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양장) 믿음의 글들 176
C.S.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루이스는 20세기 최고의 변증가, 평신도 신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사람입니다.
옥스포드 및 케임브리지 대학의 영문학 교수였던 그는 원래 철저한 무신론자로 살다가, 차츰 하나님을 의식하게 되고,어느 순간 하나님께 항복하게 되었습니다.
뭐, 뜨거운 불체험이 있었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이 '영국에서 최고로 맥빠진 회심이었을 것'이라고 고백할 정도로 담담한 돌이킴이었어요. 하지만 루이스의 삶에서는 엄청난 일이었지요.
그 후 루이스는 치밀한 논리, 그것을 잘 표현해내는 유려하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기독교를 사람들에게 소개합니다.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인정하고 돌아오게 되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마르크스를 통해 무신론으로 돌아갔던 사람들이 루이스를 통해 기독교로 돌아왔다'고까지 합니다. (물론 과장이지요^^)


이 책은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조카인 웜우드라는 악마에게 어떻게 하면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아서 지옥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 훈수를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기발하지요? 그는 유머러스하게 여러가지를 뒤집어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사탄은 '저 아래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부르고, 예수님을 원수라고 부르지요. 또한 악마들은 각자 사람의 영혼을 맡아서 신앙을 방해하고 유혹하는데 그 영혼을 '환자'라고 부릅니다. (이건 결국 자기들을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루이스는 서문에서 지옥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체면과 성공에만 신경을 쓰며, 모두가 불평불만이 가득하고, 모두가 시기와 자만심과 원망이라는 치명적일 만큼 엄숙한 열정으로 살아가는 상태'

으.. 어쩐지 지금 우리의 사회가 비슷한 것 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옥' 하면 흔히 떠올리는 불지옥이나 구더기보다는 이런 모습이 어쩌면 더 섬뜩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악마들의 행동의 동기를 두 가지로 상상합니다. (상상입니다. 성경에는 이런 얘기는 없습니다^^)

첫 번째는 징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즉, 루이스는 지옥에도 무능한 악마를 위한 교도소 같은 곳이 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두 번째는 굶주림입니다. 즉, 다른 영을 빨아들여서 자기만을 위해 지배하려고 하는 열망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탄의 꿈은 모든 존재를 집어삼켜서 모든 존재가 사탄을 통해서만 '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모든 개성이 말살되는 것이지요.

저자에 따르면 하나님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을 아들로 변화시켜서 해방된 인간이 완벽한 개성의 절정에서 얻게 되는 사랑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과 다시 결합하게 하십니다. (표현이 좀 어렵지요? 반복해서 읽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에게도 제한받지 않는 완벽한 자유라는 것은 상상의 산물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누구의 종인가의 문제일 뿐이지요.


고참 악마가 신참 악마에게 조언하는 내용들을 보면, 루이스는 인간의 본성이나 숨겨진 욕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 31통의 편지를 통해서 그는 기도, 실망, 교만, 웃음, 탐식, 사랑, 관능, 쾌락, 용기, 초신자 흔들기 등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데, 그의 편지들을 읽다보면 나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악마의 먹이가 되어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도 들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시고 붙잡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다시 들면서 힘을 내기도 합니다.


솔직히, 루이스의 글이 아주 쉽지는 않습니다. 술술 읽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서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구절이 많이 있습니다.  시인이자 문학가인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도 루이스의 작품입니다!) 문장을 유려하게 구사합니다. 그런데 그 유려함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도 그런 문장이 있었지요) 반복해서 읽는 가운데 그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끄덕일 때 얻는 것들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복해서 읽고 생각할 가치가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더 들어볼까요? 자기가 맡은 '환자'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조카에게 스크루테이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은 양서류다. 반은 영이고 반은 동물이지.. 따라서 인간은 꼭대기와 골짜기의 기복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구. 그런데
원수는 피조물들이 골짜기에서 제 힘으로 서게 내버려 둔다. 흥미는 사라지고 의무만 남았을 때에도 의지의 힘으로 감당해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속셈이지. 인간은 꼭대기에 있을 때보다 이렇게 골짜기에 처박혀 있을 때 오히려 그 작자가 원하는 종류의 피조물로 자라가는 게야. 그러니까 의기양양해 하지 말고 정신차리라구!!'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영적침체에 빠졌을 때

역설적으로 하나님이 바라시는 인간의 모습으로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몇가지 더 살펴볼까요?
'우리가 바라는 건 전 인류가 무지개를 잡으려고 끝없이 좇아가느라 지금 이 순간에는 정직하지도 친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게 사는 것이며, 인간들이 현재 제공되는 진정한 선물들을 미래의 제단에 몽땅 쌓아 놓고 한갓 땔감으로 다 태워 버리는 것이야'

'좋으냐 나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주어진 상황의 심리 경향이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환자를 원수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가느냐, 우리에게로 더 가까이 몰고 오느냐 하는 것 뿐이다'


어찌 이리도 잘 쓰는지!!  (어쩌면 루이스가 전직 악마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으로 그의 훈수 속에 들어 있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것, 그리고 그의 훈수를 뒤집어서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적들의 중요한 기밀작전문서를 손에 넣은 셈입니다! 그놈들이 얼마나 분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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