환자들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명성과 성취욕, 명예욕을 위한 일들로 변질되고 결국 환자들의 손에 살해당한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그 이후 반복되는 원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것을 소설에서는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라고 표현합니다) 환자들은 체념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 환자들의 사연을 알게 된 조원장은 축구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 마침내 섬과 육지를 잇는 거대한 방조제를 환자들의 손으로 짓기로 결심하고 대역사를 시작합니다. 한센병 환자들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맹세한 후 시작하게 된 공사이지요. 하지만 성한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습니까? 간신히 쌓았던 방조제를 다시 허물어뜨리는 파도, 육지 사람들의 반대시위, 자꾸 발생하는 인명사고, 절망하는 환자들의 반란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노력으로 결국 대역사를 이루어내지요. 하지만 육지 사람들의 간교한 책략과, 정치인들의 농간으로 조원장은 그 섬을 떠나게 되고, 결국 민간인의 신분으로 조용히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인 윤해원과 일반인인 서미연의 결혼 주례를 맡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너무 축약을 해서 그 안에 있는 장중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소설의 이야기 자체도 다이나믹하고 전개가 빨라서 긴장하면서 읽게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섬의 아픈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서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이상욱과 조원장, 그리고 환자들을 대표하는 황장로의 대립과 동맹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이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지요.

 

이상욱은 조원장에게 섬을 떠나라고 권합니다. 이유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자유이며, 그 자유의 핵심은 선택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조원장이 만드는 그 천국을 부정할 자유까지 주어져야 진정한 자유이며 천국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위해 만든 천국은 결국 당신들의 천국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유에는 다른 문제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황장로는 조원장에게 이야기합니다. 그 문제란, ‘자유(특히 환자들의 자유는)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섬에 의심, 원망이 만연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조원장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정작 섬의 환자들은 조원장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원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유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원장의 이러한 질문에 황장로가 답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자유를 사랑으로 행하고 사랑을 자유로 행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맞는 말이지요? 그리고 또 얼마나 성경적이기까지 합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자유로운 삶으로 부르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자유를 방탕한 삶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자유를 망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의 자유를 사랑 안에서 서로 섬기는 일에 사용하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자유가 자라는 길입니다." (갈라디아서 5:13, 메시지) 


그런데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사실 조원장은 사랑으로 환자들을 위해서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조원장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공동운명입니다. 원장이 외부에서 와서 다시 돌아가는 일반인의 입장인 이상 환자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꾸 문제의 근원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저는 우리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우리도 운명공동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세상 뿐 아니라 천국까지 함께 갈 테니 그야말로 진정한 운명공동체 아닙니까?^^) 그것을 의식하고 서로 믿고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물어야 할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조원장은 섬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할 각오로 7년만에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아직 그 믿음이라는 것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결국 믿음을 얻고, 사랑으로 자유를 행하는 것은 인내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아닙니까! 고린도전서 13사랑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시작 또한 언제나 오래참고아닙니까! 정말 대단한 통찰입니다.

 

우리 교회가 운명을 같이하는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힘써야하지요. 힘쓰지 않고 저절로 사랑이 생기고 친밀한 공동체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하나님이 묶어주신 교회를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수고해서, 함께 걷는 우리 모두의 천국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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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양장) 믿음의 글들 176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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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20세기 최고의 변증가, 평신도 신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사람입니다.
옥스포드 및 케임브리지 대학의 영문학 교수였던 그는 원래 철저한 무신론자로 살다가, 차츰 하나님을 의식하게 되고,어느 순간 하나님께 항복하게 되었습니다.
뭐, 뜨거운 불체험이 있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이 '영국에서 최고로 맥빠진 회심이었을 것'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담담한 돌이킴이었어요. 하지만 루이스의 삶에서는 엄청난 일이었지요.
그 후 루이스는 치밀한 논리, 그것을 잘 표현해내는 유려하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기독교를 사람들에게 소개합니다.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인정하고 돌아오게 되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마르크스를 통해 무신론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이 루이스를 통해 기독교로 돌아왔다'고까지 합니다. (물론 과장이지요^^)


이 책은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인 웜우드라는 악마에게 어떻게 하면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아서 지옥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훈수를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기발하지요? 그는 유머러스하게 여러가지를 뒤집어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사탄은 '저 아래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부르고, 예수님을 원수라고 부르지요. 또한 악마들은 각자 사람의 영혼을 맡아서 신앙을 방해하고 유혹하는데 그 영혼을 '환자'라고 부릅니다. (이건 결국 자기들을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루이스는 서문에서 지옥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체면과 성공에만 신경을 쓰며, 모두가 불평불만이 가득하고, 모두가 시기와 자만심과 원망이라는 치명적일 만큼 엄숙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상태'

으.. 어쩐지 지금 우리의 사회가 비슷한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옥'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불지옥이나 구더기보다는 이런 모습이 어쩌면 더 섬뜩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악마들의 행동의 동기를 두 가지로 상상합니다. (상상입니다. 성경에는 이런 얘기는 없습니다^^)

첫 번째는 징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즉, 루이스는 지옥에도 무능한 악마를 위한 교도소 같은 곳이 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두 번째는 굶주림입니다. 즉, 다른 영을 빨아들여서 자기만을 위해 지배하려고 하는 열망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탄의 꿈은 모든 존재를 집어삼켜서 모든 존재가 사탄을 통해서만 '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모든 개성이 말살되는 것이지요.

저자에 따르면 하나님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을 아들로 변화시켜서 해방된 인간이 완벽한 개성의 절정에서 얻게 되는 사랑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과 다시 결합하게 하십니다. (표현이 좀 어렵지요? 반복해서 읽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에게도 제한받지 않는 완벽한 자유라는 것은 상상의 산물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누구의 종인가의 문제일 뿐이지요.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에게 조언하는 내용들을 보면, 루이스는 인간의 본성이나 숨겨진 욕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 31통의 편지를 통해서 그는 기도, 실망, 교만, 웃음, 탐식, 사랑, 관능, 쾌락, 용기, 초신자 흔들기 등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데, 그의 편지들을 읽다보면 나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악마의 먹이가 되어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도 들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시고 붙잡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다시 들면서 힘을 내기도 합니다.


솔직히, 루이스의 글이 아주 쉽지는 않습니다. 술술 읽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서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구절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자 문학가인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도 루이스의 작품입니다!) 문장을 유려하게 구사합니다. 그런데 그 유려함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도 그런 문장이 있었지요) 반복해서 읽는 가운데 그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끄덕일 때 얻는 것들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고 생각할 가치가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더 들어볼까요? 자기가 맡은 '환자'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조카에게 스크루테이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은 양서류다. 반은 영이고 반은 동물이지.. 따라서 인간은 꼭대기와 골짜기의 기복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구. 그런데
원수는 피조물들이 골짜기에서 제 힘으로 서게 내버려 둔다. 흥미는 사라지고 의무만 남았을 때에도 의지의 힘으로 감당해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속셈이지. 인간은 꼭대기에 있을 때보다 이렇게 골짜기에 처박혀 있을 때 오히려 그 작자가 원하는 종류의 피조물로 자라가는 게야. 그러니까 의기양양해 하지 말고 정신차리라구!!'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영적침체에 빠졌을 때

역설적으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인간의 모습으로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몇가지 더 살펴볼까요?
'우리가 바라는 건 전 인류가 무지개를 잡으려고 끝없이 좇아가느라 지금 이 순간에는 정직하지도 친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사는 것이며, 인간들이 현재 제공되는 진정한 선물들을 미래의 제단에 몽땅 쌓아 놓고 한갓 땔감으로 다 태워 버리는 것이야'

'좋으냐 나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의 심리 경향이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환자를 원수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가느냐, 우리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오느냐 하는 것 뿐이다'


어찌 이리도 잘 쓰는지!!  (어쩌면 루이스가 전직 악마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으로 그의 훈수 속에 들어 있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것, 그리고 그의 훈수를 뒤집어서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적들의 중요한 기밀작전문서를 손에 넣은 셈입니다! 그놈들이 얼마나 분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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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첫발을 디딘 내 친구에게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옮김 / 홍성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주에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대해서 소개했었지요?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일단 보시기를...^^)
 저는 그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장입니다^^) 그책이 고참악마가 신참악마에게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편지인데 반해서, 이 책은 영적 선배인 친구가 이제 막 기독교로 돌아온 친구에게 참된 영성에 대해서 알려주는 편지이기 때문이지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서문에서 C.S.루이스는 수호천사가 후배천사에게 보내는 편지도 있어야 균형이 맞겠지만, 그런 편지를 누가 쓸 수 있겠느냐고 묻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문체에서도 천국의 향기가 묻어나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저는 감히 유진 피터슨은 그런 책을 쓸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추천하는 것이구요.(물론 과장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우리 교회에서 '성경 옆의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메시지성경'을 쓴 바로 그사람입니다. 메시지성경을 처음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구요. 역시 시인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앞에서 말했듯이 친구가 친구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목사인 저자가 교회를 떠났다가 40년만에 다시 교회로 돌아온 친구에게 보내는 친절한 상담편지이지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우리 모두 설교나 가르침 이외에도 이런 사적인 대화와 상담을 통해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마땅히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우리들도 목사님의 거룩한 설교보다는 밥을 같이 먹으면서 나누는 김집사님 혹은 이권사님의 충고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우리 삶에는 큰 재난이나 환희의 순간도 있지만, 사실 평상시의 삶, 즉 '일상'이 훨씬 길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삶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고민은 그 일상의 순간순간에 부딪히는 그런 사소한 것들입니다. 

 어떤 목사님의 주례사에 대한 유명한 유머가 하나 있습니다. "신랑은 큰 일에만 신경쓰고, 작은 일은 신부의 결정에 다 따르세요. 여기서 작은 일이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어떤 일을 하고 어디서 살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놀란 신랑이 목사님께 묻지요. "목사님 그럼 큰 일은 대체 무엇입니까?" "주님이 언제 오실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작은 일로 고민하고 기도하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지금 주님이 언제 오실까 하는 것만 생각하며 사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예외입니다^^)

 

 저자는 '일상의 영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가 생각하기에 '영적상담'은 '성령님이 잡초투성이인 나의 인생으로부터 어떻게 열매라고 불릴 만한 것들을 만들어 내실지 기대하는 가운데, 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을 통해 속삭이시는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서 매일의 삶에서 한걸음 한걸음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 관한 것'이고,'영성'이란 '우리가 사랑과 긍휼을 베풀도록 격려하시고 우리를 축복하시며 회개의 무릎을 끓게 하시고 경이감에 넘쳐 그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시는 성령님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하나님은 '종종 하찮은 수단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시고', '서투른 사람들 가운데서 거룩한 삶을 만들어 내시며', 무엇보다도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우리 삶에서 영적인 삶을 시작하신 분'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화려하지도 못하고 자꾸 같은 죄를 짓고 실패하며 특별한 영적 체험을 잘 하지도 못해서 '영적 열등감'에 빠져 있는 우리들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심지어는 '그냥 이렇게 해도 정말 되는걸까?'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우리는 사실 신앙의 성장도 숫자로 표현하거나 (성경을 몇독했다, 금식기도를 며칠했다는 식으로)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는 (제자훈련을 사역자반까지 마쳤다는 식으로)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영적성장은 우리 삶에서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손길을 의식하며, 기도하면서 끈질기게 순종하는가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영적 성장은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하시는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일하시도록 자리를 내어드리는 삶입니다. 그러니까 영성은 모호합니다. 신비합니다. 그게 맞는 것입니다. 어떻게 유한한 우리가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다 이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콘트롤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니까 저에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냐고, 프로그램은 어떻게 할 꺼냐고, 제자훈련은 어떤 과정을 할 꺼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저는 계획이 없습니다!! 제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지만, 제가 평소에 무지 열심히 사는 것으로 볼 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적이기 보다는 좀 즉흥적이거든요. 그래서 계획서 같은 거 잘 못 만듭니다.) 물론 저와는 달리 계획을 잘 짜는 성향인 분들이 계십니다. 어떤 목사님은 심지어 연초에 기도원에 가셔서 1년치 설교 주제를 다 정해서 내려오신다고 하더라구요!! 역시 하나님은 우리를 다양하게 만드셔서 합력하게 하십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에 더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라는 곳이 계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어떤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를 고민하고 나누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곳, 그리고 그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는 곳이 교회가 아닐까요? (물론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내자는 것은 아니지요. 제 뜻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순종하고, 서투르지만 사랑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며 그 분의 사랑에 푹 잠기는 삶이지요. 저자는 그런 삶으로 친구를, 아니 우리 모두를 안내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이런 따뜻한 안내자를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여러분께 소개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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