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겨울


-하지만 무민은 달랐어요. 오히려 햇빛과 푸른 나무들이 정말이지 너무 그리웠어요!


-

이 책은 토베 얀손 원작의 <무민의 겨울>을 새롭게 꾸민 그림책으로, 무민 골짜기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무민을 동화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느 추운 겨울밤, 겨울잠을 자던 무민이 잠에서 깬다. 무민 가족은 11월부터 4월까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무민마마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민은 무섭지만 혼자 모험을 나선다. 눈 덮인 골짜기에서 무민은 눈으로 만든 말도 보고, 친구 투티키와 미이도 만난다. 

얼음 여왕이 오기 전에 무민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때 불청객 헤믈렌이 무민의 집으로 찾아온다. 투티키는 헤믈렌을 내쫓으라고 하지만, 착한 무민이 끝까지 그러지 못한다. 여기서 무민과 친구들의 우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조금 별난 친구가 있더라도 그 친구를 포용하고, 또 누군가 위험할 때는 도와주는 과정이 좋았다.


친구들이 있어 마냥 춥지만은 않았던 무민의 첫겨울이 지나갔다. 처음 만난 겨울이었지만 겨울을 좋아하게 된 무민의 모습이 귀여웠다. 낯선 세상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호기심 가득한 곳이라는 걸 무민이 알게 된 듯했다.


아이나 조카가 있는 사람에게 어린이작가정신의 무민 골짜기 시리즈를 추천해 주고 싶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무민에게 봄이 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아픈 겨울이 지나가고 어서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무민은 너무 기뻐서 달리기 시작했어요. 녹아내리기 시작한 눈을 밟고 내달리면서 다른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그저 너무 행복했어요.


-이 게시물은 작정단 1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무민골짜기와무민의첫겨울 #토베 얀손 #작가정신 #작정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위트 솔티 - 황모과


-길을 잃은 날조차 언제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다. 애초에 나의 도시가 아니었던 곳. 이 도시의 오메라시로. (p.34)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


-나는 내 시대에 공백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p.60)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고향은 뒤에 두고 온 곳이 아니라 앞으로 당도하게 될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p.71) <스위트 솔티>


-꽃답지 않은 여성은 동정받지 못하고 사료의 가치조차 되지 못하던 시절, 시대착오적 관점 속에 놓인 여성들은 목소리 자체가 없다고 여겨졌다. (p.117)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김순자>


-벨카야, 넌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디에든 속할 수 있는 아이로구나. (p.191) <나의 새로운 바다로>


-소녀들은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이야기 밖으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직접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에 빙의해, 각자의 해방으로 향하려 했다. (p.246) <브라이덜 하이스쿨>


-

황모과 작가님의 디아스포라식 SF 단편 여덟 가지가 실린 소설집. 당연하게도 항상 차례부터 먼저 읽는데, 첫 번째 수록 작품인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제목부터 눈에 띄었다.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오마주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전체 소설집의 방향이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이방인이거나 난민이다.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살아가는 피폭 3세고, 아랫집 할머니는 오키나와라는 일본 특수 편입 지역의 사람이다. <스위트 솔티>는 배에서 태어난 무티아라가 주인공이다.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시대 지체자와 순애보 준코 역시 시대의 피해자들이다. <나의 새로운 바다로>에서 일반 벨루가들과 다른 ‘벨카’와 <브라이덜 하이스쿨>의 수빈도 그러하다.


특히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은 지금 시기에 꼭 읽어 봐야 할 소설이었다. 현재 상황에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소름이 돋았다. 가까운 미래에서 시대 지체자들이 이 시대와 불화하지 않도록 돕는 지원 업무가 사실은 왜곡된 역사를 만들고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빼앗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가 평범한 무력함을 깨닫는 순간 나는 미래로 끌려가 시대 지체자가 되어 이 시대의 일원이 되기를 종용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나’가 내 시대의 공백을 만들지 않기로 다짐하는 순간이 좋았다. 지금도 평범한 모두가 모여 시대의 공백을 채워 가고 있다. 이 사람들의 선택이 모여 더 나은 현재를 만들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나의 새로운 바다로>다. 정말이지 이 소설은 너무 좋아서 너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벨루가 로봇에 인간의 의식을 결합해 다시 태어난 ‘벨카’가 진짜 벨루가 친구들과 교감하는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벨루가들은 벨카가 조금 이상한 것을 알지만 배척하지 않는다. 벨루가 집단은 혈연이 아니더라도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합심한다고 한다. 벨루가의 세계를 보면서 인간이 배워야 할 집단의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다. 벨루가 세상에는 이방인도 난민도 없다. 그리고 벨카와 앵지가 귀엽고 뭉클해요...


<브라이덜 하이스쿨>을 읽는 순간 나는 황모과 작가님을 영원히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니 이렇게 혼재된 장르가 있다고? 하면서 읽었는데 단순히 위트만 있는 게 아니고 엄청난 사회풍자극이자 고발극과도 같았다. 모든 소녀가 <브라이덜 하이스쿨>을 읽었으면 좋겠다. 브라이드로 길러진 여성들이 해방되고, 그 해방된 여성이 또 다른 소녀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다.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소설집인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역사도 다시 한번 새기게 하는 시의적절한 책이다. 표제작 <스위트 솔티>도 아름답고 슬프다. 제목처럼 여덟 편의 단편 역시 읽는 동안 달고 짠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좋은 소설집이라 꼭 읽어 보시기를 추천한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스위트솔티 #황모과 #스위트솔티_서평단 #문학과지성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행의 순례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1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행의 순례자 - 엘리스 피터스


-끊임없는 투쟁과 잔혹과 탐욕으로 갈가리 찢기고 난도질당한 이 세상에도 인간적인 행복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세상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기쁨의 환한 불꽃이 다하지 않는 한, 그냥 그렇게 돌아가게 가만 내버려두자. (p.31)


-두 번째 기적. 그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성녀께서 두 손으로 아낌없이 기적을 베풀고 계셨다. (p.219)


-아주 오래전, 그는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무기라곤 갖고 있지 않지만, 그리고 관절염 증세가 있긴 하지만 케드펠에게는 아직 쓸 만한 두 주먹이 있었다. (p.277) 


-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 「고행의 순례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책은 성녀의 유골을 이장한 기념 축제를 배경으로 한다. 전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져 온 스티븐왕과 모드황후의 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스티븐왕이 포로로 잡히고, 모드황후가 득세한 상황에서 행정 장관 휴 베링어는 고뇌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실제 역사적 배경과 잘 어우러져 더욱 재밌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더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지만 어렵진 않았다.


성 위니프리드 유골 이장을 기념하는 축제에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그중에는 두 명의 수상한 순례자가 있다. 목에 십자가를 맨 채 스스로 고행길을 자처하는 키아란과 그에게 헌신하듯 따라다니는 매슈다.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은 모드황후 측의 살해당한 기사 한 명이다. 캐드펠 수사는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죽은 기사 옆에 있었던 뤼크라는 청년을 찾아 나서는데.


개인적으로 키아란이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그와 대비되는 흐륀이라는 소년은 이미 신체의 고통을 가지고 태어났다. 축일에 흐륀은 기적이 일어나 발을 고치게 되는데, 이러한 기적이 뭔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더 낙관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따뜻하게 알려주는 듯도 했다. 이런 전개는 오히려 종교적이라기보다 따스하고 인간적이다. 엘리스 피터스의 인간에 대한 다정한 애정이 느껴진다.


매번 반전이 있는 캐드펠 수사지만 이번 편은 더 놀라운 결말이었다. 서술 트릭도 있고, 예상치 못한 관계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범인이 밝혀진 후의 전개는 용서와 참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원수를 용서할 수 있을까? 원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유독 반가운 인물이 많이 등장했다. 「얼음 속의 여인」에 등장했던 올리비에가 특히 그랬다. 스포가 될까 봐 이전 리뷰에서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올리비에는 꼭 한 번 더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인물이었다. 캐드펠 수사의 두 번째 기적이라는 게 왠지 감동적이다. 여전히 멋있게 등장하지만 우리 편(정확히는 휴 베링어 편)이 아니라는 게 아쉬운 인물인데, 후에 또 등장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덧붙여 성녀의 유골이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안치된 과정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쉽게도 1권을 읽지 못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읽어보려고 구매했다. 캐드펠 수사를 알아갈수록 추리력 외에도 그의 과거나 전투 실력 등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11권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읽어볼 생각이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고행의순례자 #엘리스피터스 #북하우스 #캐드펠서포터즈 #캐드펠수사시리즈 #추리소설 #추리소설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 박서련


-사과도 습관이 될 수 있어요. 사과하기 전에 정말 사과가 필요한 경우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정말 미안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해, 나는 그게 더 쉬워,라는 마음가짐인지. (p.46)


-이번에는 더 자신 있어. 나는 이제 거래에 무엇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나의 능력을 알고 있으니까. (p.202)


-꼭 마법소녀가 되어야 한다면, 마법소녀 되기를 피치 못한다면...... 기왕 될 거 훌륭한 마법소녀가 되는 게 좋겠지. (p.218)


-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후속작인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전작으로도 꽤 괜찮은 마무리였지만, 은퇴한 주인공이 어떻게 다시 복직하는지 궁금해서 바로 책을 펼쳐 들었다. 주인공은 전작에서 세계를 구하는 대신 다른 마법소녀들의 힘을 잃게 했는데, 그래서 능력이 남아 있는 주인공의 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은퇴 편에서 각성하며 끝난 마법소녀의 진짜 능력은 무언가를 무작위의 다른 무언가와 바꾸는 교환의 힘이다. 교환의 마법소녀(로 불리기 원하는)가 된 주인공이 새로운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게 이번 복직 편의 주요 이야기다.


마법소녀로 각성했지만 현실의 주인공이 당장 직면한 일은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다. 설상가상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더구나 마법의 힘은 사용하면 꼭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마치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도 같다. 마법을 부릴 때조차 가끔은 현금을 지불해야 하다니. 세상에 공짜는 없고(나도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값을 치러야 한다는 일종의 교훈이자 현실 풍자 같기도 하다. 이런 현실적인 삶의 요소들이 이 작품을 마냥 해맑은 판타지로 보이지 않게 한다.


이번에도 마법소녀는 세계를 구해낸다. 만사화학공장 유독성 물질 누출 사고를 막아낸 주인공과 마법소녀들의 다음 상대는 ‘극동마법소녀전진본부’다. 이름부터 사이비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곳은 진짜 사이비였다. 힘이 약해졌던 마법소녀들이 모여 함께 적(?)을 물리치는 과정이 재밌었다. 마법소녀 장르에 충실한 전개가 취향이라 즐겁게 봤다.


1편에 이어 2편에서 주인공이 더욱더 성장한 게 느껴졌다. 인류의 미래를 구하고도 여전히 사과를 남발하곤 하지만, 점차 나아지는 모습도 보인다. 시리즈물의 재미답게 전작에서 등장했던 마법소녀들이 그대로 다 나와서 반가웠다. 주인공과 아로아의 사이가 발전하는 것도 좋았다.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이 아름답다. 작가님이 꼭 3편도 내주셔야만 해... 나는 이제 이 시리즈의 다음 편을 벌써부터 기다리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생활밀착형 마법소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다. 삶의 의지가 없던 주인공이 아로아를 비롯한 주변 소녀들과 교류하고, 세계를 구하고, 자신의 꿈을 찾는 게 좋다. 어떤 소녀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마법소녀다. 세계관도 재밌고 마음이 말랑 포근해지는 책이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마법소녀복직합니다 #박서련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리커버)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 박서련


-그건 마치 마법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p.33)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소녀들은 무조건 착할 수 없고 착할 필요도 없다. 이건 만화가 아니니까. 사랑과 희망, 선의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어떤 마법세계에서 온 존재들과 맞서는 게 아니라, 먹고사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쳐가면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p.118)


-간절한 희망은 마법소녀를 각성시킨다. 한순간 가장 무력해진 존재에게 우주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부여하는 힘, 그게 마법소녀의 능력이라고 했다. (p.174)


-

카드 빚만 남은 스물아홉 살의 백수인 내가 어느 날 마법소녀가 되다? 죽으려고 결심한 주인공의 앞에 나타난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 알고 보니 ‘나’는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인 시간의 마법소녀라는데. 


흥미롭고 두근거리는 도입부다. 카드 빚을 진 마법소녀가 있는 세계가 무척 재밌다. 박서련 작가님의 소설은 항상 여성 서사가 좋고 인물들이 현실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특히 더 좋다. 그래서 주인공이 마법소녀가 되어 현재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 갈지 궁금했다.


마법소녀 세계관은 아주 본격적이고 진지하고 촘촘하다. 전마협(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전세계의 마법소녀들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능력으로 열심히 싸운다. 지금 그들에게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후 변화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후 위기를 막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의 마법소녀가 필요하다. 시계를 좋아하고 금은방 손녀인 주인공에게 정말 딱 맞는 마법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마구(무려 신용카드다)와 변신 주문까지 만들어 각성하는 것만을 남겨 두고 있던 주인공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아로아의 예언이 잘못됐다는 것. 시간의 마법소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 소녀는 가정 학대를 당하다가 마법소녀로 각성한 이미래. 진짜 시간의 마법소녀는 인류를 없애고자 하고, 전마협은 이미래를 저지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마법소녀로 각성하게 된다.


결국 마법소녀는 세계를 지켜냈다. 중요한 건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이었다. 아로아, 마법소녀들, 그리고 지구를 지킨 주인공이 정작 아르바이트에 늦어 잘리는 것까지 완벽한 현대 예술적인 마무리였다. 선량한 다수의 힘을 모아 기후 재난에 맞설 수도 있을 거란 아로아의 대사는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제목에서 이미 스포하듯 주인공은 마법소녀가 되자마자 은퇴하는 결말이다.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서다. 스물아홉 살은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니까. 실제로 마법소녀가 되기에 늦은 나이란 건 없다고 한다! 언제든 마법소녀가 될 수 있다는 깜찍하고 발랄한 이 세계관이 너무 좋았다.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녀들이 곧 마법소녀들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아닐까.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마법소녀은퇴합니다 #박서련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