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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 과학과 신앙에 얽힌 해묵은 편견 걷어 내기
우종학 지음 / IVP / 2014년 10월
평점 :
저자는 우종학 박사. 천문학을 연구해서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모태신앙이구요, 그리스도에 대한 개인적 신앙 고백은 초등학교 시절에, 그리스도의 주 되심에 대한 고백은 대학 초년 때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IVF라는 학생 선교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했지요.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과학과 신앙의 통합에 대해 더욱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고 그 고민의 결과를 알리는 것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정말 하나님께서는 6일만에 세상을 창조하셨을까요? 지구의 나이는 6천년일까요? 많은 창조과학자들이 인터넷과 저서, 강연에서 주장하는대로,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 같은 것은 모두 엉터리이고, 화석에는 중간 고리가 하나도 없으며, 지구의 나이를 46억년이라고 생각하고 진화를 인정하는 것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불신의 태도일까요?
저자는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다수 크리스천은 아예 논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설교하시는 목사님들은 과학을 잘 모르는 것 같고, 조금 신앙이 좋다는 사람들은 지구의 역사는 6천년이라며 과학을 통째로 부정하는 창조과학을 이야기하는데 좀 찜찜하고, 그렇다고 리처드 도킨스같은 사람들처럼 신은 없으며 모든 것은 스스로 우연히 진화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 '에이, 구원에 관련된 것도 아닌데 대충 넘어가자.'며 슬쩍 넘긴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일관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그리스도인들이 질문해 올 때 적절하게 대답을 하지 못해 지성인들을 전도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구요. 이에 저자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는 신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과학적 결과들에 대해 탐구하는 성실한 과학자로서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고,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을 조금 정리해볼까 합니다.
먼저, 저자는 '진화론'이라는 단어에 대해 세밀하게 접근하자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보통 진화론이라고 부른 것 안에는 '진화', '진화 이론', '진화주의'가 모두 들어 있는데, 각각의 의미를 명확하게 구분하자는 것이지요. 저자에 따르면 '진화'는 생물이나 우주가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현상 그 자체, '진화 이론'은 진화라는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 그리고 '진화주의'는 진화이론을 무신론적으로 해석한 세계관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용어를 복잡하게 정의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여기가 아주 결정적인 부분인데요, 진화와 진화 이론은 받아들이더라도 진화주의는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진화를 과학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확인한 후 '우주가 진화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니까 신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똑같은 결과물을 가지고도 '우주가 진화되었다는 것을 보니 하나님이 진화라는 방식으로 우주를 지으셨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 이론 자체는 하나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를 증명할 수 없으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세계관의 문제이니까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교회에서 들어보셨나요?
그렇다면 교회에서 강력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조과학자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아예 1단계 '진화'부터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진화를 입증하는 많은 과학적 데이터들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기독교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창조과학은 과학에 대한 기독교의 여러 입장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이게 저자의 핵심 주장 중 하나입니다. 창조과학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는 창조과학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크리스천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럼 대부분의 크리스천 과학자들은 왜 조용히 있으며 교회에서는 창조과학자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일까요?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하나님이 진화를 사용해서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셨을 수도 있다.'는 저자의 책이 발간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저자를 공격했거든요. '크리스천 맞느냐','구원은 받았느냐','성경을 믿지 않는 사이비 회색분자다'... 이런 식의 공격을 받은 것이지요. (저도 그 책을 빌려 줬다가 졸지에 쓰레기 유통업자가 되었다니까요!) 이런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풍토이기 때문에 모두들 그냥 쉬쉬하고 넘어간다는 것이지요. 그 사이에 기독교는 과학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비지성적인 집단으로 비치고 말았구요.
저자는 더 나아가서 '과학으로 성경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창조과학의 태도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창조과학자들이 결국은 무신론 과학자들과 같은 게임 규칙에 빠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즉, 무신론 과학자들은 '과학이 밝혀낸 진화 과정이 인간의 기원을 설명해 내기 때문에 신은 없다.'고 주장하는데 창조과학에서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것이 분명한데 지금 과학적 진화 이론들은 그것을 부정하므로 과학 자체가 틀린 것이다.'고 주장하지요. 두 극단적인 입장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뭔가 기적적인 방식으로 창조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적적인 방식으로만 제한하지 말자고 주장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얼마든지 자연적인 방식, 과학으로 설명되는 방식, 심지어는 우연적이고 무작위적인 사건들 - 예를 들어 진화 - 을 사용해서 일하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와 같이 과학은 완벽하게 중립적이어서 유신론이나 무신론 중 어느것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과학과 신앙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자는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이라는 책과 자연이라는 책을 잘 읽고, 과학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를 밝혀서 과학을 하나님의 것으로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과학이라는 분야가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어서 책이 '조금'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해서, 저자는 한 없이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무신론 기자와 크리스천 과학자의 인터뷰'라는 방식을 도입했지요. 교회에서 고등부 회장까지 지냈다가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면서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되고 결국 교회를 떠난 과학 담당 기자가, 주일학교 때 선생님이었던 천문학교수를 (본인이 모델이겠지요?^^)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책에서 기자는 옛 스승에게 꼬치꼬치 캐물으며 종교는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교수는 위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과학과 신앙을 대립시키지 말자고 이야기하지요. 인터뷰가 다 끝난 뒤 기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거야 주님만이 아실 일이지만, 적어도 다시 한번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과학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점점 더 많은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을 더 풍성하게 이해하게 되며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솜씨에 더욱 감탄하게 되겠지요. 성경을 기록한 믿음의 조상들이 그들의 과학 지식과 세계관으로 하나님의 창조를 찬양했듯이,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도 그 시대의 지식과 세계관으로 동일한 하나님을 찬양할 것입니다. 수천 년 전, 시편 기자는 이렇게 노래했지요.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창공은 주님의 솜씨를 알립니다."(시편 19:1, 쉬운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