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를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영국의 T.S Eliot 이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당시 그는 동쪽 끝에 자리잡은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몰랐겠지만, 슬프게도 그의 시는 이곳에서 자주 현실화되었습니다. 1948년 4월 3일에는 제주도에서 반란과 진압, 광기와 학살이 시작되었고, 1960년 4월 19일에는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피가 도로를 적셨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매년 4월이면 다시 노란 리본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그렇게 덧없이 수장되어 버린 304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가슴 아파하게 되었습니다. ㅜㅜ

 

   슬프게도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세월호 특별 조사위원회의 설치 자체도 너무 늦어진데다가, 이런 저런 한계와 이유로 지금까지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철저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가족들은 보상을 거부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의견도 양분되어서 유가족이 너무한다며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진상을 밝히는 것이 우선 아니냐며 유가족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양 끝에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단식 농성을 하는 유가족 옆에서 피자를 먹으며 폭식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말고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참사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세월호 참사는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 250명이나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순식간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물에 가라앉았다는 것, 선장이 처음에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바람에 (그리고 자기만 먼저 탈출했기 때문에) 살 수도 있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것, 구조 작업을 지휘하는 정부가 너무 우왕좌왕했다는 것 등이 주요 이유일 것입니다. 온 국민이 304명의 임종을 지켜본 목격자가 되고 만 것이지요. 그래서 그냥 단순사고라고 말하지 않고 어른들이 죽인 것이라는 자책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 발생과 수습과정이었고, 그래서 유가족들은 더욱 더 진실을 밝히라며 요구합니다. 그에 따라 찬반양론이 격해지고, 그 과정에 각종 유언비어와 음모론, 진영논리가 더해져 완전히 편을 가르게 되었구요.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정말 너무나 달라서 과연 진실이 밝혀질지, 아니 진실이라는 실체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된 지금, 그 사건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책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사회학적, 신학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석하기도 했고, 문학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그 중 이 책은 13명의 유가족들과 나눈 인터뷰를 모은 기록물입니다.

   참사가 일어난 후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을 도우려고 모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도 몰라서 머쓱해하며 괜히 분주하게 왔다갔다만 하며 지내다가 서서히 자신들의 해야 할 일과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지요.

   그 중 작가들은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8개월간 분향소에서, 단원고에서, 장례식장에서, 진도체육관에서, 광화문에서, 집에서 유가족들과 동행하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부모들은 핸드폰에 있는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고는 자식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울음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작가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이 책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식들이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이야기합니다. 어떤 부모님은 너무 잘해 준것이 없어서 미안해서 울고, 어떤 부모님은 너무 착하고 예쁜 아이였기에 울고, 어떤 부모님은 사이가 안좋은 아이였기에 웁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건 당시를 기억해 들려줍니다. 배가 기울면서 아이와 전화통화를 한 사람도 있고,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아침부터 안절부절하지 못했던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충격의 시간들.. 아이를 제발 구해달라는 외침이,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시신으로라도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고, 시신을 찾은 부모에게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부모가 축하 인사를 건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크게 망가져 있는 시신을 보고 나서 괜히 봤다며 후회하는 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시신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하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자식의 시신을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떨구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ㅜㅜ

     

   그리고 그들은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잡는 정부,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변화가 없는 정치인, 현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기사로 내보내는 언론에 대해 분노합니다. 이제 그만하자며 싸늘해진 여론에 대해 서운해하며 그래도 싸우겠다고 결심합니다. 이대로 주저앉으면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자식들만은 이렇게 허망하게 잃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서서 서명을 받고, 간담회에 찾아가서 호소합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힘을 얻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아니, 살아냅니다.  

 

      이 책은 슬프지만 담담합니다. 화려한 수사나 감동적인 스토리는 없습니다. 성향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 13명의 유가족들이 들려주는 평범한 아이들과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 멈추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정말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도 정의와 안전과 평화의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어야 합니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가슴으로 읽는 책입니다.     

 

캡처3.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