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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ㅣ 이청준 문학전집 장편소설 4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청준은 인간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가입니다. 특히 용서, 자유, 사랑, 언어와 같은 추상적인 관념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지요. 영화 '밀양'의 원작인 '벌레이야기', '병신과 머저리', '행복원의 예수', '잔인한 도시'등이 주요작품입니다.
'당신들의 천국'은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과 재활시설이 있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한센병'은 나병이라고도 하고 더 심하게는 문둥병이라고 하는, 온 몸이 썩어 들어가는 병입니다. 사실 한센병은 잘 전염되지도 않고 유전되지도 않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끔찍한 모습 때문인지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격리될 수밖에 없었던 병입니다. 심지어는 아이들을 잡아서 간을 먹는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마을에서 발견되면 돌팔매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육체의 아픔과 사회로부터의 멸시와 격리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질병인 것이지요. 성경에서도 부정하다고 외치면서 멀찍이 떨어져야 하는 병으로서, 예수님께서 많이 치유하셨습니다.
소설은 그 한센병자들을 모아서 격리시켜 놓은 소록도에 대령출신 조백헌원장이 부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진심으로 소록도를 위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환자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애를 쓰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소록도의 환자들은 그런 조원장에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의심하고 체념하고 침묵하지요. 그에 당황하던 조원장이 듣게 된 것은 그 섬의 내력입니다. 네번째 원장이었던 주정수 원장이 처음에는 소록도를 위해 많은 일을 성취하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서서히 그것이 환자들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명성과 성취욕, 명예욕을 위한 일들로 변질되고 결국 환자들의 손에 살해당한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그 이후 반복되는 원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것을 소설에서는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라고 표현합니다) 환자들은 체념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 환자들의 사연을 알게 된 조원장은 축구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되고 마침내 섬과 육지를 잇는 거대한 방조제를 환자들의 손으로 짓기로 결심하고 대역사를 시작합니다. 한센병 환자들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맹세한 후 시작하게 된 공사이지요. 하지만 성한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습니까? 간신히 쌓았던 방조제를 다시 허물어뜨리는 파도, 육지 사람들의 반대시위, 자꾸 발생하는 인명사고, 절망하는 환자들의 반란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노력으로 결국 대역사를 이루어내지요. 하지만 육지 사람들의 간교한 책략과, 정치인들의 농간으로 조원장은 그 섬을 떠나게 되고, 결국 민간인의 신분으로 조용히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인 윤해원과 일반인인 서미연의 결혼 주례를 맡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너무 축약을 해서 그 안에 있는 장중한 이야기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소설의 이야기 자체도 다이나믹하고 전개가 빨라서 긴장하면서 읽게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섬의 아픈 비밀을 가지고 있으면서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이상욱과 조원장, 그리고 환자들을 대표하는 황장로의 대립과 동맹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이 소설의 주제를 드러내지요.
이상욱은 조원장에게 섬을 떠나라고 권합니다. 이유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자유’이며, 그 자유의 핵심은 ‘선택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조원장이 만드는 그 천국을 부정할 자유까지 주어져야 진정한 자유이며 천국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위해 만든 천국은 결국 ‘당신들의 천국’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유에는 다른 문제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황장로는 조원장에게 이야기합니다. 그 문제란, ‘자유’는 (특히 환자들의 자유는)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섬에 의심, 원망이 만연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조원장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정작 섬의 환자들은 조원장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원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유’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원장의 이러한 질문에 황장로가 답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자유를 사랑으로 행하고 사랑을 자유로 행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맞는 말이지요? 그리고 또 얼마나 성경적이기까지 합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자유로운 삶으로 부르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자유를 방탕한 삶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자유를 망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의 자유를 사랑 안에서 서로 섬기는 일에 사용하십시오. 그것이야말로 자유가 자라는 길입니다." (갈라디아서 5:13, 메시지)
그런데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사실 조원장은 사랑으로 환자들을 위해서 일을 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조원장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공동운명’입니다. 원장이 외부에서 와서 다시 돌아가는 일반인의 입장인 이상 환자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꾸 문제의 근원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저는 우리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운명공동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세상 뿐 아니라 천국까지 함께 갈 테니 그야말로 진정한 운명공동체 아닙니까?^^) 그것을 의식하고 서로 믿고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물어야 할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조원장은 섬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할 각오로 7년만에 돌아옵니다. 그런데도 아직 그 ‘믿음’이라는 것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원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 결국 믿음을 얻고, 사랑으로 자유를 행하는 것은 인내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아닙니까!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시작 또한 ‘언제나 오래참고’ 아닙니까! 정말 대단한 통찰입니다.
우리 교회가 운명을 같이하는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힘써야’ 하지요. 힘쓰지 않고 저절로 사랑이 생기고 친밀한 공동체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하나님이 묶어주신 교회를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수고해서, 함께 걷는 ‘우리 모두의 천국’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