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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 개정증보판
김상복 지음, 장차현실 그림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대 유행을 했습니다. 저도 읽어보았는데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목에 다 들어 있으니까요. 책의 내용은 제목을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책으로 인해,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책의 제목으로 인해) 칭찬에 관한 담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몇 개나 있을까요?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몇 가지나 있을까요? 너무 익숙해서, 또는 게을러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사실 훨씬 더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또는 좋은 강의나 설교를 들으면서 잠시 자극받고 결심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변화에 이르는 경우가 참 드물지 않습니까?
그런면에서 이 책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던 진리를 구체적으로 단순하게 실천해서 (게으름과 쑥스러움을 이기고) 변화를 맛본 이야기의 모음이거든요. 그것도 몇몇 특별한, 남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대다수의 평범한 아이들이 동참한 이야기라서 훨씬 더 공감이 가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요.
저자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어느날 동료 교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충격과 도전을 받지요. 그 교사의 아들이 며칠 전에 '아빠의 뒷 모습이 참 든든해요.'라고 한 마디를 했는데, 그 한 마디에 부부가 감격해서 밤을 새워 이야기하며 울고 웃다가 잠을 못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지요. 늘 철이 없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 뿐이었지 제대로 부모 노릇을 못한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과 마음이 뒤섞여서 그 부부를 잠 못들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사는 당장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사서 읽게 되었지요.
이 이야기에 저자는 자녀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부모를 감동시키고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프로그램을 뒤지다가 단순한 방법을 생각해내지요. 바로 '부모 칭찬 일기쓰기'입니다.
칭찬일기는 단순하고 쉽게 구성됩니다. 그래야 중학생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요. 일기는 딱 4줄만 쓰면 됩니다. 항목은 '칭찬의 상황은? 칭찬한 말은? 부모님의 반응은? 나의 생각은?'이구요. 쉽지요? 그리고 이것을 2,3개월 동안 30회 쓰기로 합니다. 덧붙여서 7대 원칙을 내걸지요.
1. 비밀 : 칭찬일기는 비밀 일기처럼 부모님 모르게 적는다.
2. 무대가 : 부모님께 칭찬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3. 세심한 관찰 : 부모님의 행동, 말, 표정, 존재 자체, 가치관 등 부모님과 관련된 사소한 내용이라도 자세히 관찰하여 칭찬한다.
4. 표현법향상 : 칭찬 표현이 너무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여 칭찬 표현 기술을 높인다.
5. 용기 : 칭찬 표현이 힘든 가정일수록 칭찬이 필요한 가정이므로 더욱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칭찬한다.
6. 배우는 자세 : 칭찬을 잘하는 친구의 사례를 잘 듣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한다.
7. 자연스러움 : 노골적이고 형식적인 칭찬을 가능한 지양하고,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한다.
자,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꺼내자 아이들은 항변합니다. '어떻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해요?''우리 부모님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우리집은 안돼요' 그리고는 선생님의 설득과 강요에 마지못해 칭찬일기를 시작하지요. 사례들을 볼까요?
상황 : 집에 왔는데 엄마가 웃으시면서 어서오라고 하셨다.
칭찬 : '엄마가 웃으면서 문을 여니까 집안이 환해보이네.'
반응 : '피곤하지?'하면서 어깨를 주물러 주시고 가족이 함께 외식을 했다.
느낌 : 칭찬 한마디가 가족 분위기를 더 좋게 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
상황 : 밤 늦게까지 숙제를 했는데 엄마가 안 주무시고 계셨다.
칭찬 : '엄마, 숙제 끝날때까지 기다려주셔서 고마워요.'
반응 : '네가 공부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자니?'
느낌 : 엄마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빵터지게 하는 상황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NG라고 표현했더군요.ㅋㅋ
상황 : 신발끈을 못 매서 헤매는데 엄마가 묶어 주셨다.
칭찬 :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잘 해? 난 안되는데,,'
반응 : '병신이여? 그것도 못하게?'
느낌 : 그려..나 병신이여..
상황 : 엄마아빠가 돈이 없다면서 시무룩해하셨다.
칭찬 : '엄마, 아빠 어려운데도 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해주셔서 고마워요.'
반응 : '그러면 용돈 좀 깎자! 아껴써!'
느낌 : ㅠㅠ
자, 이렇게 2-3개월 지난 후 각 가정들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 변화들은 책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아이들의 칭찬일기 소감문과 아이들에게 쓴 부모님들의 편지가 잘 알려줍니다. (뭐,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이 책은 원래 2004년에 나왔는데 2011년에 만화책으로 개정해서 출간했더군요. 덕분에 초등학생 1학년인 (책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ㅋ) 제 둘째 아들도 앉아서 잘 읽더라구요. (그리고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더군요^^)
참, 이 책의 제목인 '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는 저자가 뽑은 가장 감동적인 칭찬입니다. 홀로 자녀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딸이 한 칭찬이더라구요. 저도 울컥했답니다.
저도 실천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네요~'
흠.. 반응이 궁금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