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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하룻밤의 만찬 ㅣ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1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서소울 옮김 / 포이에마 / 2008년 9월
평점 :
나사렛 예수와의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밀라노 레스토랑 3월 24일 화요일 저녁 8시
사무실에서 각종 광고지와 청구서와 함께 이런 익명의 초대장을 발견하신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겠습니까? 주인공 닉은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근처 교회에서 전도행사를 하려는 모양이군'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이상합니다. 직장 주소를 알아낸 것도 좀 이상한데다가, 초대장을 익명으로 보낼 리도 없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교회에서 전도행사를 이런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할 리도 없지요. 그 교회 전도행사에도 가봤지만 영 별로였거든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고정하고 있다가 골프를 치면서는 욕을 하는 사람들.
'아하, 사무실 동료 레스와 빌이군.' 이 친구들은 짓궃은 장난을 하고는 낄낄대는 친구들이니까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를 알 수는 없지만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은근한 기대감을 품고 닉은 그날 저녁, 약속장소로 들어갑니다. 긴 옷에 장발을 한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그런데, 이름을 대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간 테이블에는 푸른 양복을 입은, 짙은 밤색의 곱슬머리와 갈색 눈을 가진 30대의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악수를 하며 인사하지요. "닉 코민스키 씨, 안녕하세요. 예수입니다."
"열두 제자는 어디에 있나요?" 또는 "예수님께서 양복차림으로 묻히신 줄은 몰랐는데요."라는 식으로 맞받아쳤어야 하는데 당황한 닉은 "아, 그렇군요."라는 말밖에 못하고 자리에 앉지요.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회사 동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의심을 품고 계속 꼬투리를 잡으면서 정체를 밝히려는 닉에게 '자칭 예수'는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불신을 중단하고 자신이 진짜 예수인 것처럼 대화를 해 보자는 것이지요. 닉은 이 제안을 수락합니다. 대학 때 종종 나눴던 철학적인 토론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밥값은 이 사람이 낸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닉은 예수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왜 기독교에서는 다른 종교 - 힌두교나 불교, 이슬람교는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우주가 저절로 생성된 것은 아닌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들은 어느새 기독교가 '진짜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지요.
'자칭 예수'는 하나님이 하고자 하시는 일은 단절된 관계를 다시 잇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은 자신과 관계를 맺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는데, 인간의 반란때문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말았지요. 그런데 그 균열은 너무도 커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메꿀 수 없습니다. 십계명을 열심히 지키고, 자선사업을 하더라도 메꿀 수 없지요. 그 틈을 메울 수 있을 만큼 큰 존재는 신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는 분명히 도덕적으로 크게 다르지만, 하나님과의 거리로 따지게 되면 큰 차이가 없게 됩니다. 하나님은 한 치의 모자람도 없는 절대적인 거룩이시니까요. 하나님은 또한 정의로우십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죄에 대해 대가를 치뤄야만 하지요.
'자칭 예수'는 하나님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죄과를 치르게 하여 하나님과 영원히 단절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하나님이 직접 벌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바로 그 두 번째 길을 선택하셨지요. 인간을, 죄인인 인간을 사랑하셨으니까요. 그렇게 완전한 정의를 충족시킨 후 그 대가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죄 평결을 대가 없이 선물로 제공했습니다.
이제 닉은 당연한 질문을 합니다.
"그 선물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냥 받기만 하세요. 그뿐입니다."
"그럼 그건 어떻게 받는 거죠?"
"하나님을 믿기만 하세요.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이 바로 믿음이잖아요. 하나님이 선생의 죄값을 갚기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믿음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맺는 겁니다. 하나님이 선생의 죄를 용서해 주실 거라고, 영원한 삶을 주실 거라고 믿으세요. 하나님이 선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요. 선생을 되찾고 싶은 거니까요. 선생은 그저 그 선물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내 눈은 얼어붙은 것 같았다. 신이 왜 날 그토록 사랑하는지 납득되지도 않았고, 내가 그를 원하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제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 닉은 디저트를 먹으며 '자칭 예수'에게 몇가지 더 질문합니다. 예수님은 정말 부활했는지, 지옥은 있는지, 천국은 어떤 곳인지, 고통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아버지를 그렇게 일찍 데려갔는지... 그의 여러 질문에 이 '자칭 예수'는 때로는 날카로운 논리로, 때로는 따사로운 공감으로 대답합니다. (어려운 질문은 슬쩍 넘기기도 하지요.^^)
이제 이 사람을 정말 예수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 닉이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예수는 닉의 명함 뒤에 연락처를 남겨 줍니다. 그리고, 작별하지요.
이 책은 기독교를 저녁식사의 대화 방식으로 친근하게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의 식사라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잖아요?^^ 저도 예수님이랑 밥을 먹게 된다면 여쭤보고 싶은게 무지 많거든요. (어째 살면 살수록 그 리스트가 더욱 길어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이 원래 예수님께서 취하셨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과 먹는 것을 좋아하셨고, 딱딱하게 교리적인 강의를 하시지 않고 사람들이 익숙했던 상황과 주변의 사물을 비유로 들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말씀하셨지요. 사람들은 그 분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병이어의 기적도 필요했던 거지요.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사람들이 밥먹는 것도 잊었거든요.)
물론 이런 방식의 책에만 익숙해져서 좀더 깊은 이야기나 교리를 멀리하면 너무 얕은 신앙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얇은 책의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거든요.
이 책에도 추천사가 여러개 붙어 있는데요, 그 중에 '감자탕 교회'로 유명한 조현삼 목사님의 추천사가 제일 인상적입니다.
"전해 주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전도가 되는 책!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한 첫 번째 일은 백 권을 예약하는 일이었다."
참, 아까 예수님이 닉과 헤어지면서 명함 뒤에 연락처를 남겼다고 말씀드렸지요? 집에 와서 명함을 꺼내어 뒤집어 본 닉은 오랫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성경책을 꺼내어 그 연락처를 찾아봅니다. 명함 뒤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거든요.
"요한계시록 3:20"
무슨 말씀인지 기억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