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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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한 아이는 교단으로 들어왔고, 다른 한 아이는 거부되었다. 수도원 측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는 중대한 이유가 있었다. (p.11)


-“어쨌든,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 사람은 내 거예요. 다른 누구도 그 사람을 차지하지 못한다고요. 피터 클레멘스의 살해범은 반드시 붙잡힐 테니 걱정마세요!”

“자네 하는 행동을 보면 꼭 하느님의 손길을 보는 듯해 두렵구먼.” 캐드펠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언제고 엄청난 벼락이라도 떨어뜨릴 것 같아.” (p.292)


-수사님은 알고 계셨을 거예요. 사실 그동안 제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아버지father’라 부를 만한 사람이었어요. 이제 딱 한 번만 수사님을 그렇게 불러봐도 될지... (p.346)


-

캐드펠 수사 시리즈 8권. 제목이 흥미로워서 먼저 집어 들게 되었다. 첫 문단은 더욱 흥미로웠다! 수도원으로 들어가기를 청한 두 영주의 아들 중에 한 아이만 들어오고 한 아이는 거부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한 아이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귀신 들린 아이’ 메리엣이다. 메리엣은 밤이면 악몽을 꾸며 비명을 지른다. 이 시절에는 이런 현상을 악마에 들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다른 수사들이 공포에 떨게 되자 메리엣은 세인트자일스에 있는 마크 수사에게 보내진다. 전작에서 봤던 배경이나 인물이 등장할 때면 시리즈 유기성이 느껴져서 반갑다. 캐드펠과 행정 보좌관 휴 베링어와의 적절한 공조도 재미있다.


사건의 또 다른 줄기는 실종된 사제 피터다. 캐드펠은 두 사건이 관계가 있음을 눈치채고 메리엣의 집안을 조사하게 된다. 메리엣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그 집안에는 믿음직한 장남 나이절이 있다. 나이절에게는 로즈위타라는 약혼자가, 메리엣에게는 그를 좋아하는 이소다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소다 캐릭터가 좋아서 발췌도 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과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본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제일 매력적인 여성이다. 용감하고 영리한 덕에 기지를 발휘하여 사건을 진실로 이끈다. 이소다가 귀여우니 읽어보세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번 이야기를 아우르는 주제는 가족의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메리엣의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외로웠던 메리엣이 캐드펠을 father(신부와 아버지의 이중적 의미가 너무 아름답다..)라고 부르는 장면이 무척 따뜻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는 인간의 선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좋다. 크게 잔인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게 캐드펠의 매력 같다. (그래도 사랑과 반전이 존재해서 마냥 잔잔하진 않다)


추리소설답게 역시나 결말은 반전이 있는데, 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이 내전 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더 빠르게 진상에 다가갈 수 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대망의 결혼식 장면은 추리소설에 걸맞은 마무리답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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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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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어떤 고민이 있건 잠들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며 밤을 새워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으며, 그 무의미하고 무익한 습관을 버린 지 이미 오래였다. 그것이야말로 복잡한 일을 앞둔 사람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가는 습관 아닌가. (p.126)


-자신이 무오류의 존재가 되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일은 스스로를 신으로 사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p.167)


-“진실은 결코 잘못된 해답일 수 없단다. 우리가 그걸 찾아내자꾸나, 이브. 그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말이다.” (p.318)


-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6권.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춥고 황량한 겨울이 배경이다.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12세기 잉글랜드에서 귀족 남매 에르미나와 이브, 어린 수녀 힐라리아가 사라진다. 그들을 찾는 캐드펠 수사의 여정과 얼음 속의 여인에 대한 미스터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중세 미스터리를 읽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인물 간에 소식을 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멀리 있는 사람과 쉽게 의사소통하지만, 중세에는 그럴 수 없다. 또한 날씨 때문에 고립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수사도 할 수 없으니 오로지 자연적인 추리에만 의존해야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그런 매력이 더 극대화된 작품이다. 「얼음 속의 여인」 또한 눈보라와 내전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긴장감이 배가 되었다. 특히 이 귀족 남매는 영리하고 올바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른다...


여인의 정체는 초반에 예상했기에 크게 반전은 아니었으나, 그 후로는 자잘한 반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의심했던 인물이 있었는데(그 인물의 발언 때문에) 후반부에 가니 아니었더라. 범인의 정체를 예감할 때쯤 다시 앞으로 가서 몇 부분을 찾아 읽었다. 범인이 약간 의외이기도 했는데, 천천히 앞부분부터 다시 읽으면 이미 사건의 유기성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던 것을 알 수 있다. 복선도 충분했다. 자존심이 상한 남성의 행동이란. 전쟁으로 무고한 여성과 소년이 피해 보는 상황이 안타깝다. 남매의 실종으로 이야기가 시작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신의 위치부터 시작해 남매를 쫓는 숨 가쁜 추격 등, 「얼음 속의 여인」은 미스터리한 요소와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배경 묘사가 탁월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거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또 하나의 반전이 나오는데, 엔딩이 정말 예상치도 못한 내용이었다. 캐드펠 수사,, 더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다음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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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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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


-용희! 나는 용희를 정말로 사랑하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사랑이 현재 우리 정세에 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억제하는 때가 많소. (p.54) <하수도 공사>


-천리를 말하고 운수에 맡기면서 다시 가난이 원수라는 것을 역설하는 그 아버지의 모순된 말소리에 하염없는 쓴 탄식이 나왔다.

‘우리 아버지도 멀지 않어서 모순을 깨달을 때가 올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p.105) <홍수전후>


-자기의 신념과 사상에 평생을 바친 남성이 스스로의 철없음을 반성하며 자기의 유일한 구원이었고 이상향이었던 여성을 성역화하는 이야기, 연출, 해석 따위가 옳지가 않다고, 림 자신의 개인적 기준을 떠나 그냥 요즘 시대상에 맞지가 않다고 림은 생각했다. (p.192)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우리는 정세에 합당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p.202)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 두 작가가 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소설로 연결되는 ‘소설, 잇다’ 시리즈.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라는 제목은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에 등장하는 ‘정세에 합당하지 못한 연애’라는 문장에서 따온 듯하다. 


박화성의 소설은 전반적 흐름이 시대적 한계로 인해 가부장성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여성작가가 쓴 여성들은 읽기에 불편하진 않았다. 그 시대에 걸맞은 여성성이나 여성의 행복을 다루는데, 팔십 년 전의 사회라고 생각하면 이해된다. 더구나 여성작가로서 글을 발표하는 것에 맞춰 타협한 것으로도 보인다. 해설에 따르면 실제로 이 당시에 여성작가는 작품보다 결혼과 이혼 등의 가십에 더 관심받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세태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하수도 공사>만 처음 읽었을 때는 동권과 용희의 사랑보다 노동자들의 처우에 더 방점을 두고 읽었다. 석 달째 거의 무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규탄으로 소설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공녀 강주룡」을 쓰신 박서련 작가님과 이어졌구나 생각하면서 읽었다. <하수도 공사>의 동권은 사회주의 성향이고, 용희는 당차고 똑똑한 여성이다. <호박>의 음전도 진취적으로 행동한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등장인물을 통해 박화성이 추구하고자 했던 세계가 드러난 것 같다.


<홍수전후>는 여러모로 비극이 큰 작품이다. ‘가족의 운명이 바로 명칠이라는 한 사람의 결정에서 기인한다는 매우 엄격한 가부장성이다.’(p.225) 작품 해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이 부분인데, 이 문장으로 이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전부 설명할 수 있다. 그나마 마지막에 아들의 뜻을 따라 계몽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희망차게 끝나긴 한다. 이 시대에도 부모 세대의 가부장성을 자식 세대가 깨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읽는 내내 가장의 고집이 너무 세서 답답하고 힘들긴 했다. 한국 사회에서 한 번쯤은 느껴봤을 숨 막히는 경험. 그래서 한층 더 비극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 싶다.


박서련의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정말 재밌고 이야기적 완결성이 너무 좋았다. 해체된 총여학생회의 재건을 위해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동아리에서 읽은 책이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다. 독서 토론 장면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박서련 작가님의 시각에서 감상문을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과 소설이 이어져 있다는, ‘소설, 잇다’의 취지에 딱 맞는 장면이었다. 연인인 진과 림은 <하수도 공사>의 동권과 용희와 비슷하다. 진은 총여학생회 재건을 대의로 삼고 있고, 림은 그래서 우리 연애가 정세에 합당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림이 그 소설을 용희의 시점에서 쓰인 것을 상상하는 장면이 좋았다. 아마도 박화성 역시 지금 그 소설을 쓰게 된다면 그런 부분이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와 지금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노동자들의 처우, 가부장적인 가정, 정세에 합당한지 고민하게 하는 연애 등등. 시대가 달라도 시대의 한계가 있어도, 같은 뜻을 품은 두 작가의 만남이 반가웠다. 


-이 게시물은 작가정신 작정단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정세에합당한우리연애 #박화성과박서련 #박화성 #박서련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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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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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 김성중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p.39)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신기루는 똑똑히 지켜보려면 그때부터 흩어진다. 꿈을 기억하려 들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p.61)


-논리적으로 나는 인간을 증오한다. 그러나 번번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내 마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빼버릴 수 있다면 이토록 이상한 꼴로 영생하지도 않았으리라. (p.91)


-그러나 저 애틋한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우주의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었다. (p.112)


-모든 것은 증가한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히고 책장을 덮은 다음에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처럼. (p.229)


-

“화성으로 쏘아 보낸 열두 마리의 실험동물 중 오직 나만 살아남았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삼백 년 후의 화성을 배경으로 하지만 SF 소설은 아니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화성의 아이 ‘마야’의 엄마인 ‘루’다. 루는 실험실에서 탄생한 신인류로, 손에 물갈퀴가 있고 귀 뒤에는 아가미가 있다. 딸인 마야도 고스란히 그걸 물려받는다.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실린 개 ‘라이카’(유령으로 존재한다), 탐사 로봇 ‘데이모스’가 화성에서 마야를 키우게 된다. 마야는 그렇게 두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 셋의 다정하고 유쾌하지만,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유사 가족이 돼,, 화성에서 새로운 창세기를 여는 태고 수프와 우물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머가 넘치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가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유대감과 사랑으로 뭉쳐 있는 유사 가족이라 이들의 평화가 영원하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나도 이들처럼 경계하면서 읽은 것 같다. 눈꺼풀이 없는 소녀 키나의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억지로 광고를 보게 하고, 보는 광고마저 공개하게 만드는 지구가 매우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은 남자와 알리체의 등장으로 급변화를 맞게 된다. 새를 잡아먹은 남자의 행동에서 나는 이 여성들의 평화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동물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된다면 지구 같아질 테니까. 마지막 마야의 선택에 라이카가 함께 있어서 든든하고 좋았다. 상실 속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연대와 가족애가 애틋한 소설이었다. 



-이 게시물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화성의아이 #김성중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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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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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p.15)


-“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p.100)


-창경궁은 밤에 봐야 정말 사람이 살았던 곳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말 사람이 사는 집처럼 적당히 비밀스러워진다고. (p.111)


-이후 원서동을 떠나오고 나서도 그 대화만은 잊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우리가 주고받은 당연하고 다행인 구원에 대해서만은. (p.156)


-몇 줄로 남은 할머니의 회상은 이렇게 다른 증언들로 사실의 두께를 얻어갔다. 수리를 통해 보강되어가는 대온실처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p.298)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p.401)


-

김금희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제목부터 너무 흥미로워 가제본 서평단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영두가 창경궁 대온실 수리 공사의 백서 기록담당자가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영두는 중학생 때 창덕궁 근처의 원서동 ‘낙원하숙’에서 산 적이 있다. 영두에게는 그때의 일이 지워야 했을 만큼 괴로운 일로 보였다. 소설은 여러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기 위한 영두의 현재와, 낙원하숙에서 벌어졌던 영두의 과거, 그리고 대온실을 만든 일본인 후쿠다 노보루의 행적이다. 영두의 과거에는 하숙집 할머니인 문자 할머니와 손녀 리사, 남자친구였던 순신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당연하게도 나는 주인공 영두와 문자 할머니의 사연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중학생 영두는 고향 석모도를 떠나와 서울에서 이방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문자 할머니 역시 일본인이지만 조선에 남게 된 잔류 일본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문자 할머니가 영두를 유난히 아끼고 신경 썼던 것도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공통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두가 어른이 되어 문자 할머니의 글을 찾아주고 많은 것을 돌려주게 되는 서사가 좋았다. 거기에 창경궁 대온실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장소가 묘한 미스터리를 품고 있어 계속 다음 장을 궁금하게 했다. 한국인으로서 책에 나오는 일본인을 바라보는 데 불편한 지점이 존재하지만, 문자 할머니 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전쟁에서 여성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는 게 안타까웠다. 소설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일지 궁금했는데 책의 일러두기에서 의문이 풀렸다.


대온실 수리가 끝나면서 영두의 마음도 함께 수리된 듯했다. 마지막에 영두도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서 다행이었다. 모두에게 공평히 흘러가는 시간이 가슴 아픈 일도 따뜻하게 감싸안아 준 것 같았다. 무척 재밌는 소설이고 위로받는 부분도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좋은 문장들이 아주 많다.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광고 #협찬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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