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게리 토마스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군에 있을 때, 아파서 의무실에 가면 어차피 약은 두 가지 밖에 없다는 말이 있었지요. 먹는 약 하나, 바르는 약 하나. 배가 아프다고 하면 먹는 약을 주고, 피부가 가렵다고 하면 바르는 약을 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그럴리는 없겠지만요.^^) 모두들 아시다시피,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야 하지요. 그리고나서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증세에 대해서 늘 같은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그것이 영험하기 짝이 없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이상) 돌팔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자는 교회에서 비슷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마다 하나님께서 다양하게 만드셨는데, 영의 양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아침에 QT 30분 하고 주일 예배에 나오면 됩니다."라고 획일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하고 일괄적이며 교인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기 쉽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추측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것만으로는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그래서 저자는 성경과 전통, 교회사를 다시 돌아보고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친밀해질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유형별로 나누어서 정리했지요.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는 이것을 '영적 기질'이라고 부르더군요. 저자는 영적 기질을 9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그리고 1부에서 아예 그 9가지의 영적 기질을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1. 자연주의 영성 : 야외에서 하나님을 사랑한다.
2. 감각주의 영성 : 오감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3. 전통주의 영성 : 의식과 상징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4. 금욕주의 영성 : 고독과 단순성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5. 행동주의 영성 : 참여와 대결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6. 박애주의 영성 : 이웃 사랑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7. 열정주의 영성 : 신비와 축제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8. 묵상주의 영성 : 사모함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9. 지성주의 영성 : 생각으로 하나님을 사랑한다.
참, 당연히 한 사람에게 한 가지의 기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두 세가지의 기질이 같이 나타나지요. 심지어 9가지를 다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예수님은 그러셨을테고, 저자는 성경에서 또 한 사람의 예를 듭니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해답은 글 마지막에 알려 드릴게요^^)
또한 한 사람의 기질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질이 개발되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2부에서는 각각의 기질에 대해서 깊이 탐구합니다. 각 기질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성경 속에서 그런 영적 기질을 보여준 인물은 누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방법을 잘 사용해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지, 그런 기질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각 장의 말미에는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나는 그런 기질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게 해주지요.
자연주의 영성이 제일 먼저 나오니까, 자연주의 영성 체크리스트를 한번 엿볼까요? 항목을 읽고 자신과 딱 맞다고 생각하면 5점,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면 1점을 주면 됩니다. 총합이 15점 이상이면 자연주의 기질이 있다는 의미라네요. 한번 점수를 매겨보시죠.^^
a. 나는 숲이나 바다 등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 속에 있을 때 그분이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b. 나는 음악을 듣든 노래를 부르든 실내에 있어야 할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갑갑하다. 내게 하나님이 가장 가깝게 느껴질 때는 밖으로 나갈 때다.
c. 나는 그룹 예배에 참석하는 것보다 작은 시냇가에서 한 시간을 보내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 더 좋다.
d. 나는 쌀쌀한 날 정원에 나가 기도하거나 따뜻한 날 초원을 거닐거나 다른 날 혼자 산에 오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e. <자연의 성소 : 그림책>이라는 책을 나는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f. 나는 새로운 개념을 배우거나 격식을 갖춘 예배에 참석하거나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것보다 자연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더 감동된다.
자, 체크해 보셨나요? ^^
이 책을 읽으면 먼저 관용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참 다양하게 지으셨고, 그들과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십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너무도 쉽게 기준을 획일화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판단하지요. MBTI나 애니어그램과 같은 지표들을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을 인정하는 것이 널리 퍼진 것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으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지요.
동시에, 이렇게 각 사람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교회의 어떤 예배나 프로그램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모임과 프로그램이 필요해지나 봐요.
그런데, 다양성을 강조하다가 보면 꼭 반대의 극단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원래 이러니까 내버려 둬.'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폭력이라면, '다름'만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되지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공동체로 부르신 것은 서로 권면하고 피차 세워서 온전함에 이르라는 뜻이거든요.
저자는 또한 우리의 영혼을 정원으로 묘사합니다. 정원에 씨를 심었더라도 잘 가꾸어야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의 정원도 잘 가꾸어야 한다고 권하지요. 우리가 우리의 정원을 잘 가꾸면 우리는 남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설렁설렁 가꿨다면 나 하나 먹을만큼만 거두게 되겠지요. 그리고 만약 아예 가꾸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주는 열매만 먹고 사는 소비자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늘 배고픈 상태로 있을지도 모르구요.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려야겠네요. 이 책을 보시고 나서 "나는 말씀 묵상은 안 맞는 기질이야. 앞으로 아침묵상은 안 해도 되겠다."라는 어마무시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요. 이 글 첫머리에 제가 병원을 예로 들면서 각각의 병에 맞는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모든 병에 공통적인 치료 (또는 예방법)도 있다는 것 아시죠? 적당히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 안 받는 것. 말씀 묵상과 기도, 예배와 교제는 거기에 해당한답니다.^^
참, 정답도 알려드려야죠? 저자가 9가지 영적 기질을 모두 갖춘 예로 든 사람은 바로 다윗입니다. 흠.. 듣고 보니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