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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기본 진리 - 50주년 기념판
존 R. 스토트 지음, 황을호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9년 10월
평점 :
우리는 얼마나 기본을 잘 알고 있을까요? 누군가 다가와서 '기독교에 대해서 설명해줄래? 너희는 뭘 믿고 있는거니?'라고 물어온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4영리라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말문이 막힐 것입니다. 오랜 시간 교회를 다니고 설교를 듣고 봉사를 했지만, 막상 기독교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믿는지에 대해서는 정리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존 스토트라는 좋은 안내자가 나타났습니다.
저자인 존스토트는 영국 성공회 신부입니다. (목사라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성공회 신부입니다. 영국 성공회는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의 한 교파입니다. 그래서 그냥 목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를 가리켜 '복음주의계의 교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을 만큼, 복음주의에서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은 책과 설교를 통해 매우 많은 영향을 끼쳤지요. 성경에 대한 탁월한 이해, 하나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 개방적인 자세와 겸손한 인격으로 모범이 되었습니다. 저도 매우 좋아합니다. ^^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서 존경을 받는 드문 인물입니다.
이 책은 그가 1958년에 쓴 책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60여년 동안 읽히고 또 읽힌 기독교계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4번에 걸쳐서 새로 번역이 될 정도입니다. 참된 진리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책입니다. 모든 기독교인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과장된 표현이지요^^)
존스토트는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에 집중하는 목회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사실 기독교는 교리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성을 양보하고 초월의 세계에 그냥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기적, 사후세계, 창조, 구원 등은 다른 종교에서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것은, 2000년 전에 이 땅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물이 모든 것의 중심이며, 따라서 그 분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면 기독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기독교의 기본진리'를 풀어나갑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그렇게 중요하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과연 어떤 분이었는가를 성경을 통해 탐구합니다. 먼저 그분 스스로의 주장을 살펴보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한 위치에 놓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 부분 때문에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독선적이고 교만하기까지한 주장을 한 예수 그리스도가 남을 섬기고 겸손하고 온유한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역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부활을 통해서 실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2장에서는 인간의 상태, 즉 죄에 빠져서 구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우리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지적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떠나 자신을 중심에 세웠으며, 그 결과 하나님과 분리되고, 자신에게 종속되었으며, 이웃과도 분리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는 신음합니다. 우리는 구원을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어야 하고, 자아 중심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이웃과의 갈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저자는 3장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과의 화목, 즉 죄사함을 이루셨습니다.우리는 이제 죄의 형벌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 분께 우리를 맡기면, 성령하나님이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안에서부터 변화시키십니다. 즉, 자아 중심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세우셔서 사람들과 진정한 사랑과 섬김을 나눌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온전한 구원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를 위해 이루어놓으신 구원의 좋은 소식을 알려 준 다음, 저자는 4장에서 우리에게 공을 건네주면서 우리를 결단의 자리로 초청합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것을 이루어놓으셨지만, 그 모든 것이 그냥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효력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숙고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를 온전히 맡겨서 우리의 주님과 구세주로 모시기로 결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길은 매우 어렵습니다. 진지하게 그리스도를 따르기로 결심한다면 먼저 버려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죄를 버려야 하며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모든 주도권을 그리스도께 넘겨드리고 삶의 주인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자의 말대로 쉬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분의 사랑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그 분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그 길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며, 옆 사람을 사랑하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모험의 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지금도 우리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주님께 문을 열고 그 분을 주님으로 모시는 결단을 분명히 하라고 촉구합니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 저는 4영리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쉽고 분명하고 빠르게 복음을 전하려는 선한의도는 잘 알지만, 너무 쉽게 복음을 단순화해서 그냥 영접기도만 하면 '이제 당신은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선포하는 것이 많이 부족해보였거든요. 물론 그렇게 해서 구원을 받는 사람이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동시에 신앙을 그렇게 간단한 통과의례로 격하시켜서 명목상의 그리스도인을 많이 만들어낸면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려야 하는 결단이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두렵기도 합니다. 또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부족해서 예수님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고민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우리의 삶의 방향과 주인을 바꾸는 일인데 그게 쉬울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비한 것은 그 것을 이끄시는 분이 또한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아! 이것은 정말 신비입니다. 우리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믿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선물입니다. 감사하고 찬양할 일입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 성경에서 이 두가지는 서로를 배척하지 않습니다. 함께 갑니다. 신비입니다.
또한 믿음의 계기와 과정은 각자 다릅니다. 성향과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합니다. 하나님은 한가지 방식으로 일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와 과정이 다르다고 해서 인정하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이 책은 매우 지적입니다. 논리적입니다. 그러므로 체험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에게는 무미건조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과정을 통해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라고 해도, 결국 성경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해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 앞에서 다시 한번 결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그 길을 가는데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