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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아이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화성의 아이 – 김성중
-“나는 온 우주에서 오직 너만을 걱정한단다. 얘야. 모든 별은 어머니이고 우리는 춥지 않단다.” (p.39)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신기루는 똑똑히 지켜보려면 그때부터 흩어진다. 꿈을 기억하려 들면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p.61)
-논리적으로 나는 인간을 증오한다. 그러나 번번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내 마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빼버릴 수 있다면 이토록 이상한 꼴로 영생하지도 않았으리라. (p.91)
-그러나 저 애틋한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우주의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었다. (p.112)
-모든 것은 증가한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히고 책장을 덮은 다음에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처럼.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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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쏘아 보낸 열두 마리의 실험동물 중 오직 나만 살아남았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삼백 년 후의 화성을 배경으로 하지만 SF 소설은 아니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화성의 아이 ‘마야’의 엄마인 ‘루’다. 루는 실험실에서 탄생한 신인류로, 손에 물갈퀴가 있고 귀 뒤에는 아가미가 있다. 딸인 마야도 고스란히 그걸 물려받는다.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실린 개 ‘라이카’(유령으로 존재한다), 탐사 로봇 ‘데이모스’가 화성에서 마야를 키우게 된다. 마야는 그렇게 두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 셋의 다정하고 유쾌하지만, 필사적으로 분투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유사 가족이 돼,, 화성에서 새로운 창세기를 여는 태고 수프와 우물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게 펼쳐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머가 넘치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가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유대감과 사랑으로 뭉쳐 있는 유사 가족이라 이들의 평화가 영원하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나도 이들처럼 경계하면서 읽은 것 같다. 눈꺼풀이 없는 소녀 키나의 이야기는 안타까웠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억지로 광고를 보게 하고, 보는 광고마저 공개하게 만드는 지구가 매우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은 남자와 알리체의 등장으로 급변화를 맞게 된다. 새를 잡아먹은 남자의 행동에서 나는 이 여성들의 평화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동물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된다면 지구 같아질 테니까. 마지막 마야의 선택에 라이카가 함께 있어서 든든하고 좋았다. 상실 속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연대와 가족애가 애틋한 소설이었다.
-이 게시물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화성의아이 #김성중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