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슬픔과 함께 온 하나님의 선물
하재성 지음 / 이레서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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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 아브라함 링컨, 윈스턴 처칠, 찰스 디킨스, 키에르 케고르, 마르틴 루터, 아이작 뉴턴, 짐 케리...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사실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겠지요^^) 예,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입니다. 특히 링컨 대통령은 친구들이 링컨의 자살을 염려하며 경계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하더군요. 오죽하면 '링컨의 우울증'이라는 책까지 출간되었겠습니까!

 

   예전에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우울증을 앓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 성령님께서 계신데 어떻게 우울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우울증을 귀신들림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로와 격려가 가장 충만해야 할 교회에서조차 우울증에 대한 것은 밝히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오히려 죄책감이 더 얹어졌습니다. "내가 정말 그리스도인 맞나?" 하는 물음까지 가지게 되면서 더 좌절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구요.

   저자는 수많은 상담과 사례 연구를 통해 거듭난 그리스도인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도 아니고, 자기조절의 실패나 잘못된 죄 때문도 아니라고 이야기하지요. 사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울증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공동체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 그리고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울증이라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한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울증, 슬픔과 함께 온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제목에 저는 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고통은 포장된 축복이다.' 는 식의 말을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런 말은 우울증을 앓으면서 깊은 고통을 겪으며 결국 이겨낸 사람들이나 간신히 할 수 있는 말이지, 옆에서 위로한답시고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절대로 아니니까요.

   우울과 고통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대놓고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냐? 그런 건 누구나 다 겪는 거야','믿는 사람이 우울증은 무슨...하나님께 기도해봐.','아니, 네가 뭐가 모자라서 우울해?'라는 식으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위로한답시고 '우울증은 사고방식의 문제야. 밝은 면을 생각해.','집에서만 있지 말고 나가서 운동도 하고 그래!' 라는 식으로 쉽게 말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깊이 잠겨들게 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말은 '네 마음을 조금 알것 같아.','너 참 힘들었겠구나.'라는, 공감의 언어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품위를 존중하고, 섬세하게 그들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인내하면서 그들을 밝은 모임과 습관으로 이끌어주는 공동체입니다. 우리 교회는 그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는데요, 아무튼 우울증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반감을 가졌다가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해가 풀렸습니다. 저자는 우울증을 하나님께서 그 당사자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뜻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더라구요. 저자는 우울증을, 변화를 요청하는 신호라고 해석합니다. 우울증은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울한 이들을 둘러싼 가족과 교회 공동체가 성령의 도우심으로 한 사람을 돌보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령 안에서 서로 더욱 인격적으로 존중하게 하고, 지금까지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바꾸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우울증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견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구요.

 

   전체적으로 책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생각과 마음이 흐르고 있지만, 특히 8,11,12장은 우리 그리스도인들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8장은 사탄과 우울증의 관계를, 11장은 하나님의 부재라는 영혼의 깊은 밤을, 12장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울증과 더불어 살아가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목사이자 상담가로서의 저자의 역량이 제일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11장 마지막에 '한국 교회여, 이제 제발 우울해져라!'는 챕터는 참 신선했습니다. 우울증이 자기 신뢰를 멈추고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하는 선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는 어느 순간 부와 명예에 취해서 약자들을 돌아보지 않고, 이 땅에서의 성공과 번영과 치유를 외치며 실패하고 병든 사람이 위로받을 공간을 막아버렸으며, 자신의 죄에 대해 회개하지 않고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며 오히려 공격하고 있는, 부끄러운 자긍심과 무감각의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질타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자신의 실수와 죄를 두고 애통하지 않는 우리, 교회의 부끄러운 현실을 두고 하나님 앞에서 우울해지지 않는 우리, 가련하고 상처입은 한 영혼들을 돌보는 대신 자기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고 이 땅에서 모든 것을 다 누리려고 안달하는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얼굴이 뜨거워집니다.ㅜㅜ  

 

저자가 우울증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근거를 몇개 더 이야기해볼까요?

우울증은 교회 공동체로 하여금 이해와 섬김의 기회를 주신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처절하게 깨닫게 한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낸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이 산만한 세상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향한 진실한 마음만을 가지게 한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를 이 땅의 나그네로 여기고 천국을 사모하게 한다는 면에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흠.. 그렇게 생각하니, 우울증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다만 솔직히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지요. 그런 힘든 선물을 받지 않고도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을 진실로 의지하며 연약한 지체를 돌아보고 섬기며 천국을 사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휴.. 쉽지 않겠는데요..) 하지만 우리의 연약함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되거나, 주변에 고통받는 지체들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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